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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24. 탄생과 전매청

by 영숙이 2020.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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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생과 전매청>   

 

   용인 아저씨가 간 밤에 무릎까지 빠지도록 쌓인 눈을 쓸고 있다.

   선생님은 서울에서 아직 안 내려오셨고

   영숙은 사무실 청소를 마치고 창문 앞에서

   용인 아저씨가 눈 쓰는 것을 구경했다.

   

   겨우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길을 내었을 때

   눈만 내놓고는 모자까지 푹 뒤집어쓴 사람이 면사무소 문을 지나 곧바로 보건지소를 향해 걸어왔다.

   

       " 어떻게 오셨어요? "

       " 저 여기 안양 있지요? "

 

   보건지소 현관 앞에서 모자를 벗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아저씨를 보고 안양이 반가운 소리를 한다.

 

        " 아니, 웬일이세요?"

        " 안녕하세요? "

        " 그래, 신양은 잘 있어요? "

        " 아, 예, 실은 애기 났어요! "

        " 아기 낳았어요? 딸? 아들? "

        " 아들이에요! "

        " 아유 잘됐네요. 이제 아들 낳고 소원 성취했으니 좋겠어요! "

        " 아, 예! "

 

   아저씨는 싱글벙글

   싱글벙글.

   창 밖에 한껏 쌓여 있는 눈보다 더 밝은 얼굴이다.

   추위 때문에 빨갛게 된 얼굴에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 언제 낳았어요? "

        " 금요일 날 배 아프다고 해서 병원 갔는데 토요일 날 낳았어요! "

        " 지금 병원에 있어요? "

        " 퇴원해서 처가에 있어요! 출생 신고하러 왔어요! 보름 내에 안 하면 벌금 물잖아요! "

 

   저 푸짐하게 쌓인 눈처럼 기쁜 소식을 아름 안고 찾아온 아저씨.

 

       " 면사무소에 가봐야겠어요! "

       " 차 한잔 하고 가요! "

       "  출생 신고하고 처가에 가봐야 해서 다음에 할게요! "

     

   싱글벙글 ~ 싱글벙글

   기쁨이 충만한 모습으로 면사무소로 향한다.

   싱글벙글 웃은 모습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차분히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마냥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다.  

 

   안양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긴다.

 

        ㅡ 신양은 군북에 있을 때 병원에서 무료봉사 지원 나온 보건 요원이었거든. 29살인가? 재 작년인가? 저 아저씨하고 선보고 결혼했는데, 저 아저씨는 부인이 죽은 홀아비야. 딸아이가 두 명이나 있고 33살이나 되는데 우리가 얼마나 반대했는 줄 알아? 처녀가 말이야! 재취 자리에 시집간다고. ㅡ'

       ㅡ 글쎄 하루는 방 안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방문을 딱 걸어 잠그고는 키스하면서 안 놓아주더래. 그렇게 당하고는 훌쩍훌쩍 울면서 얘기하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일은 끝났겠다. 하는 수 없이 결혼했는데, 아들 낳았다니 참 잘됐네. ㅡ 

 

   여름에 곽 양과 안양과 저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아저씨는 전매청 일을 하고 있었다.

 

   전매청은 담배. 홍삼 및 홍삼제품의 전매와 인삼 행정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였던 재무부의 외청.

   1987년 한국 전매공사로 설립 1988년 한국 담배 인삼공사로 개명 2002년 주식회사 케이티앤지로 변경

   

   KT & G의 기원은 조선 후기 1883년 설립된 국영 연초 제조소 순화 국이며 1952년 전매청으로 개편 1987년 4월 정부투자기관인 한국 전매공사로 창립한 후, 1989년 4월 (주)한국 담배 인삼공사로 개칭 2002년 12월 민영화 (주)케이티앤지로 변경 세계 60여 국에 담배를 수출. 세계 5위의 담배 기업이다.

 

   밭에는 담배를 만들기 위한 담뱃잎이 마치 야자수처럼 잎사귀를 휘휘 늘어뜨리고 실하게 자라 있었다.

   영숙이는 그렇게 가까이에서 담뱃잎사귀를담뱃잎사귀를  본적도 드물고 또 그렇게 잘 키워지고 실한 담뱃잎사귀를 보기도 처음이었다.

   보통은 자그마하고 노리끼리한 키 작은 담뱃잎이었는데 마치 야자수처럼 노랗고 커다란 담배 잎사귀가 휘휘 늘어져 밭을 빼곡히 메운 것이 진짜 신기하였다.

   우리는  빼곡히 심긴 키가 웃자란  담배 나무 옆을 지나 커다란 건물 있는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저씨는 커다란 담배나무가 가득 심겨 있는 끝에서 끝이 안 보이는 커다란 밭 한쪽 옆에 있는 전매 지청의 매매 창고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투박하게 생긴 그냥 시골 아저씨였다.

   시골 사랑방에 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보통 아저씨.

   

   우리가 방문 하자 처음엔 놀라는 거 같더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웬일이냐고 ~  청성 보건지소로 발령받아서 놀러 왔다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 아 ~ 맞다. 이번에 청성 보건 지소로 발령받았다는 소리를 집사람한테 들었어요. 집 사람은 지금 사택에 있을 거예요. 사택으로 가보세요. 사택이 조기 저쪽에 있는 집 보이지요? "

 

   창고 겸 사무실로 쓰는 곳에서 나와 집을 가르쳐 주더니 안 되겠다 싶은지 사무실 문을 잠그고 같이 사택 쪽으로 걸어가 아이 이름을 부르며 손님이 왔다고 일러 준다.

 

   창호지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오던 여자 여자스럽게 생기신 신양이라는 분이 깜짝 놀라며 반가워한다..

  

   작은 방 2개에 부엌 한 칸.

   신혼집이라서 그런지 참 예쁘게 꾸며 놓고 살고 있었다. 

   레이스로 짠 커튼이며 벽에 있는 결혼사진 이쁜 꽃병 등이 신혼살림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사택으로 쓰고 있는 집 앞마당에는 담배가 심겨 있지 않았고 고추, 가지, 오이, 호박이랑 옥수수, 깻잎이 심겨 있었다.

   전처가 낳은 두 딸은 같이 안 살고 큰 집 할머니가 키운 다는데 방학 때면 놀러 온다고 했었다.

   

   신양이 낳은 돌 지난 딸아이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안양은 몇 번이나 말했었다.

     

       " 아이고 꼭 강아지 집 같구나! 사는 게 뭔지, 옹기종기 사는군. "

       " 아이고 꼭 강아지 집 같구나. "

 

   그런 말에도 개의치 않고 알콩 달콩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안양이 약간 엇나간 막말을 했다.

 

        " 이게 사람 사는 집이 아니고 말이지. 개 집 같다니까니 "

 

   신양의 표정이 잠시 움츠러들더니 다시 본래의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갔었다. 

   김양이 보기에는 안양이 샘이 나서 막말을 하는 거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표정이 떠나지 않았던 부부의 얼굴 모습이 영숙이가 보기엔 참 행복한 부부 같았다.

   작은 행복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은 보기에 좋다. 

   과다한 욕심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

 

   우리가 열심히 행복을 좇아 가면 갈수록

   산 너머에 있는 행복은.

   한 장의 회색 기왓장 일지 모른다.

   

   주어진 행복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게 최고. 

 

   안양언니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러워하는 게 틀림없었다.

   질투라고 할까?

   그날 신양 집에 다녀 온 후 재취 자리에 시집갔다가 유산 때문에 죽은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로 재취 자리에는 갈게 못 된다고 몇 번이나 스스로를 위로하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 스위스 ~ 가는 곳마다 호수와 산과 아름다운 자연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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