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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백로 역정(가출상경기)

by 영숙이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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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잘해줘도 한 가지 잘못하면 삐뚤어진다.>

  부활절
  매년 점심 금식을 했었는데 이번 고난주간에도 점심금식을 했다.
  화요일 오전에 무심코 과자를 먹어서 저녁 금식으로 바꾸었다. 그 때문에 마음에 걸려서 보통 토요일까지 하는데 이번엔 부활절인 주일 낮에도 금식을 했다.

  코로나 19 때문에 하루 한 끼 금식을 하고 있었지만 아침이나 저녁 금식이어서 고난주간 동안의 점심 금식과는 다르다. 직장이 아닌 집에서 하는 금식이라도 점심 금식은 힘들다. 월요일은 내처 잠을 잤다.

  시계를 목마르게 쳐다보다가 6시 지나자마자 윌을 까서 마셨다.

  화요일은 무심코 과자를 입에 넣어서 저녁 금식으로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물은 마시는 금식을 했다.
 

  "금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도하면서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까지 쉽게 지나갔다.

  토요일은 내일 하루 주일만 지나가면 된다 생각하고 보냈다.

 

  기도는

 

  "코로나 19 소멸하여 주세요."

  "이나라 이 백성 도와주세요"

  "다음 세대를 축복해 주세요."

  "축복의 통로로 행하게 도와주세요."

  "전 세계 팬데믹 도말하여 주시옵소서."

 
  주위에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주께서 복에 복을 더하사 지경을 넓혀 주시옵고 주의 손으로 도우사 환난에서 벗어나 근심 없는 축복으로 함께 하옵소서."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기도하고 절실히 기도한 건 한번이었나?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절실한 기도 하기가 쉽지 않다.

 

  새벽기도도 인터넷으로 드리는데 화요일 아침에 새벽기도를 놓쳐서 아침에 10시에 일어나서 인터넷을 켜고 예배드렸다.

 

  부활절 주일 아침.
  아침 먹고 났는데 원룸에서 연락이 왔다.

  "티브이가 고장 났으니 바꿔 주세요. 다른 호실 걸 쓰면 안 될까요? "
  "남편이 이따 12시에 가져다 드릴 거예요."

  얼마 전에도 장롱을 바꾸어 달래서 비 꾸어 주었는데 이번엔 티브이이다.

  코로나 때문에 혼자 있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장롱 받으라고 갔더니 반색을 한다.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다.

 

  장롱 인터넷 값은 7만 5000원 배송비 6만 원.

  차라리 가구 파는 곳에 가서 10만 원짜리를 사면 무료로 배송해주는데 최신 트렌드나 보기 좋은 것이 없을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다음번엔 인터넷 주문보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골라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티브이를 어떻게 깼는진 모르지만 또순이가 직접 나르기 싫어서 남편한테 부탁을 했었다.
  남편은 기꺼이 배달해 준다고 했고 안심을 하고 부활절 예배까지 잘 드렸다.

  "티브이 언제 가져 오셔요? "
  "언제 오세요? "

  자꾸 독촉하는 소리에 신경이 바짝 쓰여 1시에 가져다준다고 썼다.

  "부활절 달걀을 준다고 해서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달걀 받고 바로 갈게요"
  "저도 부활절 달걀 좀 주세요."
  "네 남편한테 가져다 드리라고 할게요."

  구역장이 부활절 달걀을 가지고 집 앞에 도착하여 준비했던 오렌지를 주고 달걀 2개를 받아 들었다.

  "더 없어요? 교회 안 다니는 사람이 달걀 좀 달라해서요"
  "없는데요"
  "여기저기 나누도록 좀 많이 만들지 그랬어요"
  "아 그럼 제 것 가져가요 저는 교회에서 가져가면 돼요"
  "그럼 미안하잖아요"
  "괜찮아요"

  달걀을 2개를 담은 조그마한 종이 가방 3개를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들어가 남편한테 원룸 사람한테 티브이 가져다주면서 달걀도 좀 주라고 앙증맞은 종이가방 한 개를 눈앞에 내밀었다.

  "뭐? 달걀을 주라고? 사람을 뭐로 보고 이런 걸 갖다 주라고 해?"

  달걀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막말이 쏟아졌다.
  흩어진 달걀 파편을 보면서 거실 의자에 앉아서 원룸 사람한테 사정이 생겨서 못 가니 비어있는 다른 원룸 비번 알려주고 티브이를 가져 가라고 하였다.

 

  얼굴 마주하기 부담스러워 남편한테 티비 가져다주라고 했다가 날벼락 맞은 것.

  달걀을 닦아 내는데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울면서 멍멍 짖고 있었다.

 

  그때 예수님이 사람들을 때린 것도 아니고 욕을 한 것도 아니고 병 고쳐 주고 사람들을 살려 주었는데 십자가에 달리는 억울한 일에도 잠잠히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으셨다는 생각이 났다.

  입을 다물었어야 했는데 벌써 멍멍 짖었으니 수습해야 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잘되기를 바랄 뿐인데 사람들의 죄악 된 속성이 하나님 따르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그걸 이기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기만 하면 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미안해 잘못했어. 아무 생각 없이 부탁했네. 다시는 그런 부탁 안 할게"
  "나가서 밥이나 먹고 오자"

  밥을 먹으려 식사 기도 하는데 저절로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속으로

 

  "남편을 불쌍히 여기시고 주님의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구원해 주셔요"

  저녁을 먹는데 목이 메었다.

  남편은 37년 전과 똑같다.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 책임은 진 셈 한테도 있다.

  진쌤이 변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남편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일 것이다.

  집에 오는데 비가 왔다.

  차에서 우산을 꺼내는데 그 우산 밑으로 들어가서 같은 우산 아래 나란히 걷고 싶지 않아서 윗옷을 뒤집어쓰고 무작정 집으로 달렸다.

  아침에 눈뜨면서 어떻게 가출할까를 궁리했다.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시간에 주저앉을까 봐 아이들한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서울 올라간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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