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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없는 감옥2

< 홀로 선 버드나무 > 25. 겨울 사람 이야기 마치 겨울의 한 끝에 서서 도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황정두 씨는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직행버스 터미널 입구에 서 있었다. 자색 잠바에 동일한 색의 바지로 그의 얼굴을 보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빛은 자색 잠바 보다도 진한 자색이었고, 특히 뺨에서부터 목까지는 한층 진한 자색 얼룩이 피부를 팽팽히 잡아 다니고 있었다. 청산 면으로 가는 고속도로 변 둔덕에는 아직 덜 녹은 눈들이 보이고 마른풀 위로 따뜻한 햇볕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저쯤일까? 단발머리 소녀 때 어쩌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세어보며 한 낮의 햇볕이 기울어가는 양을 지켜보고는 하던 곳이? 이젠 한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굳어 버렸지만 이 곳을 지날 때면 그때의 꿈과 이상이 떠오르곤 하여 가슴이 따스하여.. 2020. 1. 11.
< 홀로 선 버드나무 > 19. 화해 보건소 차로 보건소 소장과 보건소 치료실 사람들. 곽 양하고 안양도 집에 간다면서 가버리고 보건지소에 윤선생님과 영숙이만 내려놓았다. 진료실 난롯불이 꺼져서 윤선생님은 가족계획실로 건너와서 유리창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영숙이는 난로 앞에 의자를 끌어당겨 놓고 구두와 핸드백을 콜드크림으로 닦기 시작했다. ㅡ 뭐라고 말을 한담.ㅡ 말을 꺼내려하니 막상 할 말이 없다. 묵묵히 구두를 닦으며 무슨 말을 꺼낼까 생각해 본다. 늦가을 비가 멈춘 창밖이 차츰 흐릿하게 회색으로 변하여 가고, 영숙이는 난로 불에 빨갛게 익은 얼굴을 하고 창 앞에 서있는 윤선생님의 완강한 뒷모습을 바라다본다. 창 밖에는 늦가을 바람 속에 버드나무의 긴 가지가 부드러운 머리카락처럼 흩날리고 있다. " 사실은ㅡ, 그 말 때문이 아.. 2020.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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