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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27. 친구들

by 영숙이 2020.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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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대전에 가서 보영이를 만났다. 

   보영이와 수경이와 영숙이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단짝이다.

   보영이와 수경이가 친한 것은 수경이 부모는 부부 교사였고

   보영이 아버지는 장학사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같은 동네에 살던 보영이와 친해졌는데 보영이와 친한 수경이 와도 친구가 된 것이다. 

   수경이는 학력고사에 떨어져서 재수를 하였는데 미술학원에 가서 미술을 배워 미술학과에 진학하였다.

   수경이는 예술을 하는 거보단 미술학과 아이들과 그 애들의 퇴폐적인 분위기에 더 잘 어울렸다.

 

   영숙이 친구들은 어떻게 수경이와 친구가 됐느냐고 신기해했고 수경이 친구들은 어떻게 영숙이와 어울리느냐고 신기해했다.

   우리 둘은 극과 극의 성격이었다.

   가운데에서 보영이가 잘 조절해서 잘 어울려 다녔다.

 

   보영이는 영숙이를 만나자마자 하소연을 한다..

   보영이는 대학에 떨어진 후 엄마가 은행 출신이라서 충남 은행에 취직하여 다니고 있었다.

   

   지난주 은행 쉬는 날 수경이가 전화를 하여서 시내에서 만났다고 했다.

   다방에서 늘 그렇듯 1시간쯤 기다려서 만난 수경이는 동학사로 놀러 가자고 해서 둘이 하릴없이 놀러 갔었다고 했다.. 

   동학사에서 딱히 무슨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지나가던 자가용이 한대 멈추더니 대전까지 태워 준다고 했었단다..

 

   요즘은 웬만하면 거의 다 차를 가지고 있고 아가씨들도 차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위험하기도 하고.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자가용이 있는 남자들은 좀 사는 남자들이고 좀 사는 남자들이 위험한 일을 자초하지는 않던 시절이었다.

 

  수경이는 얼굴 절반을 가린 짙은 갈색 안경 문그라스를 손으로 잡고 올리면서 쓱 훑어 보고는 냉큼 차에 올라타서 평소처럼 순진하고 귀엽게 대화를 주도하였다고 한다.

  보영이는 수경이 옆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아저씨들이 심심하고 아가씨들도 심심해 보이니 클럽에 가자고 했다고 한다.

 

   유성에 있는 클럽에 갔는데 웬 대낮부터 춤추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맥주 한잔씩 하고 플로어에 나갔다 돌아오니 -김-이 말을 걸었다고     

 

        ㅡ 이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나 맞춰 볼까? ㅡ

        ㅡ 네. 맞춰 보세요. ㅡ

   

    바로 대답을 안 하고 머뭇 거려서

 

       ㅡ 어떻게 알아맞춰요? 투시안이라도 돼요? ㅡ

       ㅡ 만져 보면 알 수 있지. ㅡ

 

   탁자 위에 있는 지갑을 손안에 놓고 만져 보더니

 

       ㅡ 돈이 하나도 없는데? ㅡ

       ㅡ 그래요? ㅡ

 

   다시 고고 타임.

   이번엔 -김-, -수경-, -이-가 플로어에 나가고 보영이는 자리를 지키고 혹시 신분증이라도 들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어 지갑을 열어 보니까 신분증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다만 보영이 언니 신분증인 사진도 없고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공무원 증이 있었다고 한다. 

   혹시 세무 공무원쯤으로 오해(? )할만한 공무원증이었을까? ㅋ

   

   보영이는 기분이 나빠졌다고 한다.

   -김-은 어떤 아가씨들인가 싶어 지갑을 열어 본 모양인 듯하다. 

   테이블 위에 빈 맥주병 2개와 빈 안주 접시를  더 시키든지 나가든지 하라는 듯 웨이터가 재빨리 치우고,

   시계는 벌써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다.

   

          ㅡ 너무 늦었어요. 집에 가야 되겠어요. ㅡ

          ㅡ 우리도 나가지. 뭐 이왕 태워다 주었는데 끝까지 태워다 줘야지.ㅡ

 

   밖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네온사인 불빛만 비치고

   어둠 속에서 보영이는 그 어둠보다 더 캄캄한 마음이었다고

   보영이와 수경이는 도마동에서 내려 버스를 탔는데 먼저 버스를 탄 수경이를 바라보면서 보영이는 정말 앞으로는 수경이를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만나지 말아야지 하고 만났다 헤어질 때면 늘 하는 생각이지만,

   언제든 생각으로 그치는 게,

   실천을 못하고 마는 것이 괴롭다고.

   이 때문에 보영이 자신의 결단력을 의심해 보게 된다고.

   어쩜 좋으냐고.

   수경이가 전화해도 만나지 않을 방법 좀 알려 달라고.

 

   영숙이는 보영이의 하소연이 이해가 된다.

   영숙이 자신도 수경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하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끌려 다니고 있었으니까.

   보영이도 그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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