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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촌 의사2

스물세살의 수채화 29. 겨울 사람 마치 겨울의 한 끝에 서서 도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정두 씨는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직행버스 터미널 입구에 서 있었다. 자색 잠바에 동일한 색의 바지로 그의 얼굴을 보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빛은 자색 잠바 보다도 진한 자색이었다. 특히 뺨에서부터 목까지는 한층 진한 자색 얼룩이 피부를 팽팽히 잡아 다니고 있었다. 청산면으로 가는 고속도로 둔덕에는 아직 덜녹은 눈들이 보이고 마른풀 위로 따뜻한 햇볕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저쯤일까? 단발머리 소녀 때. 어쩌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세어보며 한 낮의 햇볕이 기울어가는 양을 지켜보던 곳이? 이젠 한사람의 사회인으로 굳어버렸지만 이곳을 지날 때면 그때의 꿈과 이상이 떠올라서 가슴이 따스.. 2022. 9. 6.
< 홀로선 버드나무 >2. 출발 오늘 아침. 출근하여 면사무소에 가서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는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자니 웬 반바지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면사무소 정문으로 들어서면서 안경 낀 눈으로 보건지소를 쓱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들고는 절걱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안경 속으로 쌍꺼풀이 크게 떠오른 눈 하며 털이 숭숭 나온 반바지가 낯선 여자의 시선 때문인지 부자연스럽게 현관을 지나서 이쪽 가족계획실 문을 열고 고개를 쓱 디민 자세로 물어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사무실 문턱에 고개를 부딪힐까 봐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고 있는 그 커다란 사람을 향하여 " 어제 발령받고 왔는데요! " 영숙이는 일어서서 책상 모서리를 꼭 붙잡고 대답을 하였다. " 아! 그래요? 난 이 .. 2019.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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