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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2

스물세살의 수채화 32. 크리스마스 ♣ 영숙이는 아침부터 싱글 ~ 싱글 ~ 진료실에 건너가서 윤선생님에게 말 붙일 시간을 기다렸다.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 윤선생님에게 꼭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을 하니까 저절로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아침 일찍 방문하는 환자들이 다녀가고 진료실이 한가해진 11시쯤에 건너갔다. 선생님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계셨다. 글씨를 못쓴다면서 여러 번 다시 쓰고 ~ 다시 쓰고 ~ 매번 얼마나 정성을 다해서 작성하는지 모른다. 글씨를 못 쓰기는 못 쓴다. 아무렴 어떠려고. 그런데도 이런 사소한 것으로 성의가 있네 ~ 없네 ~ 일을 잘하네 ~ 못하네 ~ 평가받는다면서 정말 정성을 다한다. 난로 옆에 서서 영숙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윤선생님을 바라보.. 2022. 9. 9.
< 홀로 선 버드나무 > 30.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럴 송이 다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숙은 친구 보영이와 함께 음악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오늘 올 나이트를 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참 보영이와 수경이와 함께 입방아를 찧던 영숙이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다방 저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목 전체에 상의 깃을 높이 세우고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고 있었다. 털목도리와 모자를 쓴 그는 바로 황정두 씨였다. 우울함 자체 인듯한 그의 시선을 망연히 쳐다보았다. 사실 그는 딱히 이쪽을 향한 것 같지도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지만, 다만 어두운 실루엣처럼 검은색 복장으로 코와 눈 부분만 내놓은 채 혼자 팔짱을 끼고 시간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영숙은 가슴이 아팠다. 그의 고독과 ..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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