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4. 1. 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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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행길 >


감림산 기도원을 갔다.
전에는 교회 사람들과 같이 자가용을 타고 오던지 아니면 금요철야 때 운행되는 버스를 타고 금요 철야에 왔었다.

감림산 기도원이 아주 낯선 곳은 아니지만 버스를 타고 혼자서 오는 것은 처음이다.
초행길.

집에서 폰으로 찾아보니 바로 집앞에서 직행 좌석버스가 양산 통도사 신평터미널까지 있었다.
거기서 11번이나 12번 버스를 타고 기도원까지 갈수가 있었다.

아침 8시에 나와서 1723번을 집앞에서 탔다
30분마다 한대씩 있는 버스를 집앞에서 2분후 도착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바로 탔다.

버스를 타서 예전 습관대로 버스 기사 뒤에서 2번째 자리에 앉았다.
좌석 밑으로 턱이 있어서 다리를 놓는게 편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2번째 자리에 앉지 않는다.
좌석은 많고 승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새벽 2시에 잠이 들고 아침 9시 전후로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간밤에 12시쯤 잤는데도 처음 가는 길이라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도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까무락까무락 거리다가 도착했다.
벌써 한시간이 지났나보다.

양산 통도사 신평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니까 타고 온 버스 기사랑 같이 걷게 되어서 물었다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가요?"

"저쪽이 부산쪽으로 가는 길인데요. 이근처 어디쯤 있을텐데요?"

잘모르는 것 같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오신 분들이 옆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탄다.

11번 12번 버스를 타야 한다는데 버스 정류장도 안보이고 그냥 택시를 탔다.

속으로 택시비 많이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택시는 금방 도착했다.

낯익은 감림산 기도원 앞에서 내려서 또 두리번 두리번

마침 물을 떠가지고 나오던 아주머니를 만나서 물어보았다.

"오늘 예배가 있나요?"
"저기 현수막에 적혀 있지요? 오늘은 청주에서 오신 목사님이 하시는데 엊저녁 정말 은혜스럽더라구요."

"어디서 예배드리나요?"
"저기 벧엘 성전에서요. 10시에 있어요."
"아 ~ 네."
"아침 먹을 수 있을까요?"
"저기 이층이 보이지요? 사무실에서 식권을 5000원에 파는데 사서 점심시간에 가서 먹으면 되요."
"숙소는요?"
"사무실 윗쪽에 있는 방은 하루에 25000원이구요. 벧엘 성전 옆에 있는 건물은 7000원이구요. 방이 참 좋아요."

"아 ~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는 얼굴에 기미가 가득했는데 표정이 너무나 밝고 싹싹했다.

10시 20분전이서 천천히 벧엘 성전으로 올라갔다.

올라가기전에 화장실에 들렸는데 예전 화장실은 깨끗하지가 않았는데 이번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깨끗했고 거기에 세면대도 완전 호텔식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성전은 예전에는 비닐로 씌워진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는데 의자 뒤에 성경책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작은 책상이 달린 의자가 성전 절반 놓여 있고 앞쪽에는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 있었다.

낯설지는 않지만 새로워진 성전이었다.

 

시간이 되니까 선교사님이 오셔서 복음송을 인도하는데 복음송 부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 그동안 참 기도를 안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개하고 회개하고 또 회개하고

 

그동안 영상으로 많이 예배를 드리고 새벽기도도 영상으로 하고 평상시에도 말씀도 영상으로 많이 들었는데 역시 현장에서 예배드리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예배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랫만에 일반식당이 아닌 곳에서 여러사람과 함께 먹을만큼만 떠서 먹는 것도 좋으다.

햇볕이 따사로워서 산길을 한바퀴 돌면서 산책을 할까?

산길로 올라가는데 명랑한 여성 한분이 상큼하게 질문을 한다.

"어디서 오셨어요?"

받은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그냥 생각에 잠겨서 조용히 산책하고 싶었는데 ~

뒤로 돌아서서 내려와 휴게소를 물어보니까 없다고 한다.

없을리가?

벧엘성전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니까 끝부분에 휴게소가 있었다.

휴게소에 들어가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폰좀 들여다보고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다.

 

3시 예배를 드리러 성전으로 올라갔다.

남편한테 톡이 와있었다.

"택배왔어요."

"네"

"감림산 기도원 왔음"
"오늘 스케쥴이 어떻게 됨?"

"일찍 얘기해줘야 맞출수 있음."

"아침에 이바구 했는데 ~ 거긴 어딘디"

 

놀램 이미티콘을 보내왔다.

 

예배가 끝나고 저녁 식사  5 ~ 6시 식권을 사서 먹으러 갔다.

사람이 많이 없었다.

저녁을 먹고 천천히 기도원을 내려갔다.

해가 금방 넘어간다.

어둑어둑한데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버스 정류장이 있을만한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데 주변에는 주택보다는 아직 한창 일을 하고 있는 공장이 많았다.

걸어도 걸어도 버스정류장이 안보인다. 

아무도 없는 길에 마침 조깅을 하는 분이 있어서 얼릉 물었다.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어디있죠?"

생각을 하더니 말해준다.

"이리로 죽 가면 사거리가 나옵니다. 사거리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거리는 바로 나왔다.

사거리 오른쪽이라고 했는데? 저기가 좀 밝기는 한데? 왼쪽에는 캄캄하고 다른 사거리가 있을 것 같지도않고

그대로 오른쪽으로 꺽어서 100미터쯤 걸어갔더니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와 ~ 우 버스정류장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

버스 정류장 안내판을 보니 울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부산으로 가는 것이다.

그럼 반대편에 버스 정류장이 울산으로 갈텐데 ~

자동차 전용 도로 밑으로 굴다리가 있었다.

건너가니 역시나 버스정류장이 하나 있었다.

안내판에서 통도사 신평버스 터미널로 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버스는 바로 왔다.

버스 타자마자

"버스가 안오는 줄 알고 엄청 겁먹었네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초행길이라서요."

 

초행길.

 

그렇다.

우리에게는 첫날이라는 단어도 있고 초행길이라는 단어도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태어나서 처음으로엄마라고 말을 한 날.

첫발자욱을 떼던 날.

처음으로 어린이 집에 가던 날.

입학식.

첫만남.

첫눈.
처음으로 부장이 된날.
예수님 만날 날.
회개를 한날.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다.

차츰 익숙해지겠지만 처음이라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지금은 버스를 타고 감림산 기도원을 가는 것이 초행길이지만 차츰 익숙해질 것이다.

익숙해지면 가슴 두근거림이나 설레임은 덜할 것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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