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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0

by 영숙이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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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누나에

 

  한겨울의 차가움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들의 가슴에는 조국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가득찬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위의 변화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듯이 이러한 우리들의 마음도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수가 많답니다.

  누나!

  매형도 잘계시고 누나도 몸 건강한지요.

  집을 떠난지도 어느덧 두달이란 날짜가 흘렀군요.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수송부대로써 의정부 바로 위랍니다.

  전방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만 봐도 모두가 하나님이 우리 가족을 보살펴 줌인가 봅니다.

  영하 이십도가 되는 요즈음의 날씨에 가끔은 집 생각도 나지만 오든 젊은이들이 거쳐 지나가야 할 길목인지라 참고 지낸답니다.

  훈련소에서 크리스마스와 을축년을 맞이하였는데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보내서 그런지 아니면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불안한 심정을 금치 못했으나 이제 모든 생활이 몸에 익숙해져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별 어려움을 모르고 지냅니다.

  울산에는 눈이 잘안오겠지만 이곳은 한번 눈이 오면 십오센치 정도 오는 것이 보통이랍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이면 즐거움 보다는 비명을 지르곤 합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모든 업무를 전패하고 재설작업을 하는데 보통 알고 있는 재설작업과는 큰 차이점이 있답니다. 눈 치울 면적은 많고 눈치울 인원은 적으니 그러한 문제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또다시 반복되는 생활을 하곤 한답니다.

  어제는 전화할 기회가 생겨 집에 전화했는데 엄마가 제 목소리 조차 알아보지 못하던군요. 물론 뜻밖의 전화이라서 그러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이만 줄여야 하겠습니다.

  저는 상상 매형 부부의 행복을, 온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한답니다.

  그럼 이만 ......

                                                   일천구백팔십오년 이월 삼일

                                                   동생 민이가.

 

2. 두분 받아보십시요.

 

  아카시아 꽃향기가 막사 주위에 짘게 깔리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 향기와 하아얀 빛은 어디로 가고 앙상한 가지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낮의 더위는 호흡조차 곤란하게 만들며 모든 것을 팽개치고 싶은 심신의 나른함을 안겨다 줍니다. 벌써부터 날씨가 우리를 괴롭히니 우리가 상대하여야 할 또 하나의 적이 생겨 난 셈이죠.

  저번주 토요일엔 집에 내려 갔다 왔는데 집을 떠난지 7개월 밖에 안되었는데 대전에 도착하여 보니 많은 것들이 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군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가보니 모든 학생들이 쳐다보는 눈길에 쑥스럼조차 생기더군요.

  점심을 먹고 부대로 돌아오는 발길은 이전에 예상했던데로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오늘이 금요일. 아직도 마음 한 곳엔 별 것 아닌 것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차차 없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이제 6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곳에선 또 한차례 폭풍우가 휘몰아갈 정도의 바쁜날들을 보내야 한답니다. 이것이 끝나면 또다시 평온함이 찾아 들겠죠?

  좀더 확실한 평온함을 얻기 위해 우리 중대원들은 지친 몸과 무거운 눈까플을 억누르며 오늘도 하루해를 보낸 답니다.

  멀리서 두 내외분의 행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근무시간이 다되어 이만 줄일까 하고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펜을 놓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1985. 6. 21 의정부에서 동생 민

 

 

3. 누님

 

  찬바람이 한풀 꺾인 요즈음 날씨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은 안심을 놓은 우리들의 가슴을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긴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는 짐승같이 우리들도 앞으로 맞이하게 될 ㅓ계절에 생활에서, 사상적인 면에서 깨이는 생활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대망의 86년 한해도 2월이 거의 다가고 있는데 신문지상에 떠도는 개헌 서명운동이다 하여 혼란한 기미가 보이는 것 같군요.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은 상급부대에서 계속 정신 교육을 시키며 우리들에게 하나의 개념을 주입 시키고 있답니다.

  조카는 잘 크고 있는지요.

  매형은 물론 누님도 편안히 잘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의정부에 나갔다가 집에 전화하여 보니 어머니가 받던데 집에도 아무일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 가족이 이렇게 건강하고 아무런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것도 다 주님의 축복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이제 몇일 지나면 내가 있는 이곳에서도 Team spirit 훈련을 하기 때문에 부대가 무척 바쁘게 움직이고 있답니다.

  누님의 가정에 항상 기쁨이 넘치길 기원하며 짧은 글 이만 줄일까 합니다.

                                                        1986. 2. 21

                                                                from 동생 민. 

 

 

4. 큰딸 보아라.

 

  그간 몸금강이 잘있는지 궁금하구나.

  지날 주일에는 전화두 안하구 구석이는 집에 와다 포항이루 갔다.

  집에는 다 잘있구 쫑숙이두 조와지고 너는 올해는 정말 시집을 가야지 정말 일전에 말한 사람은 없지데는지 알고 십구 한사람 잡는지 워자는지 궁금하구나 집에는 이사를 사월 삼일날 하다

  4월 3일날이 제 생일이구나. 몸궁강이 잘잇기를 빕다..

                                                                     83. 대흥동 엄마가

 

5. 받아보와라 

 

  요줌은 잘내구있게지

  중매가 한자리 들려왔는데 울산 현대자동차 회사 있단구나.

  사람은 대전에 고향이구 충대 나오고 나이는 29새 자리는 모둔거시 막구하니까 한번 부기루 해쓰니까 6월 4일날 와다 가거라

  꼭 무쓰일리있쓰면 편지루하구 그날은 와야한다.

  꼭 편지 한장 해다우

  그러면 몸겅강히 잘있구 잘있기를 받란다.

                                                               83. 5. 28.  대전 엄마가

 

6. 누나에게

 

  벌써 무더운 여름 날씨가 수그러지고 결실의 계절 가을에 접어 드는군요.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는지 궁금하군요.

  요즘 온도의 차이 때문에 모두들 감기에 걸리고 있다던데 사소한 병이라도 조심해야 될 줄 알고 있어요.

  그리고 학생들과 하루하루 생활은 즐거운지요.

  아무래도 우리들과 세대차가 있는 애들이라 다루기가 좀은 힘들겠지만 그런데로 재미 있을 줄 믿어요.

  요사이 시간이 남아 오후 9시 50분에 하는 고체전교 드라마가 무척 재미 있더군요. 누나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며칠 남지 않은 체전에 대비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건강과 체력연마라는 중요한 계기도 되지만 우리 해군사관학교 3연승에 대한 조그만한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이 더 발로하는 것 같습니다.

  참 요번 삼사체전에 꼭 오셔요.

  1차적으로 체전에 오기 위한 안내(경비, 차시간, 날짜 )등을 집에 연학 (편지로) 했습니다.

  더 자세하고 최종적인 것은 티켓과 함께 집으로 연락하겠습니다.

  날짜는 10월 3일과 4일 입니다.

  그러니깐 누나는 2일 저녁 집에 도착하면 아마 동생들이 모두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참고적으로 안내해주면 제가 나갈 400m는 2일날 경기 중간에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2일 약 4시 정도에 시간이 있으면 tv 시청 바람 (혹시 중계하지 않는지도 모름)

  요즘 누나는 무엇을 생각하는지요.

  혹시 너무 따분하거나 심심하면 집에 오던지 아니면 기다리는 날을 생각하셔요.

 항상 동생들이 든든하게 자라고 있지 않아요.

 또 기도도 조금씩 하셔요. 

 그럼 다음 연락 있을 때 까지 안녕히 계셔요.

 모든 일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겠어요.

 

                                                           81. 9. 26. 해사생도 석 올림.

                       ps. 누나 편지는 서울에서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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