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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11

스물세살의 수채화 23. 화해 보건소 차로 보건소 소장과 보건소 치료실 사람들 그리고 곽양 하고 안양도 집에 간다면서 가버렸다. 보건지소에 윤선생님과 영숙이만 내려놓았다. 진료실 난롯불이 꺼져서 윤선생님은 가족계획실로 건너와 유리 창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영숙이는 난로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놓고 구두와 핸드백을 콜드 크림으로 닦기 시작했다. ~ 뭐라고 말을 한담.~ 말을 꺼내려하니 막상 할 말이 없다. 묵묵히 구두를 닦으며 무슨 말을 꺼낼까 생각해 본다. 늦가을 비가 멈춘 창밖이 차츰 흐릿하게 회색으로 변하여 간다. 영숙이는 난로 불에 빨갛게 익은 얼굴로 창 앞에 서있는 윤선생님 의 완강한 뒷모습을 바라다본다. 창밖에는 늦가을 바람 속에 버드나무의 긴 가지가 부드러운 머리 카락처럼 흩날리고 있다. "사실은 ~ 그 말때문이.. 2022. 8. 31.
스물세살의 수채화 21. 난로와 침묵 새벽에 버스를 타고 청산에 도착하였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거울을 보니 안색이 참 나빴다. 기분이 좋지 않아 소음 밖으로 나와서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잡아 탔다. 청성으로 들어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누군가가 뒤돌아 보고 있었다. 한참을 쳐다보니까 지소장님 같았다. 고개를 돌리길래 잘못 봤나 보다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다시 돌아다본다. 그때서야 지소장님 임을 확인하고 인사를 하였다. 가족계획실에 용인 아저씨가 전에 쓰던 난로를 손질하여 설치하였다. "진료실에도 난로를 놓아야겠어요." "전에는 안 놓고 가족계획실 난로를 같이 썼어요." "추워서 진료를 어떻게 합니까?" "난로도 없는데요? 사 와야 해요." "우선 내 돈으로 사고 나중에 보건소에 이야기하죠 .. 2022. 8. 29.
스물세살의 수채화 18. 나목이야기 잠을 청하려 하였지만 벽 하나로 잇 닿아 옆으로 2칸짜리로 된 신혼부부 방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읽다가 접어 둔 박완서 씨의 "나목" 을 펼쳐 들었다. 전쟁으로 인한 주인공들의 삶의 변화. 주인공의 사랑. 안방 유다락으로 피하게 한 두 오빠의 폭격으로 인한 죽음 등이 영숙이의 가슴을 젊은 가슴 잠못 이루고 서성이는 가슴을 환상으로 적셨다. "나도 언젠가는 박완서씨처럼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영숙이는 일어나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가게에 가서 맥주 3병과 안주로 땅콩을 사 가지고 왔다. 삼단요에 엎드려 맥주와 땅콩과 나목을 펴 놓고 책과 맥주와 신혼부부의 신음 소리에 취했다.. 2022. 8. 26.
스물세살의 수채화 스물세살의 수채화 12. 출장 여름. 영숙은 여름이 좋다. 땀을 흘리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잔티들이 땀 속에 섞여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 같다. 동글동글한 햇볕이 시멘트 위에 쏟아져 내리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어찔어찔 현기증을 일으키면서 살아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가장 좋은 것은 가을이 곧 올 것이라는 것일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결실이 있다. 그 시원한 계절과 청량한 하늘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여름이 좋았다. 아직도 여름의 아우성이 한창인 8월. 영숙이가 보건지소에 온지 아직 한달이 지나지 않았을 때다. 보건 지소에서는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출장 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임 발령자. 만명리까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출장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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