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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꽃 아래에서

by 영숙이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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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등나무 꽃 아래에서 >   

 

  등나무 아래 앉아 잠기는

  꿈.

 

  머리 위로 풍성하게 물결치는 등나무 꽃

  아가의 살내음같은 향이 온 가슴을 감싸고,

  간지럽히는 바람

  잎사이의 밝은 햇볕

  숨박꼭질하는 왕벌들.

 

  우리 아가에게

  태어나는 모든 아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 모든 것을.

 

                                         1985. 5.

 

 

< 2. 꽃중에 그런 꽃이 없다 하더이다. >

 

자고 나면 방긋 방긋

날마다 달라지는 우리 아가

꽃 중에 그런 꽃이 없다 하더이다.

 

하품하면 눈물도 고이고

입안에 침도 고이기 시작하는 우리 아가

콧물이 나오네

 

엄마 얼굴 알아 보나?

방긋

아빠 목소리 알아듣나?

고개 돌리는

아가, 우리 아가야!

 

꽃은 피면 시들고

해는 떠오르면 지지만,

 

자고 나면 방긋방긋

날마다 달라지는 우리 아가

꽃 중에 그런 꽃이 없다 하더이다.

                                        1985. 10

 

 

< 3. 엄마는 거짓말쟁이 >

 

눈 꼭 감고

눈물 없이 울음 터트리고

매일 잠자는 우리 아가

 

눈을 뜨기도

슬며시 웃고 하품하고

찡그리고 재채기에 딸꾹질인

잠보 아가.

 

엄마는 아가 생각에 꽉 차

하루에 세 번씩이나 거짓말한다네.

아가 자랑한다네.

                                   1985. 10

 

 

< 4. 아가와 미소 >

 

삼복더위 중에 태어난 우리 아가

땀띠분 바르고

조그만 손가락 움켜쥐고

잠을 잔다.

작은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바람처럼 스며 있는 배넷 미소 지으며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힘껏 기지개 켜고,

 

울면서 젖 찾다가

작은 배 채우면

웅얼거리며 잠들고,

 

엄마 얼굴에 피어나는 소리 없는 미소.

                                                   1985. 11.   

 

 

< 5. 아가야! >

 

아무리 불러도

도무지 싫증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어떤 시인의

좋은 시보다도

상큼한 시.

 

어떤 화가의

훌륭한 그림보다도

예쁜 그림.

 

아무리 불러도

도무지 미움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어떤 마술사의

그럴듯한 묘기보다도

놀랄만한 마술.

 

어떤 자연의

아름다운 자연보다도

완벽한 자연

 

세상의 모든 향기로움과

사람의 온갖 사랑스러움을 가진

존재의 전 가치

 

아가

아가야!

                              1985. 11.       

 

< 예전에 써서 시집으로 만들어 놓았던 졸작을 손자가 태어나서 다시 들여다본다.

   이런 졸작을 시집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팔았다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 아기를 키우는 심정은 다 같으리라 생각하고 적어본다.>

 

                                              < 윗글이 들어있는 시집과 순서쪽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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