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교회 옆길1 스물세살의 수채화 3. 로맨스 영숙이와 윤선생님은 보건지소 사무실 뒷쪽 창문 앞에 나란히 서서 퇴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여름에 이곳에 근무하시던 이 선생님이 상추를 심어 놓았던 곳은 이제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영숙이가 가을이 되면서 긴 머리를 잘랐던 것처럼, 면사무소 용인 아저씨가 화단의 풀과 시든 상추를 전부 뽑고 정리했다. 저녁 안개가 조용히 나래를 펴고 사무실 주위에 내려앉는다. 영숙이는 초록 원피스 주머니에 호두를 만지작 거린다.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옆에 서있는 윤선생님의 옆얼굴을 올려다보니 묵묵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회색 양복에 같은 빛깔의 얼굴을 하고 창문 밖을 보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가 없다. 영숙이도 말없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나무 울타리에 마지막 남아 있.. 2022. 8. 11. 이전 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