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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계장2

< 홀로 선 버드나무 > 26. 푸근한 겨울 허브 차가 난로 위에서 끓고 있다. 사무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이제 창 밖의 날씨는 푸근히 풀려 있어서 버드나무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영숙이는 문학사상 책을 읽고 있다가 선생님을 보니 무릎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은 여전히 아까와 같은 page로 펼쳐져 있었다. 선생님은 책을 읽는 대신 창 밖을 보고 계셨다. 정말 조용하다. 오늘은 환자도 전혀 없고 곽 양과 안양은 출장 명령부를 써 놓고 각기 집으로 들 가서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 조용한 공간 속으로 한줄기 새소리가 침묵 끝으로부터 흘러들어온다. 네댓 살 됨직한 몇몇 동네 꼬마 아이들이 면사무소 문으로 몰려들어오더니 버드나무 밑을 지나서 저희들끼리 재잘재잘 거리면서 우리들이 보고 있든지 말.. 2020. 1. 12.
< 홀로 선 버드나무 > 13. 홀로 서서 비를 든 면사무소의 용인 아저씨가 그 잎들이 숨 쉬며 대지 위에 향기를 맡을 사이도 없이 쓸어 모으고 있었다. 참 부지런 한 아저씨. 벌써 16년 동안이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면사무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으로 해서 한시도 쉴틈이 없이 밤늦게 까지 일하시고 문단속하시는 아저씨를 뵐 때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앉아서 노닥거리다가 월급날 되면 보건소에서 월급이나 타는 영숙이는 부끄러워지고 꼭 죄짓는 느낌이 든다. 나라에서 상을 주실 분은 16년 동안 한결같다는 바로 저런 분이지. 면장님 말씀대로 우리는 미안해서 어떻게 월급을 타는지. 특히 영숙이가 감명을 받은 것은 항상 노래하듯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 때문이다. 언제 보아도 기쁘게 일을 하고, 언제 만나도 웃음기 가득한 그 얼굴은 발그레 .. 2019.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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