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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2

< 홀로 선 버드나무 > 35. 청자의 완성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올라가서 쌀 한주먹을 솥에다 올려놓은 후 방에 들어가서 책을 조금 읽다가 밥을 정말 맛있게 비록 반찬은 김치와 고추장과 참기름뿐이었지만, 먹은 후에 치우고는 마루 끝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쪼이면서 처마 끝에서 낙수가 떨어지는 것을, 연탄재가 부엌 옆에 나 앉아 있는 모양을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누가 빠꼼이 문을 연다. " 희영이 아니니? " " 밖에 안 나갔었어? " " 예 재미없어서 들어왔어요! " " 영재는 어디 갔는데? " " 애들하고 초등학교에서 놀아요! " " 너 심심하겠다. " " 좀 심심해요. " 희영이와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서 닭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빈 헛간으로 가서 헤집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곳 처마에서도 낙수가 잊지 않고 있다는 듯이 떨.. 2020. 1. 21.
< 홀로 선 버드나무 > 13. 홀로 서서 비를 든 면사무소의 용인 아저씨가 그 잎들이 숨 쉬며 대지 위에 향기를 맡을 사이도 없이 쓸어 모으고 있었다. 참 부지런 한 아저씨. 벌써 16년 동안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면사무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으로 해서 한시도 쉴틈이 없이 밤늦게 까지 일하시고 문단속하시는 아저씨를 뵐 때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월급날 되면 보건소에서 월급이나 타는 영숙이는 부끄러워지고 꼭 죄짓는 느낌이 든다. 나라에서 상을 주실 분은 16년 동안 한결같다는 바로 저런 분이지. 면장님 말씀대로 우리는 미안해서 어떻게 월급을 타는지. 특히 영숙이가 감명을 받은 것은 항상 노래하듯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 때문이다. 언제 보아도 기쁘게 일을 하고, 언제 만나도 웃음기 가득한 그 얼굴은 발그레 .. 201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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