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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백로역정(가출 상경기2)

by 영숙이 2020.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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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가지 잘해줘도 한 가지 잘못하면 삐뚤어진다. >> - 가출 준비 

 

  가출 하려고 보니까 머리도 물을 안 들여서 하얗고 세탁물도 찾아와야 하고 ~ 할 일이 많다.

 

  "서울 가 있을께 ~ 미역 줄기 볶은 건 가져 갈게. 기름 너무 많다 해서. 파래 무침도 가져갈게 안 좋아해서."

  "세탁물 찾아다 놓을게."

  "난 집에서 먹을 기회 없으니 비름나물 하고 다 가져가요."

  "안 먹으면 버리세요"

  "비름 맛있는데."

  "과일을 못 샀음~ 사 가지고 들어가셔요.^^"

  "방울토마토 남은 거 냉장고에 넣어 놓았음"

 

  하얀 머리 감추러 미장원을 찾았다.

  다니던 단골 집이 있었는데 젊은 남자가 힘 있게 머리 감겨 주는 게 시원해서 다녔는데 중요한 행사에 갈색 머리로 물들여 달라니까 정말 검은 머리로 물을 들였다.

  집에서 아무리 감고 휑궈도 빠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까만 머리로 중요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 길로 그 단골 집에서 벗어났다.

 

  그다음부터 여기에서 한번 저기에서 한번 이렇게 물들이다가 얼마 전 큰 도로를 지나가는데 미장원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게 보였다.

  원래 큰 도로가 미장원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대기 타고 있어서 잘 안 갔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텅 비어 있는 거 보고 찾아갔다. 

 

  동네 미장원이 문 닫은 곳이 많아서 미장원 찾는 일이 번거롭다. 

  "미스 조 미용실"   

  한때 얼마나 잘됐는지 직원이 많아서 점심밥 해주는 아주머니를 따로 고용할 정도였는데 옛 명성이 되었는지 직원이 원장님 빼고 2명뿐이다. 

  덕분에 기다리지 않고 바로 헤나 물을 들이게 되었지만 그래도 물들이고 머리 감는데 2시간이다. 

 

  집에 와서 설거지하고 물건 정리하고 가방 싸고 옷 갈아 입고 빼먹은 거 없는가 확인하고 집 나서는데 벌써 5시다. 

  6시 30분이면 퇴근하는데 퇴근하기 전에 출발해야 한다.

  버스 타러 갔는데 모바와 선글라스 안 쓰고 온 것이 생각났다.

  모자는 화장을 안 하니까 반드시 필요하고 선글라스는 눈이 따가워서 필요한데, 아 참 반찬 싸 놓은 거도 안 가져왔다.... 망설이다가 시간이 30분 남은 거 보고 다시 집으로 헐떡헐떡.

 

  버스를 탔는데 교통 카드가 "틱"하고 소리가 난 후 숫자가 뜨고 카드를 떼려고 하는데 다시 티디딕 한다.

  놀라서 기사한테 "또 찍힌 건가요?" 물었더니 "아니요." 한다.

  지난번에 모르고 내리면서 또 찍었더니 2번 찍힌 적이 있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카드 사용내역을 폰으로 확인했지만 뜨지를 않는다.

  케이티 역사 도착할 때까지 확인하는데 안 떠서 결국 확인 포기하고 제일 급한 화장실부터 직행.

 

  방금 기차 하나가 출발했다.

  다음 기차는 1시간 30분 후에 있다. 

  너무 늦어서 환승을 찾아 오송역까지는 ktx 타고  오송역에서 srt 타는 기차표 를 끊고 무거운 가방 끼기 거리고 기차에 탔더니 기차 한 칸에 10 사람도 안 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운행하면 적자 누적될 텐데 그래도 철도청 직원들 월급은 다 줘야 하는데 그럼 결국 세금에서 인건비가 나갈 텐데. 하릴없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기차 좌석에 자리 잡고 앉아 던킨 도너츠를 입에 문다.

 

  기분이 나쁘거나 좋거나 기차 탈 때 먹는 던킨 도너츠는 맛있다.

  살이 찌거나 말거나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다.

  도넛 먹으면서 캔디 크러시 사가 한창 뛰고 포켓몬 잡히나 들여다본다.

 

  떠나는 건 때로 때로 필요하다.

  어디 로건 떠나는 게

 

  오늘을 똑같이 살면서 내일이 변하기를 바라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때로 힘들지만,

  주저앉아 안일무사를 탐닉하고 싶지만 

  일으켜 세워야 한다.

 

  성경에서도 친척 아비 집을 떠나라 했다.

  자신의 마음 밭을 무의식까지도 뒤집어엎어야 한다.

  생각이나 심리가 머물러 있을 때는 때로 실제적 움직임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남편하고 싸웠다고 핑계 하고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보니 내일 모래가 투표일.

  이번 투표에는 참석을 못할 거 같다.

  남편은 여전히 민주당 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다.

  민주당도 통합당도 아니고 3번을 찍으려 했는데 그것도 못하게 되었다.

 

  이래저래 투표 때문에 그러다 5월이 되고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보내겠지만 그런 일상도 축복이라는 걸 알지만 때로 떠남이 필요하다.

  오송역에 도착해서 기차 시간이 맞는가 몇 번이나 확인하고 바꿔타는 플랫홈이 맞는가 몇번이나 확인하고 타는 곳 6번 구역을 찾아 무거운 가방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제대로 기차를 타고 보니 srt도 역시 승객이 10명이 채 안된다.

  어디에 앉을까 망설이다가 밖에 있는 가방이 보이고 사람이 없는 좌석을 골라 앉았다.   

 

  "어데 집?"

  "기차임"

  "ㅇ"

  "원룸일 부탁 한할랴 했는데 서울 있으니까 으짤수 없네 ~ 달 201호 비번 좀 바꿔 줄 수 있음? 욕실 리모델링 다 끝났다는데 빠진 거 없나 확인해 주고 비번 바꾸어 주실 수 있음?"

  "싱크대도 확인해 줄 수 있어요?"

  "ㅇ"

  "감사합니다."

 

  밤 10시 도착.

 

  밤 10시에 갈 데가 있다는 게 감사할 뿐.

  이런저런 이야기 두런두런.

  섭섭했던 거를 털어놓는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남편이 100가지 잘해 주어도 한 가지 섭섭하면 이렇게 비껴가서 가출한다는 것을.

  사람이 아무리 주변 사람들한테 잘해주어도 한가지 어긋나면 삐뚤어진다는걸.

  잘해준 100가지는 기억하지 않고 삐낀 한 가지를 가슴판에 새기고 또 새기면서 섭섭해하고 있다는 걸.

  진쌤 역시 그렇다는 걸.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가 섭섭해하지 않도록 수없이 반복한다.

  수천번

  수만 번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참새도 사랑하거늘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너의 머리칼 하나하나 세어 보고 계신다고... 영원부터 영원까지 사랑한다고..."

 

  그래도 우리는 삐뚤어진다.

  "왜 이걸 이렇게 안 들어주셔요?"

 

  사람은 사랑의 폭이 좁다.

  때로는 자신을 사랑하기도 힘들 때가 있고 자신을 믿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하나님이 일하시고 계심에 감사한다.

  함께 하시고 도우심에.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힘들 때 잘 알지도 못하는 찬양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찾아보니까 "주 안에 있는 나에게(370장)"이다.

 

  1.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후렴 :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2. 그 두려움이 변하여 내 기도되었고 전날의 한숨 변하여 내 노래되었네.

  3. 내주는 자비하셔서 늘 함께 계시고 내 궁핍함을 아시고 늘 채워주시네.

  4. 내주와 맺은 언약은 영불 변하시니 그 나라 가기까지는 늘 보호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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