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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선 버드나무7

스물세살의 수채화 28. 탄생과 전매청 용인 아저씨가 간 밤에 무릎까지 빠지도록 쌓인 눈을 쓸고 있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아직 안 내려오셨고 영숙이는 사무실 청소를 마치고 창문 앞에서 용인 아저씨가 눈 쓰는 것을 구경했다. 겨우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내었을 때 눈만 내놓고는 모자까지 푹 뒤집어쓴 사람이 면사무소 문을 지나 곧바로 보건지소를 향해 걸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저 여기 안양 있지유?" 보건지소 현관 앞에서 모자를 벗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아저씨를 보고 안양이 반가운 소리를 한다. "아니, 웬일이세요?" "안녕하세요?" "그래, 신양은 잘 있어요?" "아, 예, 실은 아기 낳았어유." "아기 낳았어요? 딸? 아들?" "아들이에유." "아유 잘됐네요. 이제 아들 낳고 소원 성취했으니 좋.. 2022. 9. 5.
스물세살의 수채화 23. 화해 보건소 차로 보건소 소장과 보건소 치료실 사람들 그리고 곽양 하고 안양도 집에 간다면서 가버렸다. 보건지소에 윤선생님과 영숙이만 내려놓았다. 진료실 난롯불이 꺼져서 윤선생님은 가족계획실로 건너와 유리 창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영숙이는 난로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놓고 구두와 핸드백을 콜드 크림으로 닦기 시작했다. ~ 뭐라고 말을 한담.~ 말을 꺼내려하니 막상 할 말이 없다. 묵묵히 구두를 닦으며 무슨 말을 꺼낼까 생각해 본다. 늦가을 비가 멈춘 창밖이 차츰 흐릿하게 회색으로 변하여 간다. 영숙이는 난로 불에 빨갛게 익은 얼굴로 창 앞에 서있는 윤선생님 의 완강한 뒷모습을 바라다본다. 창밖에는 늦가을 바람 속에 버드나무의 긴 가지가 부드러운 머리 카락처럼 흩날리고 있다. "사실은 ~ 그 말때문이.. 2022. 8. 31.
스물세살의 수채화 21. 난로와 침묵 새벽에 버스를 타고 청산에 도착하였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거울을 보니 안색이 참 나빴다. 기분이 좋지 않아 소음 밖으로 나와서 길가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잡아 탔다. 청성으로 들어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누군가가 뒤돌아 보고 있었다. 한참을 쳐다보니까 지소장님 같았다. 고개를 돌리길래 잘못 봤나 보다 생각하며 바라보고 있으려니 다시 돌아다본다. 그때서야 지소장님 임을 확인하고 인사를 하였다. 가족계획실에 용인 아저씨가 전에 쓰던 난로를 손질하여 설치하였다. "진료실에도 난로를 놓아야겠어요." "전에는 안 놓고 가족계획실 난로를 같이 썼어요." "추워서 진료를 어떻게 합니까?" "난로도 없는데요? 사 와야 해요." "우선 내 돈으로 사고 나중에 보건소에 이야기하죠 .. 2022. 8. 29.
스물세살의 수채화 20. 초록색 원피스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어가고 영숙이가 안고 뒹구는 나뭇잎은 외로움이라는 낙엽. 영숙이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그리하여 온몸을 싸고도는 흐름 그러면서도 이 순결한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영숙이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을 언제나 그랬듯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항상 마음속의 목표와 함께 앞을 바로보며 똑바로 걸어간다는 생각, 아니 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말 좋다. ~ 그래. 난 주위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고 또한 반듯하게 걸어갈 거야.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지. ~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쌓아가노라면 나도 .. 202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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