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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30. 크리스마스

by 영숙이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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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럴 송이 다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영숙은 친구 보영이와 함께 음악 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오늘 올 나이트를 할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한참 보영이와 수경이와 함께 입방아를 찧던 영숙이는 문득 시선을 느끼고 다방 저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목 전체에 상의 깃을 높이 세우고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사람이 이쪽을 건너다보고 있었다.

   털목도리와 모자를 쓴 그는 바로 황정두 씨였다.

   우울함 자체 인듯한 그의 시선을 망연히 쳐다보았다.

   

   사실 그는 딱히 이쪽을 향한 것 같지도 않고 이쪽을 바라보는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지만, 다만 어두운 실루엣처럼 검은색 복장으로 코와 눈 부분만 내놓은 채 혼자 팔짱을 끼고 시간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영숙은 가슴이 아팠다.

   그의 고독과 그가 느끼고 있을 사회의 냉담이 그대로 영숙이의 가슴 안에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작년 간호학교 3학년 때 한 달 전 3월에 퇴원한 황정두 씨를 병원 복도에서 만났다.

   

       " 여! 안녕하셔요? "

 

   그의 고함치는 듯한 인사에 영숙이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 아 네. 안녕하셔요? 경석이는 어때요? " 

       " 경석이요? 저 퇴원하기 얼마 전 죽었어요. 아가씨 책을 가슴에 껴안고요. "

       " 어머 그랬군요. 오늘 웬 일로 병원 오셨어요? "

       " 병원 안에 일자리 알아봐 준다 했거든요. 그래서 어찌 됐나 알아보려 왔어요! "

       " 지금 어데 계셔요? "

       " 교회에 선교사들이 모이는데 임시로 거처하고 있어요! 그럼 갑니다! "

 

   그의 활기찬 뒷모습에 미소를 띄워 보냈다.

   

   며칠 후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 황정두 씨가 서 있다가 영숙이에게 인사를 하였다.

   병원에서 간호원 복을 입고 환자와 간호사라는 입장에서 만나다가 처음으로 병원 밖에서 만나는 것이다.

   인사를 하고 뭐라고 이야기라도 걸어야 하지만 그날따라 황정두 씨는 다른 때보다 침체된 얼굴로 자신 없는 인사를 했고,

   영숙이도 인사를 한다는 것이 피하는 모양으로 얼른 지나쳐 버렸다. 

   

   왜 그랬나 싶으면서도 사실 황정두 씨가 민감하게 영숙이의 얼굴을 살피는 것 같았고 영숙이도 그의 어둡게 반짝이는 시선과 그의 흉측한 얼굴에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 그는 혹 거리에서나 병원 앞에 횡단보도에서 부딪혀도 인사를 하지 않았고 영숙이도 오히려 그 편이 마음 편했다.

   

   여러 번 만나던 그의 모습을 못 보게 된 것은 그 후 2~3개월이 지난 후 병원 잡역부 일자리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였다.

   그에게 완벽하게 정상인 곳은 목소리와 걷는 일 정도로 손을 쓰는 일도 그렇고 우선 외모에서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에 병원에서 거절을 당한 것이다.

 

   사람의 외상은 윤선생님 같은 외과 의사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치료할 수 있지만 다 치료된 이후 사회 적응 문제와 영적 문제는 외과 의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 베푼 의술이 전부인 것이다.

   영숙이도 황정두 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황정두 씨를 위해 기도도 하고 나름 최선을 다해서 간호를 하였지만 거기까지인 것이다..

 

   다방 한쪽을 동그마 하게 어두움으로 채운 황정두 씨는 조금치도 움직이지 않고 의자 속에 하나의 정물처럼 시선까지도 고정된 체 앉아 있었다.

   이 밝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저 사람 머릿속을 채운 어두움은 어떤 것일까?     그 무섭게 번득이던 삶에의 집착이 사라진 눈동자는 섬뜩한 한기조 차 느낄 정도로 무관심이라는 벽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날 다방에서 황정두 씨가 그렇게 어둠에 쌓여 있는 모습을 만났던 크리스마스이브.

   보영이와 수경이를 만나서 올 나이트를 하러 교회에 간 것이 아니고 나이트클럽에 갔었다.

   

 

 

   재작년 가을에 수경이와 같이 대전 시내를 싸돌아 다니다 영숙이네 동네에 살던 고등학교 동창 혜자네 오빠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수경이의 친화력이 금세 혜자네 오빠와 친구가 되어 만나고 다니더니 그 오빠가 아르바이트하는 나이트클럽이라고 하였다.

   혜자네 오빠는 미술 전공으로 결핵이었는데 방탕하게 생활하는 데다 제대로 치료를 안 해서 만성으로 이행되어 수경이가 만나고 다닐 때도 전염력이 있는 상태라고 영숙이가 수경이 한테 경고했었다.

 

      ~ 그 오빠 만성 결핵이래. 그러니까 고만 만나고 다녀. 치료를 하다가 말다가 또 집 밖에서 마음대로 생활해서 전염된다는데 어쩌려고 그래? ~ 

   

   인동 쪽에 있는 크지 않은 나이트클럽이었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젊은 남녀가 모여서 신나게 흔들다니 놀라웠다. 

   영숙이도 친구들과 같이 흔들면서 오히려 말짱한 정신으로 흔드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보영이와 수경이를 교회로 인도해야 하는데 전도는커녕 같이 어울리면서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봄에.

   수경이는 학교에서 검사하는 X - RAY 검사에서 결핵이 발견되었고 매일 약을 한주먹씩 먹었었다.

   영숙이도 지난 1월 취업 건강 검진에서 미약한 경증 결핵이 발견되어 2달 동안 매일 보건소에서 주사 맞고 약을 한주먹씩 6개월 먹고 난 후 보건소에 배치되던 지난여름에는 완치되었다고 판명되었지만 결핵의 무서움이 끝까지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약 타러 가면 의사가 웃었지만 그 후 2년 동안 더 결핵약인 아이나를 복용하였다. X -RAY는 처음에는 3개월마다 그 후에는 6개월에 한 번씩 찍으러 다녔다.

   

   한번 병에 걸렸던 사람은 본인도 모르게 그 병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고 영숙이는 건강염려증 까지는 아니어도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그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얼마 전 집에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생인 성숙이를 만나 그녀가 이번 겨울에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다.

   교회를 옮겼는데 목사님이 중매해서 같은 교회 신도와 결혼했다고 한다.

   어디 교회냐고 무심히 물었다가 동성 교회여서 깜짝 놀라며 황정두 씨 아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퇴원하여 그 교회에서 살았는데 계속 신세 질 수 없다며 나가서 1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단다. 

   1월 말쯤 사회에 대한 적응이 어려워서 비관하다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다고 했다.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고 연락을 받은 목사님이 서울 무슨 재활센터로 보내 그곳에서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직업도 생기고 눈이 안 보이는 노처녀와 사귀다가 함께 동거한다든가? 결혼을 했다든가? 하는  소식이다.

   

   어쨌든 산 사람은 살게 되어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수백 번의 수술과 재활 치료 끝에 퇴원해서,

   머물 곳도 없이 직업도 없이 떠돌던 황정두 씨가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몰렸었지만 결국 잘 풀리게 된 것이다.  

   

   

   윤선생님 같은 외과 의사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외과 의사가 병원에서 잘 치료하여 사회로 내보내면 여러 경로를 거치기는 하겠지만 예수님에 대해 알려주는 목사님들의 영적인 치료와 성장을 통하여 생명의 길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 선교사님들의 헌신으로 끝까지 치료가 되었고 그분들의 기도가 있었기에 우리 사회에서 잘 자리를 잡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선교사님들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이제는 선교사님들을 파견하여 수많은 나라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5만여 명의 선교사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잘 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나라에 베풀 수 있는 나라로 삼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다음 세대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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