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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2

스물세살의 수채화 29. 겨울 사람 마치 겨울의 한 끝에 서서 도시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정두 씨는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직행버스 터미널 입구에 서 있었다. 자색 잠바에 동일한 색의 바지로 그의 얼굴을 보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빛은 자색 잠바 보다도 진한 자색이었다. 특히 뺨에서부터 목까지는 한층 진한 자색 얼룩이 피부를 팽팽히 잡아 다니고 있었다. 청산면으로 가는 고속도로 둔덕에는 아직 덜녹은 눈들이 보이고 마른풀 위로 따뜻한 햇볕이 소복이 내리고 있었다. 저쯤일까? 단발머리 소녀 때. 어쩌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세어보며 한 낮의 햇볕이 기울어가는 양을 지켜보던 곳이? 이젠 한사람의 사회인으로 굳어버렸지만 이곳을 지날 때면 그때의 꿈과 이상이 떠올라서 가슴이 따스.. 2022. 9. 6.
< 홀로 선 버드나무 > 18.만명리 진료와 우산 그날 밤 영숙이는 꿈을 꾸었다. 선생님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쌀쌀한 얼굴로 서 계셨고 그 선생님한테 영숙이는 빨간 사과가 달린 사과나무 가지를 주었다. 아마도 딸인가 부다. 윤선생님은 화요일 아침에 오셨다. 안양이 물었다. "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 " 딸 낳았어요! " " 언제 낳았는데요? " " 어제 퇴원했어요. 올라가던 날 저녁에 낳았거든요! 여기 태어날 때부터 찍은 사진을 가져왔어요! " 곽양과 안양은 사진을 돌려 보고 있었다. 영숙이는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사진 좀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 사모님이 선생님하고 많이 닮았네요! " 영숙이는 사진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보여 달라기도 싫었고 그리고 볼 용기도 없이 일어나서 창문 앞을 서성이다가 도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척 궁금하였.. 202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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