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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요원3

스물세살의 수채화 18. 나목이야기 잠을 청하려 하였지만 벽 하나로 잇 닿아 옆으로 2칸짜리로 된 신혼부부 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읽다가 접어 둔 박완서 씨의 "나목" 을 펼쳐 들었다. 전쟁으로 인한 주인공들의 삶의 변화. 주인공의 사랑. 안방 유다락으로 피하게 한 두 오빠의 폭격으로 인한 죽음 등이 영숙이의 가슴을 젊은 가슴 잠못 이루고 서성이는 가슴을 환상으로 적셨다. "나도 언젠가는 박완서씨처럼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영숙이는 일어나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 가서 맥주 3병과 안주로 땅콩을 사 가지고 왔다. 삼단요에 엎드려 맥주와 땅콩과 나목을 펴 놓고 책과 맥주와 신혼부부의 신음 소리에 취했다.. 2022. 8. 26.
스물세살의 수채화 5. 청자의 완성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올라가서 쌀 한주먹을 솥에다 올려놓았다.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비록 반찬은 김치와 고추장과 참기름뿐이었지만 방금 지은 따스한 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상을 치우고 마루 끝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쪼이면서 처마 끝에서 낙수가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탄재가 부엌 옆에 나 앉아 있는 모양을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누군가 빠꼼이 문을 연다. "희영이 아니니?" "밖에 안 나갔었어?" "예 재미없어서 들어왔어요." "영재는 어디 갔는데?" "애들하고 초등학교에서 놀아요." "너 심심하겠다." "좀 심심해요." 희영이와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서 닭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빈 헛간으로 가서 헤집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곳 처마에서도 낙수.. 2022. 8. 13.
< 홀로선 버드나무> 3. 첫날 늦은 아침을 먹고 여전히 지각하는 집 앞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남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로부터 교회 갔다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후에 잠깐 성모 병원에 근무하는 친구 선아를 만나서 시내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걸어왔다. 이즈음에 읽는 선아의 책은 계간으로 나오는 미술잡지였다. 만나서는 옷가게를 뒤진다든지 아니면 선아의 남자 친구라든지 또는 주변에 있는 동창들 이야기를 꺼내는, 잡다한 일상사를 가끔가끔 만나서 나누는 대학 때 절친이다. 지난해부터 선아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이야기 도중에 화제의 한계가 생기거나 아니면 선아가 절제하는 언어의 벽에 부딪치고는 한다. 영숙이의 솔직성은 병적이어서 상대 편에서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을 안 하고 참는다든지, 대화에 한계선을.. 2019.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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