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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City life of JINNSSAM

City life of JINNSSAM 3.

by 영숙이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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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편 23 : 6) -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삶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시야. 관점. 가치관. 생각을 변화 시킬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시다.

 

1. 삼호 막창집.

 

  아버지가 촌스럽게 교감 선생님에게 돈봉투를 주셨다.

  셈 첫 한 달 월급을 8만 6000원 받았으니까 아버지가 주고 가신 20만 원은 무척 큰돈이었고 아버지는 그렇게 아버지 노릇을 하셨다.

  이후락 재단이어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감 선생님은 난감하셨는지 교련과 회식하라고 10만원을 교련과 부장에게 주셨고 나머지는 학교 친목계에 주셨다.

  교련과 교사가 3명 뿐이니까 교련과 부장은 체육과도 같이 가자고 하였다.

 

  "삼호에 있는 막창 집에 갑시다."

  "택시 타고 갑시다."

 

  잘 구운 막창은 정말 맛있었다.

  어렵기만 한 남선생님이 4분 이셨고 그래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였다.

 

  계산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준 봉투라는 것을 몰랐던 진쎔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이었다.

  아버지가 주었는지도 몰랐고, 그냥 이렇게 얻어먹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였다.

  부장 선생님은 괜찮다고 마음 편히 먹으라고 했지만 진쌤이 안절부절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음식 값이 거의 6만 원 가까이 나왔다.

  부장 선생님이 계산하셨고 진쌤이 어쩔 줄 몰라하니까 아버지가 교감 선생님에게 봉투 주고 가신 이야기를 하였다.

  교감 선생님이 회식하라고 주셨다고.

  아버지는 한 달 후에 대전 갔을 때 이야기하셨다.  

 

 

2. 얕보이지 마세요.

 

   4월 말.

  교무실 바로 앞에 목련 꽃나무에 꽃잎이 피었다.

  자색 목련 나무.

 

  목련 나무가 꽃잎을 피워 올리면,

  이젠 봄이 왔다고,

  겨울이 지나갔다고,

  종을 울리는 것이다.

 

  이제 이론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제식 훈련을 시작해야 했다.

  백바지에 흰 샤쓰에 하얀 모자와 하얀 장갑.

 

  40대의 상과 영태 선생님이 교무실 앞 비탈길에 있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옆에 앉더니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애들한테 얕보이면 안 돼요. 한번 얕보이면 앞으로 계속 힘들어져요."

  "어떻게 해야 얕보이지 않는대요?"

  "애들한테 무섭게 해야 해요. 그래야 얕보이지 않아요."

  "한 번만 무섭게 하면 애들이 함부로 하지 않아요."

 

  1학년 5반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막 올라와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아직 서로들 익숙해지지 않았고 어색했지만 착했고 좋은 아이들이었다.

  험 잡을 일이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잡으려면 뭔가 트집을 잡아야 했다.

 

  23살.

  아이들이 한번 얕잡아 보기 시작하면 감당 못할 것이다.

 

  교무 회의를 마치고 교실로 아침 조례를 하러 교무실 앞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거기에서 1학년 5반 교실이 들여다 보였다.

  교실을 들여다보니 몇몇 아이들이 자습시간인데 아이들 사이에 서 있다가 담임 선생님이 오는 걸 보고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앉고 있었다.

  작은 막대기를 들고 가면서 진쎔은 그 아이들을 눈여겨보았다.

 

  "아까 애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애들 다 나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앞으로 나오라고."

  "아까 내려오면서 다 봤거든."

  "빨리 안 나오면 반 전체 맞을 줄 알아."

  "누가 자습 시간에 돌아다니라고 했어?"

 

  주로 뒤쪽에 아이들이 앞쪽에서 다른 아이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순진한 아이들이 다 앞으로 나왔다.

  나온 아이들에게 손바닥을 내밀라고 해서 2대씩 힘껏 때려 주었다.

  그다음부터 아이들은 자습 시간에 절대로 돌아다니지 않았고, 진쎔 말 한마디에 칼같이 움직여 주었다.

 

  지금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어떻게 애들을 때리고 친해질 수 있을까.

  참 바보 같은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런 훈수를 둔 영태 선생님 ㅠㅠ ~ 혹시 그게 아이들을 빨리 잡을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되면 아이들과 소통하는 거는 물 건너간 건데 ~ 어쨌든 그 덕분이었는지 1년 동안 반에서 애들 때릴 일은 생기지 않았었다.

 

  부끄럽지만 진쎔은 그렇게 시작하였다.

 

 

3. 웃으면 3대.

 

  운동장 수업을 하는데 무조건 모이면 운동장을 3바퀴 뛰고 수업을 시작하였다.

  진쎔은 23살.

  운동장 한 반에 3바퀴씩을 돌면 4시간이면 12바퀴.

  그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는 나이였다.

  아이들과 함께 뛰는 게 좋았다. 

  호각을 불면서.

 

  뛰고 나면 체조를 하고 줄을 세워 차렷 열중쉬어 우향우 좌향좌 뒤로 돌아 등등 제식 훈련을 하였다.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조례대 위해 당당하게 딱 버티고 서서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데,

  웃으면 3대, 움직이면 3대, 장난치면 3대. 

  그래도 여고생들은 웃고 싶다.

  그러다 걸리면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몽둥이로 궁둥이를 한 대 때렸다.

 

  한번 때리고 나니까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고서 아무도 웃는 아이는 없었다.

  또 다른 반에 소문이 나서 조회대 위에 서서 한 번만 소리 질러도 제대로 움직여 주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가장 안 좋은 수업 방법 중에 하나였다.

  41년 전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1979년

  23살 때 진쎔의 이야기.

 

  한번 그렇게 시작하니까

  운동장 뛰는 것도 재미있었고,

  체조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제식 훈련하느라 소리 지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때 고1이었던 애들아.

  지금은 50대 후반이 된 제자들.

  58살 된 울산 여상 제자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진쎔 용서해줘요.

 

  어느 골목을 지나가다가 마주치면 아는 척을 안 한다.

  진쎔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제자들도 많다.

  그래도 지나가면서 킥킥 웃으며 힐끔 거리는 것보다는 아는 척하면 하면 좋을 텐데...

  남편들하고 같이 갈 때는 보통 남편들이 힐끔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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