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31. 탈출

by 영숙이 2020. 1. 17.
728x90
반응형

   

<탈출>

 

    수경이와 보영이와 영숙이가 헤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 )이 발생하였다.

    보영이가 노는 공휴일에 수경이가 전화를 하여서 평소처럼 그러려니 하고 만나 수경이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고 한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고 했다.

    무심코 따라 들어 간 집이 비싼 요릿집이어서 처음부터 보영이는 긴장했다고 한다.

 

    요리집에는 **비료 이사장이라는 기생 오빠처럼 생긴 40대 초반 남자 한 명과  **비료 회장이라는 머리가 다 빠져서 뒷머리만 가려진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보영이는 얼떨결에 앉기는 했지만 무슨 일인가 싶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또 수경이랑 사장이란 남자하고 친하게 말을 주고받으니 어떤 사이인지도 잘 모르겠고

     사장이 친근하게

 

        " 민양 친구입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그냥 밥 먹는 거니까 맘 편하게 식사하세요. "

 

    그래도 보영이는 비싼 밥이 편하지가 않았다고 한다.

    수경이가 잘 아는 사람들인거 같은데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한테 분명 비싸 보이는 밥을 이유 없이 얻어먹고 싶지는 않았다 했다.

     

        ㅡ 모래알 씹는 기분이 이런 거였군. 차라리 싼 밥이면 맛있게 먹기라도 하겠는데 ㅡ

 

    수경이는 이런 저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원래 비싼 밥 먹고 사는 사람들처럼 잘도 식사하더라고.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밥 먹는 게 끝나니까 사장이 저번처럼 드라이브나 가자고 수경이한테 이야기하고 수경이가 흔쾌히 귀여운 말투로 받았다고 한다.  

 

        " 우리 집 통금 시간이 9시 인건 아시죠? 통금 시간만 안 넘으면  괜찮아요. 늦으면 저 집에 못 들어가거든요. 다리몽둥이 부러져요. 우리 아버지 진짜 무서워요. 무서버. "

 

   수경이의 천진스러움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9시까지는 집에 보내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 드라이브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웬 드라이브?

   요릿집 마당에 운전기사 딸린 비싼 승용차 2대가 서 있었고 사장이 방문을 열자 운전기사들이 재빠르게 운전석에서 내려 차 문을 열어 줬다고 한다. 

 

   **비료 사장,  ** 비료 회장 명함도 받았지만 차나 기사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거짓말은 아닌 거 같았다고 했다.

  요리상을 차리는 마담 언니도 조신하게 행동했고 음식 차릴 때 이후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보영이가 어이없어하는 사이에  금강 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하더니 차가 출발하였다. 

   해가 넘어가 날이 어두워지고 금강 휴게소 주차장에서 수경이와 사장이라는 아저씨는 보영이와 회장이라는 할아버지와 운전기사를 두고  산책을 가버렸단다.

    보영이가 어색하게 정 회장이라는 뚱뚱한 할아버지하고 걷고 있는데 정 할아버지가 갑자기 보영이의 손을 잡더니

     

      ㅡ 꽃은 못 꺾어도 꽃잎은 만질 수 있지

 

   중얼거리면서 게걸스럽게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기 빨아먹는 저팔계 해골처럼 보영이 손에다 침을 묻히며 혓바닥을 날름 거렸다고 한다.

   보영이는 기겁해서

     

        ㅡ 아니 왜 이래요? ㅡ

 

   하면서 홱 뿌리쳤더니

 

      ㅡ 사회생활 그렇게 하면 출세 못해 ㅡ

      ㅡ 어쩌고 저쩌고 ~ 구시렁구시렁 ㅡ

 

   기분이 나빴던지 기사한테 돌아가자고 하였다고 한다. 

   기사 옆에 정 회장 할아버지가 타고 보영이는 뒷좌석에 앉아 불쾌감에 이빨을 사려 물고 속으로

 

      ㅡ 아니 지가 **비료 회장이면 다야? 손녀뻘 되는 딸내미 손을 잡고 뭔 소리를 씨부렁 거리는 거여. 뭔 할 짓이 없어서. 아니 지가 회장이면 다냐고.ㅡ

 

   욕하면서도 집에 가려면 차를 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실려 대전 역 앞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보영이는 그때의 불쾌감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불쾌하다고 했다. 

   돈 만 있으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라니.

   그 일로 보영이는 수경이와 친구관계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서로서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 두절이다. 

   

   타락한 수경이를 끊어야 그 늪에서 나올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란다. 

   

   그 후 보영이는 대전 시내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 아들한테 시집가서 남편 따라 유학길에 오른 이후로 도통 연락이 안 되고, 수경이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한테 시집갔으니까 아마 잘 살았고 지금도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영숙이랑 동갑이니 그 시절 시대를 앞서 갔던 수경이도 이제 해를 넘겼으니 64살이 되었겠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