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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뜰

by 영숙이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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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3년이 지나고 앞베란다에 다육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재작년에 손님맞이용으로 동네 마트에서 천원짜리 3개 사다 놓은게 어느사이 번잡하게 늘기 시작했다.

40대 후반 쯤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면서 앞베란다에 누가 버려서 아파트 화단에 굴러 다니던 연산홍 화분을 들고 왔는데 봄이 되니까 환하게 피기 시작했다.
꽃이 피니까 보기 좋아서 시장에서 고추 모종도 사고 방울 토마토 모종도 사서 키우기 시작했다.
베란다에 고추도 꽃이 피고 방울 토마토도 꽃이 피고 상추도 키울까 하는데 다롱이 초롱이라는 시츄 두마리를 가족들 성화에 키우기 시작하면서 이 강아지들이 베란다에 꽃들을 다 따먹어 버렸다.

그래도 토마토도 열리고 고추도 열렸지만 강아지랑 같이 앞베란다에서 키우는 바람에 먹을 수 없어서 구경만 하다가 드디어 화분들을 전부 치워 버렸다.
강아지들 때문에 감당을 못해서이다.

강아지들은 수명을 다해서 18년 가까이 살았다.
이후 샐프 인테리어를 하고 그동안 쌓여있던 짐을 버리고 다육이 3개를 들여 왔다.

분갈이도 해야하고 새끼 친거를 분양도 해야해서 마사토와 영양 흙을 사다 놓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어버이 날을 맞이하여 오그르르 모여 있던 애들을 독립 시키기로 한 것이다

바닥에 신문지 깔고 흙들을 부어 놓고 핀셑도 찾아 놓고 일을 벌였다.
안쓰는 컵이랑 빈 화분이랑 한 곳에 모아놓고 마사토를 깔고 번잡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어제 엄마를 만나러 갔었다.
원래는 어버이 날인 오늘 갔어야 했지만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금오철야 싱어 때문에 어제 미리 갔었던 것이다.
오랫만에 얼굴을 뵈었는데 얼굴에 붓기가 좀 있었다.
엄마는 살이 쩠다고 했지만 코로나를 계기로 활동을 잘 안하셔서 혈액순환과 소변 배설에 소소한 문제가 생긴듯했다.
지하철 타고 걸어 왔다고 하니까 힘들게 걸었다고 택시를 타지 하고 말씀하신다.
젊었을 때는 일도 많고 시간도 쫓겨서 택시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시간도 많고 일도 없어서 걸어 다닌다고 힘들지만 걸어 다녀야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힘들수록 걸어 다녀야 건강해진다고.
걷기 싫을수록 걸어야 한다고

아직도 엄마는 과거에 살고 계셨다.
현재의 엄마는 현재에 계시지만 온통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생각과 과거에 알던 것으로 가득차 계셔서 그곳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계신다.

아무것도 못버리고 또 새로 생긴 것들을 모아놓고 쌓아놓고 계신다.
베란다부터 거실 그리고 방까지 온통 물건이 가득하다.

처음부터 그러시진 않았다.
아이들이 다커서 떠나고 빈둥지가 되었을 때 빈 둥지 증후군이 시작되었다.
맨 처음 시작은 앞베란다에 누가 버린 화분을 들여다 놓고 키우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차츰 차츰 베란다가 이런 저런 물건들과 화분이 뒤섞여 쌓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꽃들이 피고 금붕어를 키우고 머리에 커다란 모지를 쓴 금붕어 한마리는 거의 10년을 살았었다.
조그마한 금붕어가 진짜 커다래서 손바닥 만했고 머리 위로 모자를 쓰면서 나이 들어 보이는 금붕어가 되었다.
금붕어가 오래 사니까 눈치가 있어져서 밥주는 사람과 불청객을 구분해서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데 우리가 구경하는 것이 아니고 그 커다란 눈으로 우리를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엄마도 처음부터 그렇게 모을 생각은 아니셨을 것이다.
꽃을 들여다 보다가 한개씩 한개씩 늘어 났고 꽃 피우는 걸 들여다 보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를 붙여서 그렇게 됐을 것이다.

큰방.작은방.사랑방.거실.앞베란다.뒷베란다에 들어찬 물건들을 보면 몇트럭은 나올거 같다.

이제 물건을 모으는 시대가 아니고 물건을 버려야 하는 시대인 것을 어찌 어찌 이해 시킨다해도 그걸 깨닫고 삶속에 적용시키고 어떻게 실천하게 할 수 있을까나.
처음에는 몇번 이야기도 해보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결국 포기하고 그냥 바라보게 되었다.

엄마의 빈둥지 증후군에 아껴야 살수 있었던 시절을 겪은 엄마에게 생긴 물건 잡착증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선인장을 키우려니까 그런 생각이 더 든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도 결국 사람이 살자고 하는 것인데 물건 때문에 사람이 살기 힘들어진다면 그건 아닌 것깉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지켜 보면서 몇년전부터 쓸모없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면 버리는 만큼 공간이 생기고 또 쓸데 없는 것도 안사게 된다.
팔요없는 물건을 사면 그만큼 내가 사용할 공간이 줄어 들기 때문이다.
사는데 불편해지는것을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알면서도 때로 충동구매나 당장 필요하지않은 것을 살때가 있다.
이제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아직도 그럴때가 있다.
말하는 것도 이제 말할데도 없는데 가끔은 안해도 되는 말을 불쑥 불쑥 할 때가 있다.

평생 수련해야 할 것 뿐이다.
하나님 쓸데 없는 말 하지 않도록 도와 주시고 긍정적인 말 다른 사람에게 힘을 주는 말만 하도록 도와 주셔요.

마음부터 깨끗하게 하고 생각은 생각을 지으신 이의 뜻대로 하고 그러면 말도 달라질 것이고 따라서 행동도 달라지게 되면 당연히 삶도 변화 될 것이다.

절제하는 삶.
사랑하는 삶.

그걸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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