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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City life of JINNSSAM

Marriage life of JINNSSAM 8

by 영숙이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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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편 23 : 6) -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삶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시야. 관점. 가치관. 생각을 변화시킬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시다.

 

<< 35살 (진쎔의 결혼 생활  예수 믿기 이전과 예수 믿은 이후(40 이후)로 나                   뉘어진다. 지금 쓰는 내용은 예수 믿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1.

 

  문득 뒤돌아 본 진쌤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인생에 있어 자신감을 잃어버린 패배자의 모습처럼.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진쌤에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인생에 있어 슬퍼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두려운 것이 아닐까? 

 

 

2.

 

  답답함 그리고 가슴이 꽉 막힘.

  아무 생각도 그리고 아무 일도 하기 싫다.

  아파트란 그런 의미에서는 가장 나쁜 환경에 해당됨.

  주위를 둘러보아도 확 트인 것은 하나도 없으니 시야도 없고, 우러러볼 하늘 한 뼘 없으며 보이는 것은 그 시안 적인 것뿐이다.(도성 아파트 22평)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기 마련인데 이럴 때일수록 독서가 도움이 되련만 독서도 안된다. 아마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일터.

  발령이 결정되면 덜 걱정이 될 듯.

 

  오랜만에 소설을 꺼내 본다.

  벌써 20년 전에 썼었던 소설을 꺼내어 새삼스럽게 헤집어 본다는 것도 우습지만 진쌤에게 주어진 능력으로써 가장 가까이 해낼 수 있는 것은 역시 글쓰기이다.

  오랫동안 해왔을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쌤에게는 취미 생활이라고 나름대로 있는데도 힘이 드는데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은 더욱이 취미생활이나 생활의 목표가 없는 이들은 어떨까.

  생활에 활력을 잃고 방황하는 요즈음 사회적 우울증의 확산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먹고살기 힘든 것도 아니고 아우성치며 자식과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집안일이나 들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 1정 연수 때문에 남선생님들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옷을 잘 입은 주부가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못 빼고 쩔쩔매니까 

옆에 남선생이 빼주면서 혀를 차던 기억이 난다.

  '집에 들어앉아 있으니 커피 자판기 하나 뺄 줄 모르네.'

  시대에 뒤떨어져서 점점 더 변화해 가는 주위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3.

 

  한 해가 흐른다.

  이제 진쌤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다들 아는 이 평범한 사실이 또 진쌤을 초조하게 한다.

  언제나 시간 앞에 마주 서면 초조했었다. 그런데 이즈음의 초조엔 색갈이 다르다. 

  진쌤이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잃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티브이 드라마 '사랑을 위한 아다지오'를 보면서 울었다.

  울었다기보다는 저절로 진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고 표현을 해야 할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고 기어이 고소를 한 부인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도록 만든 그녀의 처사를.

  그래서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 자식을 그리워하면서도 부인의 마음을 끝내 아프게 하기 위해 형을 살았다는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도 있어서 두 번째 부인과 모든 것을 체념 함고 아울러서 벌을 받는 마음으로 20년을 살았을 것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색깔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세상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 색깔의 사람들이 가지각색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

  난 어떤 색깔의 사랑을 하였을까.

  타인에게 내 모습은 어땠을까.

 

  언제나 나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다.

  자신의 인생이기에 자신이 살아 내어야 한다는 생각 만으로 가득 차서 달려왔었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4.

 

  학교 교문 통 진입로를 포장한다고 예고하였었다.

  그런대로 쓸만한 진입로를 왜 포장한다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시멘트로 된 진입로의 부분 부분이 약간의 손상이 있기에 아마도 그걸 다시 하려 나부다 생각하였었다.

 

  포장 공사가 있다는 일요일이 지나고 마침 비가 제법 많이 오는 월요일 출근길.

  교문을 들어서는데 발견한 것은 기름이 고여 든 빗물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검은 콜타르의 얼굴.

  으 ~ 악

  그런대로 말간 얼굴의 포장길이 저토록 시커멓게 공해 물질로 뒤덮이다니

  비가 개인 오후에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 길을 밟고 가는 기분이 별로였다.

 

  낭만 하고는 담쌓았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진하게 화장한 얼굴도 예쁘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익숙해질는지 누가 아나.

 

  아지랑이가 가물가물 피어오르고 한여름이면 열기를 흡수한 아스팔트에서 김이 오르고 끈적끈적하니 신발 바닥에 콜타르가 들어붙을 것 같다.

  요즈음 콜타를 구하기도 어렵다는데 어디서 저리 구해서 해놨는지.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 손상을 입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다.

 

  어제는 다 마른 아스팔트 위에 흰색 페인트를 칠한다고 하더니만 오늘 아침 등굣길에 보니 까만 도로 위에 하얀색도 선명하게 찍여 있다.

  그런대로 봐줄 만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봐도 그 하얀색까지 생경스럽게 와 닿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기나 말기나 진쌤은 지금부터 산책을 나가야 하겠다.

  산책을 나가서 맑은 공기 대신 콜타르 냄새를 맡아야 하겠지만 할 수 없지.

  산다는 일은 어쩌면 주위의 환경에 익숙해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1996. 6. 20. 수요일.

 

 

5.

 

  토요일 오후.

  피자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점심을 먹고 퇴근했다면서 쉬려고 자리를 잡는 남편 얼굴을 피자 사주길 기대하며 쳐다본다.

 

  "피자가 뭐 맛있다고. 그걸로 끼니가 해결돼?"

  "몰라요. 아이들한테 물어보세요. 너희들 뭐 먹고 싶니?"

  "피자. 피자. 피자."

 

  비가 부슬부슬 오는 거리를 내다보면 피자헛 가게로 가니 오늘이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다.

  비가 오는 탓도 있고 피자헛 앞의 올림푸스 백화점이 도산하여 문을 닫은 탓도 무시 못할 거다. 

 

  사실 진쌤 세대야 아무리 맛있다 하여도 피자로 끼니를 대체할 수는 없다. 

  밥을 먹어야 밥을 먹은 거 같으니까.

  조금 미안해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고르려고 하니까 웬일로 가장 큰 사이즈를 시키라 한다.

  얼른 시키고는 허겁지겁 먹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 조각씩 입안에 떼어서 넣어 보지만 사실 뭔 맛인지 모르겠다.

  그냥 밀가루요. 피자 치즈라고 맹맹하기만 하고 국물도 없고.

  콜라로 목을 적시지만 낯설기는 마찬가지.

  어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입안에 넣느라 정신이 없다.

 

  "내일 동창회가 있는데 부산에 가야 돼."

  "혼자요? 몇 시요?"

  "내일 한시까지 가야 하니까 열한 시에는 출발해야지."

  "그래서 피자 샀네. 내일 우리끼리 두고 가려니까 미안해서."

 

  한 조각 먹고 나니 더 이상 못 먹겠다.

  배는 안 부르지만 입에서 자꾸만 거부하니 어쩌랴.

  콜라만 마시고 있는데 아이는 벌써 3조각째.

 

  밤늦게 2시 반까지 비디오를 보던 아이가 일요일 아침 점심이 다돼가려 하는데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남편은 싱글벙글, 직행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겨우 깨운 아이와 점심을 먹고 이모와 전화로 약속을 하고는 고수부지로 택시를 타고 갔다.

 

  큰 애를 로울러 스케이트 장에 입장시키니 작은 애도 한다고 울어서 로울러를 신겨 데리고 들어 가니 자꾸만 넘어지고 그냥 무턱대고 밖으로 나간다 한다.

 

  '그럼 그렇지. 4살짜리가 무슨 수로 로울러 스케이트를 탄다는 말이고'

 

  입장료가 아까워 신을 바꿔 달라고 해서 나이 먹은 진쌤이 타려고 하니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스케이트를 탔던 실력으로 천천히 밀고 나가니 제법 재미가 있다.

  엉거주춤한 아이보다도 낫다.

  그래도 시합을 하니 어림도 없다.

  아무리 넘어지지 않으려 해도 몇 번 나뒹굴고 청바지 무릎도 찢고 무릎도 까졌다.

 

  한참 하다 보니 스케이트 장에 아이들이 별로 없다.

  혹시 나를 교외지도 나온 사람쯤으로 아나?

  제 발이 저리다고 괜히 신경 쓰이면서 땀이 나려고 하는데 아이들 돌보기에 지친 이모가 가자고 한다.

 

  이모 집에서 저녁을 먹고 워터 월드란 제목의 비디오도 보고 이제 많이 늦었다고 혹시 남편이 집에 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집에 오는데 큰애 하는 말.

 

  "이모는 하나도 못 놀고 일만 하데. 애기만 보고."

  "나도 아까 청소했잖아."

  "뭘 계속 놀던데."

  "엄마가 노는 거 같아서 배가 아파? 이모 집에 처음 간 건데. 이모가 우리 집에 오면 내가 다 하잖아."

  "엄마가 노니까 배가 아파 ~ "

 

  웃으면서 대꾸하는 아이 말이지만 늘 일하는 모습만 보여준 진쌤에게도 잘못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놀고 있는 진쌤이 낯설어 보이는 게 사실일 테니까.

  혹시나 기대하며 왔지만 역시나 아직 컴컴한 집안이다. 아이도 기대했던 듯.

 

  "에이, 아직 안 왔잖아."

  "가족들 다 두고 하루 종일 안 들어오네."

 

 

6.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마신다고 뭐라 하면 할 말 없지만, 바쁜, 가히 전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아침을 치르고 나서 출근하여 한숨 돌리고 커피 한잔 하는 기분이란.

 

  요즈음 산책을 거의 못하여서 산책 겸 커피를 마시려고 자판기 커피를 들고 등나무 아래 서니 무성한 등나무 가지 위로 등나무 꽃이 한송이 보인다.

 

  벌씨 씨가 다 여물어서 이제 콩깍지처럼 벌어지려고 하는 마당에 꽃이 피어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꽃이 피어 있네. 늦둥이로군."

 

  다른 등나무는 벌써 길게 뻗은 가지들을 전부 전지가위로 잘라서 단정하게 이발한 모습으로 있는데 유독 이곳 매점 앞에만 그대로여서 길게 뻗은 가지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뻗어서 보기 좋은 모습을 하고 있고 거기에 콩 모양의 씨앗들이 조롱조롱 달려있었다.

 

  늦둥이라도 아예 안 피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늦게라도 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서 자기의 할 일은 다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항상 말하고는 한다.

  꼭 해야 할 일 있은 줄 알면서도 외면하면서 하는 말.

 

  "바빠서."

  "한다 한다 하면서 잘 안되네요. 바빠서요."

  "해야 하긴 할 텐데요. 바빠서."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나가는 시간은 막을 수도 잡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마냥 넘치게 많은 것도 아니다.

  한정된 시간과 주어진 시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미루지 않아야 한다.

  할 일인 줄 알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언제인가는 할 것이라고 마냥 기대고 미루고 그러다가 체념하고 그러면서 마음을 비우라고 자신을 설득한다.

  주어진 대로 사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그저 자기가 흘려보낸 시간에 대한 변명을 한다.

 

  물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였다고 당장 무엇인가가 변화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무엇인가로부터 소외당하는 느낌까지 들기 마련.

  그러나 시간을 향하여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란 역시 가만히 무기력하게 보내는 것이 아리라 뭔가를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웠다고 하지 말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하지 말자.

 

  진쌤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체념으로 마음을 비우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어떻게 평화로운 얼굴로 지금을 살아 낼 수 있을까.

 

  무엇인가 해보려고 그토록 노력한다고 하여도 결국은 진쌤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마음을 비우고 체념을 하는 것이 전부인데 결국 도전도 없이 굴복하고 마는 것이 진쌤의 전부라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노자도 말했다.

  순진하거나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간다고 하여도 전혀 모른 채 그런 것은 바보와 한 가지이며 알면서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순진하거나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은 현명한 것이라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무조건 비운다면서 외면하지 말자.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하는 데까지 하다가 조용히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진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늦었다 하더라도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전혀 아무것도 안 하고 체념하는 것보단 훨씬 낫다.

 

  그냥 포기하지 말고 무모하다고 하여도 좋다.

  열심히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짓이라도 좋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가정의 화목도 마찬가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저 무기력보다는 낫다고.

  진쌤이 늦었다 생각 든다 하여도 시도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것을 기억하자.

  진쌤.....

 

                                                   1996. 6. 14일 아침에 학교에서.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편 23 : 6) -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내 삶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시야. 관점. 가치관. 생각을 변화시킬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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