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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 이야기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3. 2. 2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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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 이야기>     

  jinnssam의 유일한 브르조아적인 취미.

사우나.

"사우나가 뭐야?"
"사우나는 여자들이 때밀어 주는 데래"
"그래?"
"나쁜 곳이야. 가면 안돼. 남자들만 가는 곳이래."
"응 그렇구나."

중학교 때 좀 사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한테 물었더니 해준 이야기였다.
이후로 사우나는 퇴폐영업소인줄 알고 살았었다.

고등학교 샘이 되고 2년쯤 지나 적응이 되니까 항상 혼자라는 사실이 힘들었다.

학교에서도 혼자.
집에 와서도 혼자.

학교에서도 수업하는 거 외에는 사적인 말은 하지 않
았다.
집에서는 혼자니까 같이 떠들 사람이 없었고 혼자 살림이라 시간이 넘쳐났다.
그때 유일한 즐거움이 사우나 가는 거였다.

중세 시대에는 치료법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가 생기면 목욕요법으로 치료를 하였다.
넓은 병원에  목욕통을 주욱 늘어 놓고 목욕을 하는 치료.
간호사는 따뜻한 물을 떠다 부어주었다.
중세시대에 지금처럼 위생시설이 잘 되어 있을리 없고 환자가 발생하면 씻기는 것만 해도 병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세시대의 병원 모습.
넓은 병원에 가득 놓여있는 길쭉한 목욕통마다 누워있는 환자들.
그림을 보면서 씻는 것이 치료가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로 목욕을 씻는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힐링이거나 치료라고 생각했다.
  
학교 끝나면 쿨피스 한통을 사들고 사우나가 있는 동네 목욕탕을 갔다.

빡빡 씻고 쿨피스를 들고 사우나로 들어가서 홀짝홀짝 마시면서 땀을 뺏다.
시간도 잘가고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고 땀도 빼서 기분도 좋아졌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대신 사우나를 하고 오면 저녁에 잠도 잘 잤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나?
그때의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교 나갈 때에는 주말에 주말 행사로 야외로 나가 빡빡 씻고 외식도 하고 ~
제일 많이 간 곳이 경주다.
보문단지에서 사우나를 하고 pc방 게임도 하고 밥도 먹고 그렇게 주말을 보내었다.
예수 믿기 이전에는 ~
이후 교회 다니면서 주말 행사는 끝났다.
대신 교회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하였다.
목욕가는 것 보다 더 마음이 깨끗해지고 기쁨이 넘쳤으니 야외활동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토요일이 휴일이 되면서 토욜을 야외활동의 날로 삼았다.
덕분에 토요일마다 호박이나 감자를 듬성 듬성 크게 썰어넣고 끓여 먹던  칼국수 행사는 끝.

웰빙사이트에 가입해서 다니고 있다.
집에서 갈 수 있는 사우나가 남산사우나, 파크뷰 사우나, 문수탄산천등이다.

어느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 업자가 말했다.
  호텔비가 3만원, 5만월, 10만원, 15만원일 때 고급으로 갈 수록 호텔을 깨끗이 사용한다고 하였다.

사우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려미 목욕탕일 수록 사람들의 질이나 수준이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좋은 목욕탕에 가면 같은 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대하고 간섭하지 않고 갈등이 덜하다.

세군데 목욕탕을 돌아다니다가 드디어  파크뷰에 정착하였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

오늘 처음으로 햇수로 칠년째 다니면서 사우나 안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금씩 적응되어 가나부다.

말을 하게된 계기.

"왜 그렇게 끙끙 되세요?"
"시원하고 좋아서요?"
"ㅎㅎㅎ 힘들어서요."
"나이가 아플 때 되지 않았나요?"
  "그렇기는 해도 운동을 안하면 더 아프잖아요.
"근육이 굳어져서 석회화 되니까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해요."
"몇년생이세요?"
"몇년생으로 보이세요?"

이렇게 말을 주고 받고 목욕탕 청소 하시는 분이 올 시간이 되어서 사우나를 벗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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