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칼럼/국내여행

마루 끝에 앉은 하루

영혼의 닻을 찾아서 2025. 5. 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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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 앉은 하루"

녹우당을 찾은 건,

바람이 유난히 부드럽던 봄날의 오후였다.

 

오래된 담장과 푸른 숲 사이로,

낡은 기와지붕이 소박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낮게 깔린 마루 끝에 앉았다.

주변은 고요했다.
멀리서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스치며 날아갔고,
바람이 대나무 숲을 가볍게 쓰다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진을 찍을까,

메모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저 바라보았다.

마루 앞에 펼쳐진 초록 들판.
바람 따라 일렁이는 나뭇잎.
햇살에 부서지는 먼지 한 알까지.

그 순간,

깨달았다.

 

'바라본다는 건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이라는 것을.

고산 윤선도는 아마,

이 마루에 앉아 세상과 자연을 그렇게 바라보았을 것이다.

 

소리 내지 않고,

손에 쥐려 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열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날,

나는 녹우당에서 작은 법칙 하나를 배웠다.

 

'가장 충만한 순간은,

아무것도 쥐지 않을 때 온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마치 오래도록 짊어지고 있던 욕심과 이기심을,

고택 앞 바람에 다 털어버리고 온 것처럼.

고산 윤선도에 관련된 모든  기록과 역사를 모아 놓은 박물관에 들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련 글들을 자세히 읽었다. 

윤선도의 조상들이 여기 해남에  자리잡게 된 연유와 윤선도가 나라에 쓰임 받기 까지의 모든 경로를 살펴 보았다. 

 

그만한 뒷받침이 있었다. 

그 뒷받침을 그냥 흘려 버리지 않고 크게 쓰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버려야 할 때 버리고 바위, 물,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 삼아서글을 썼던 윤선도.(오우가)

 

모든 것은 자세히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알게 된다.

관심없이 바라보면 그저 바람처럼 스쳐갈 뿐이다.

 

천천히 윤선도에 관련된 글을 읽으며

고산 윤선도가 느꼈을 여러가지가 시공간을 건너 뛰어 넘어와서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윤선도가 귀양살이로 머물렀던 섬에도 가보고 싶었다.

 

오래 전 읽었던 윤선도에 대한 글들을 다시금 되새기고

낯익은 글들을 마주하며

오래 전 문인이 느끼고 마주했을 그 기분들을 손에 잡고 싶었다.

 

오래된 선비의 기품이 넘쳐나는 박물관에

오래 오래 머물고 싶었다.

 

녹우당 윤선도 고택 가는 길

 

주소 : 도로명 전남 해남군 해남읍 녹우당길 13

           지번 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102 -1.

운영 시간 :   일 09:00  - 18:00   월 정기 휴무(매주 월요일) 화,수,목,금,토 09:00 - 18:00 

개요 : 조선조의 문신(文臣)이자, 국문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고산 윤선도(1587-1671) 선생의 유적지로 사랑채인 녹우당이 있다. 600년 전통을 이어온 해남 윤씨 어초은파의 종가 고택인 녹우당은 덕음산을 뒤로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 중의 하나로도 알려진 곳이다. 현재 고산유적지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말해주는 은행나무와 비자림, 사랑채인 녹우당, 안채, 행랑채, 헛간, 안사당, 고산사당, 어초은사당 ,추원당, 고산유물전시관등이 있어 조선시대 양반가 중 가장 많은 유물 (5,000여 점)을 보관해 온 집안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가져옴)

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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