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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28. 출산

by 영숙이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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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면사무소의 박서기가 우리를 부르러 왔다.

   부인이 아기를 낳으려 한다는 것이다.

   곽 양과 영숙이는 출산을 도와줄 준비를 해서 박서기가 세 들어 사는 집으로 갔다.

   점심때 윤선생님은 보고서 일로 군 보건소에 가셨다가 내일은 휴일이기 때문에 바로 서울로 올라가신다고 하셨다.

   

   곽양은 익숙하게 무쇠 솥에 물을 가득 붓고 불을 때라고 주인집 할머니에게 이르고 방안에 있는 부인이 힘을 주기 쉽도록 이불을 내려서 부인 등 밑에 고여 주었다.

   박서기에게 청산 산부인과 선생님을 모셔 오라고 하였더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신작로를 달려 나갔다.

 

   영숙은 부인  옆에서 부인 손을 잡고 있었고 곽양은 수건으로 부인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들을 닦아 주었다.

 

      " 아이구 배야. 아이고 배야. 어머니 나 죽어. 어머니 나 죽어! "

 

   진통은 10분 마다 이어졌다.

   의사 선생님은 바쁜 환자가 있어 못 오신다고 환자를 데려 오라고 했다면서 박서기는 빈 오토바이로 돌아왔다.

 

   영숙이는 산모 얼굴을 들여다보며

       

         ㅡ 여자는 왜 이렇게 아파해야 할까ㅡ

   

   영숙이 겪어 보지 않은 타인의 고통이지만, 

   아담과 이브가 지은 원죄로 남자는 노동의 고통을 여자는 해산의 고통을 겪는 것이라지만,

   해산의 고통은 정말 대단한 고통이었다.

   

   노동의 고통을 겪는 남자들이 애를 낳는다면 가족계획 사업을 안 해도 저절로 가족계획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해산의 순간은 말로 표현 못할 고통이었다.

   

   드디어 순하디 순하게 생긴 부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놀란 눈으로 영숙이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인 부인의 욕은 어쩌면 인간 자체에 대한, 아니 해산의 고통을 떠안긴 남자 자체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이리라

   진통은 3분 간격이었다.

 

      " 아줌마. 좀 더 힘주세요! 애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해요! "

      " 아 ~ 아. "

      " 쉬면 어떡해요. 애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었는데요! 이번에 아프면 계속 힘줘요. 쉬면 큰일 나요. 큰일 난다고요! 아줌마. 이번만 힘주면 돼요! "

      " 아 ~ 아 ~ 응애 ~ "

 

   아가는 흥건한 양수와 함께 방바닥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앙증맞게 주먹을 꼭 쥔 빨간 아가가 태어났다.

   두 손에 아가를 쥐고 거꾸로 드니 아가는 죽는다고 운다.

   딸이었다.

   

   거즈로 아가의 코와 입 주위를 닦고 준비된 타월 위에 아가를 올려놓은 다음 끓는 물속에 충분히 삶았던 가위로 보건지소에서 가져온 소독된 실을 가지고 아가의 탯줄을 묶어서 자른 다음 소독약으로 소독을 했다.

   Y자로 자른 거즈를 끼워 빨간 아가 배 위에 고정시켰다.

   준비된 목욕물에 먼저 아가의 입을 씻었다.

 

      " 뭐든지 잘 먹으라고 입 먼저 씻는 게야! "

 

   그리고 머리와 주먹을 꼭 쥔 손을 씻었다.   

   그 후 박서기는 가끔 보건지소에 와서 아기가 어떻게 잘 자라고 있는지 말해 주고는 하였다. 

  

 

   박서기네가 살고 있는 집과 면사무소 사이 중간쯤 되는 곳에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있다.

   그곳에 젊은 새댁이 살고 있었는데 아기가 감기에 걸려서 옥천 성모 병원에 갔다 왔다고 했다.

   

   아기도 어리고 엄마도 어리고,

   병원에서 가루약을 주면서 아기한테 먹이라고 했는가 부다.

   

   우유에 타 먹이면 되는 데 모유를 먹이니까 수저에다 약을 타서 먹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먹이라는 양을 다 먹이려고 열이 펄펄 나는 아기가 의식이 없는데도 약만 먹이면 괜찮겠지 하고 입안에 부어 넣어  아기 기도로 들어가 잘못되었다고 했다. 

 

   열이 나면 우선 열을 내리기 위해 옷을 벗기고 찬물 수건으로 닦아 주기만 해도 아기들은 열이 내린다. 열을 재보고 그래도 안 내리면 항문으로 넣는 해열제인 좌약 해열제를 넣어주면 된다.

  일단 열이 내린 다음 모유를 먹이니까 물에 탄 약을 엄마 젖꼭지에 발라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됐을 텐데.

 

   젊은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숨을 안 쉬니까 어쩔 줄 몰라하며 밤새 둘이 번갈아 가면서 흔들었다고 한다.

   기도로 물이 들어간 아가는 흔들 때마다 또르륵 또르륵 소리를 냈는데 그걸 살아 있는 징후로 생각해서 밤새 흔들어 주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슬펐다.

  얼마나 힘들게 얻은 아기인데 약을 잘 못 먹여서 그런 불상사가 생긴 것.

  감기를 치료한다고 먹인 약이 결과적으로는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보건지소가 문을 여니까 남편이 윤선생님을 데리러 왔는데 아기는 벌써 이 세상의 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성모 병원에 가지 말고 보건 지소에 왔었다면 아기 관리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주었을 텐데...... 그래도 큰 병원이 좀 나을 거라 생각했었나 부다.

 

   보 건지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은 며칠 후 영숙이는 곽 양 언니와 그 집을 방문하였다.

   아기를 잃은 부인은 산후조리도 안 끝나서 퉁퉁 부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방문을 열고 문을 닫는 줄을 잡고 앉아서 우리를 내다보았는데 핼쑥한 얼굴에 공허한 눈빛이 무서울 정도였다.

   

   무엇으로 위로를 할까.

   곽 양 언니와 영숙이는 무어라고 부인한테는 한마디 위로도 못하고 남편한테만 힘내라고 몸조리 잘 시키라고 말해주고 영양제를 한통 주고 보건 지소로 돌아왔다.

   

      " 보건지소에 등록하면 철분제도 드리고 아기의 상태도 잘 체크해 드려요.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의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렸을까? 

   그 가족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이며 아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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