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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life of JINNSSAM

벚꽃터널, 밀면 그리고 ......3.

by 영숙이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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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벚꽃터널, 밀면 그리고 ......3.>

 

 왔던 길을 다시 가고, 돌아가고, 헤매면서, 전에 같이 근무하던 교장 샘 전원주택 근처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집에 차가 없어서 혼자 집 옆 카페에 앉아서 차도 마시고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샘이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있을 만한 샘의 전원주택 근처 카페 앞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였다.

 "샘. 저예요. 저 지금 샘 집 근처 카페 앞에 왔어요."

 "우리집? 근처? 지금 막 카페를 나와서 집으로 왔는데요."

 "아, 그래요?"

 "아, 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다시 옷을 걸치고 그쪽으로 갈께요."

 도시의 소음이 1도 없어서 햇볕이 한웅큼씩 쏱아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조용한 산골이다.

 봄볕에 눈이 부시다.
 가늘게 뜬 눈으로 막 갈아 엎은 곳도 보이는 논두렁을 차안에서 내다본다.

 차한대 정도는 다닐 수 있는 좁다란 차도가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동네 끝에서 한 사람이 내려온다.

 멀리서 잘 분간이 안되어서 교장샘일까 힘주어서 바라보니 걸음걸이가 아니다.

 다른 길로 빠진다.

 동네 길끝에서 또 한사람이 내려오는데 챙모자에 보폭이 큰 씩씩한 걸음으로 오시는 아담한 여성 ~ 교장샘이다.

 차에서 내려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 선생님이 혼자 계시다 해서 이렇게 쳐들어 왔어요."

 "잘왔어요."

 선생님의 커다란 눈이 사심없이 반짝인다.

 카페로 들어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토우 인형이 이곳 저곳 전시되어있고 사이 사이 벽에 기대거나 벽면에 그림들이 걸려 있다.

 커다란 통창으로 되어 있는 자리 앞에 앉았다.

 바로 앞에 논이 눈앞에서 들여다 보인다.

 논 끝에 있는 산 비탈길에 복사꽃이 피어 있다.

 "이 집에 커피가 정말 맛있어요. 이 집에 차가 정말 맛있어요. 이 집에 빵이 정말 맛있어요."

 너무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이 너무 이뻐보인다.

 "내가 왜 좋아요?"

 "이뻐서 좋아요."

 "이뻐서 뭐든 다 용서가 되요."

 샘은 얼굴도 이쁘지만 마음이 이쁘다.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서 이쁘다.
 선생님은 귀티가 나시는 분이시다.

 귀티 ~

 귀티나는 사람

 1.단아하고 정돈된 외모
 2. 넘치는 건강미
 3.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4. 함부로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
 5. 유머 감각이 있다.
 6. 늘 긍정적이다.

 고생한 티가 전혀 나지않는다.

 말의 향연

 봄볕의 향연.

 목련차와 자몽차의 향연.

 창 밖에는 봄이 왔다고 목청껏 노래하고 창안에는 소박한 흙인형이 웃음기를 가득 터트리고 있다.

 교장샘하고 처음만난 영이엄마는 잘어울린다.

 한사람은 귀티나는 바다같은 사람.

 한사람은 반듯하게 여문 사람이다.

 영숙이는?

 두사람이 말하는 사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카페안에 그림과 토우들을 구경하며 해찰을 한다.

 이야기는 창밖 풍경으로 시작해서 코로나 이후의 여행으로 넘어간다.

 "와우 ~ 샘 친구분이 뉴욕에 아파트를 샀어요?
 정말 대단하다.
 샘은 주식 개설도 할줄 모르는 주식 1도 모르시는 분인데 어떻게 친구가 됐어요? 정말 신기하다."

 "한번 물어봤어요. 왜 나랑 친구하는냐고"

 "내가 이뻐서 친구 한대요."

 "ㅎㅎㅎ 이해 되요."

 

 
 

꽃비가 내린다.

 

 샘이 집에 가자고 한다.

 전원주택 ~ 모두의 로망이자 쉽게 다가 갈수 없는 곳.

 잔디밭 마당 한귀퉁이 목련나무 한그루.

 일찍 피었는지 벌써 잎이 다 떨어졌다.

 선생님의 서재에 영숙이의 '홀로 선 버드나무' 책이 올려져 있다

 주방 뒷쪽에 가족사진들이 아기자기하게 올려져 있다.

 효소를 담은 병들과 과일주들이 늘어서 있고 샘은 우리에게 매실식초를 병에 담아 주신다.

 주방에서 겨울을 지난 시금치도 챙겨 준다.

 주방 식탁 밑으로 다가온 고양이가 샘의 가방을 슬그머니 끌어 내린다.

 ㅋㅋㅋ 녀석 샘 가방에 간식거리라도 기대하는 모양이다.

 고양이에게 말 걸고 싶어서

 "가방 줄래?"

 노오란 털에 호동그란 노오란 고양이 눈을 들여다 보면서 슬그머니 잡아 다닌다.

 식탁위에 가방을 올려 놓는다.

 "샘 너무 이뻐서 선생님이 안아주는거 싫어 하지만 안아주고 싶어요."

 슬쩍 샘 옆에 가서 샘 어깨를 왼팔로 감아 끌어 당긴다.

 "샘. 사랑해요."
 "아이. 징그러워라."
 "ㅋ ㅋ ㅋ"

 전원주택의 마당을 나오는데 영숙이의 마음 한복판에 벚꽃 터널이 생겼단 것을 깨닫는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고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 지지 않을 수 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오늘 영숙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벚꽃 터널을 하나 더 마음 속에 만든 것이다. 

 

벚꽃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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