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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6

가을 이야기 2020 모르는 분들인데 허락받고 촬영하였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꼬리를 길게 끄을며 겨울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가을을 가을답게 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고 전혀 가을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닌데 계절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커피 한잔을 제대로 다 못마시고 찔끔 거리다 버리고 또 새 커피를 받아서 찔끔거린 느낌이다. 지인들을 만나서 낙엽을 밟으며 낙엽소리에 취했다. 제대로 된 가을을 만나고 싶어서 사람들과 공원을 가기도 하고 전원으로 나가기도 했지만 가을은 그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무엇에 정신이 팔렸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겨울 초입이 되었다. 두꺼운 겨울 바지와 겨울 옷을 꺼내 입는다. 그동안 찔끔거리며 만난 가을이라도 적어봐야겠다. 가을이 가을이 되지 못한 이유는 201.. 2020. 11. 13.
저무는 하늘에 기러기는 슬피 울며 날아 가는도다 (김인숙.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처용수필 제2호. 1996. 겨울) 한글을 깨친 이래로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 글 잘 쓰기로 이미 호(?)가 난 딸 아이는 무슨 글이든지 닥치는 대로 읽고 척척 외워댈 뿐만 아니가 나믈대로 그 글을 소화해서 대화에 잘 써먹는 재주로도 이미 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 흡혈귀 시리즈를 한동안 탐독하고서 흡혈귀 이야기를 잔뜩 써서 보여주거나, 탐정소설을 감명 깊게 읽은 후에 한동안 그럴싸한 단편 탐정물을 시도 때도 없이 써내는 데는 그저 입이 벌어질 따름이다. 다만 문제는 어려운 문자의 뜻을 초등학교 학생 수준으로 풀어내다 보니 종종 어른들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게 만들거나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점이다. 언젠가 제 아빠가 신문을 보다가, "결혼기념일에는 엄마랑 어.. 2020. 11. 8.
나팔꽃 우산 (김채영. 수필가. 처용수필 제2호 1996. 겨울) 딸애를 마중하기 위해 우산을 챙기다 창고 속에서 생소한 우산 한개를 발견했다. 아, 이 우산도 있었지! 얼마전 친정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우산이다. 평소 어머니가 아끼던 우산이라 한사코 사양했지만 새 것이 아니라 그러냐기에 받지 않을 수 없었던 우산. 알록달록한 격자 무늬가 새겨진 어머니의 우산은 손잡이 장식이 꼭 마음에 든다. 탄탄한 나무로 섬세하게 새겨진 목각인형이 품위를 더해준다. 얼핏보면 새 우산 같지만 우산을 받쳐주는 대의 관절이 누르무레하게 녹이 슬어있어 십 년이라는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셔서 거의 우산을 쓴 적이 없으니, 꽤나 정갈한 편에 속했다. 어머니는 애당초 우산을 쓴다는 것은 사치일 정도로 고단한 삶에 .. 2020. 11. 7.
들꽃 (김종한. 북정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직무대행. 처용수필. 제2호. 1996. 겨울) 내 고향은 첩첩으로 산이 둘러진 곳이였다. 하늘만 훤히 틔여있고 온통 녹음이 에워쌓는 마을은 녹색포장의 자연 그대로의 심산유곡일 뿐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그날부터 소를 돌보는 당번은 내 일과다. 풀밭으로 소를 몰아내면 풀어둔체 나는 잔디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귀가길의 내 팔굽 밑에는 독파된 책이 끼워져 있었다. 책장의 몇군데 빨간줄을 친 명구절이 선택되기도 했다. 마음속으로는 오늘 읽어 낸 책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상상의 환상에 젖어 노벨 문학상을 몇년안에 받을 것만 같았다. 동구밖 산을 따라 황혼이 한폭의 풍경화를 이루고 있었고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마을로 소달구지에 짐이 실려 들어오고 있었다. 밤하늘에는 .. 202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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