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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당신

by 영숙이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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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 그리고 당신 >

 

나는

나의 이미지를 아낍니다.

당신이 당신 이미지를 아끼듯이

 

나의 모든 것을

하찮다고 탓하지 마셔요.   

너무 귀히 여기지도 마셔요.

 

나의 모든 것은 다만 나의 모든 것일 뿐.

당신의 모든 것이

다만 당신의 모든 것일 뿐이듯이.

 

나는

나의 날들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당신 날들을 사랑하듯이

 

우리들의 운명이 비껴갔듯이

서로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마셔요.

 

 당신은 당신 사랑에 충실하셔요.

 내가

 나의 사랑에 충실하듯이

 

  나는

  나의 생에 집착합니다.

  당신이 당신의 생에 집착하듯이

 

  고독하다고

  나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마셔요.

  존재하기에 고독할 따름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요.

 

  잃어버린 날들을

  찾으려 하지 마셔요.

  주어진 날들의

  따끈한 삶에 취해요.

                                                      1989. 5.

 

 

< 2. 나의 기차 >

 

  막 건너려는데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졌다.

 

  길고 긴 화물열차.

  나의 뒤로는 각양의 인간들이 점점 많아졌다.

 

  기차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나의 기차도 이렇게 지나갔다는 생각을 했다.

 

  기차 시간에 대이지 못하고

  그저 지나가는 것을 구경했더랬다.

 

  지나가던 기차가 선로를 바꾸고

  뒷걸음 쳤다.

 

  나의 기차는 보이지도 않건만

  뒤로 가는 길고 긴 화물열차.

 

  내 생애에 주어졌던

  기차를 잊기로,

 

  기차를 놓쳐버린 안타까움을

  버리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천천히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 2. 마른 나뭇잎 >   

 

  김소월의 영역 시집 갈피에 간직했던

  마른 나뭇잎.

 

  못다 누린 사춘기,

  못다 해본 사랑까지.

 

  칙칙하게 바랜 꿈,

  쳐다만 본 환상까지.

 

  현재의 사랑으로

  채우고자,

 

  가슴속에 가득한

  마른 나뭇잎들을

  추억들을 비운다.

                                                                     1990

 

 

< 3. 수리 조선소 >

 

  상처 입은 마음 꿰매려고

  녹슨 얼굴로 찾아온

  수리 조선조.

 

  녹 벗기고

  망가진 곳 뜯어내

  산뜻하게 색칠하고

 

  항해를 기다리는 배.

 

  출항 소리와 함께 나아 가는데.......

 

  상처도

  흉터도 지웠지만

 

  인생의 중년은 속일 수 없어

 

  평범한 여자의

  마지막 수리 조선소.

 

  나의

  詩.   

                                                                 1990. 7

 

 

< 4. 치자 꽃에 대한 단상 >

 

  유월이 되면

  하얀 치자 꽃잎에,

  향기에

 

  앓는 몸살.

 

  7월도 중순

  여전한 치자 향기

  하얗게 웃는 꽃잎들.

 

  푸른 숲 속에서

  눈부신 너처럼 살 수 있다면

 

  사로잡는 

  너의 향기 같은

  살아감이 된다면.

 

  삶을 할퀴어야 할수록

 

  하얀 치자 꽃잎에

  향기에

 

  앓는 몸살.

                                                       1990. 7   

 

 

< 5. 어머니의 장구소리 >

 

  자식들이 장성하여 떠나 버린

  빈 둥지

 

  울려 퍼지는 장구 소리.

 

  배움이 소망이시더니

  허한 가슴에 배워 담는 소리.

 

  큰 아들이 보고 싶을 때

  굿거리장단.

 

  막내딸이 생각나면

  세마치장단.

 

  회초리 한번, 이름 한번 막 대하지 않고

  속으로만 아픔을 삭이시며

  5남매를 키우신 어머니

 

  장구채로 약해지는 마음 다잡아

  두드려 대는 소리.

 

  어머니

  평생의 한 가락으로 풀어

 

  자식들이 장성하여 떠나 버린

  빈 둥지

  울려 퍼지는 장구 소리.

                                                          1991. 5   

 

◐  예수 믿기 전의 나는 무엇을 쓸지 몰랐다.

      삶은 허무하고 소망이 없었다.

 

      예수님을 만나고 예전에 썼었던 글들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쓴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게 하시고 쓰는 길로 인도하신다.

 

     주님.

     제뜻대로 쓰지 않게 하시고

     주님의 뜻대로 쓰게 하시고 주님의 뜻을 찾아 가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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