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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1

by 영숙이 202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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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께 

  창가에 그어놓은 물줄기에 모든 것들이 맑고 영롱하게 어른 거립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저는 조용한 멜로디의 음악과 따뜻한 마음과 한잔의 커피속에 저의 정열을 태우고 싶습니다.

  가끔씩 거리에 고목을 보며 나의 푸르름을 생각하고 검은 아스팔트 위에 저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 17년이란 세월을 많은 친구 속에서, 수많은 이들 중의 하나로 살았습니다.

  이제 제 나이 17

  선생님과의 빗물같은 추억들이 창가에 흘러 내리는 물방울처럼 나의 마음속에 깊이 깊이 흘러 내리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제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반항이 생기는 이윤 뭘까요?

  강제 아마도 그런 기분에서 일겁니다.

  하지만 편지를 쓰는 것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  저의 진실을 더 확실히 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현실 생활에 충실하지 않았지만 1년은 그렇게 지나고 ...

  며칠 남지 않은 1학년의 끝을 조금은 값지게 보내고자 합니다.

  2학년에 올라가선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습니다.

  나름대로의 계획과 실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1년 동안의 선생님과의 생활 속에서 많은걸 얻었나 봅니다.

  웃음이 있는, 다정한 미소가 깃든 아늑함을 주는 언제나 그런 선생님이길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1987. 2. 11 화요일. 제자 이 남정 올림.

 

사모

                                        이 남 정 .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잊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 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우너한 사람을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이제 초라해진 너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1987. 2. 11. 화요일 제자 이 남정 올림.

 

2. 선생님 전 상서.

 

  계속되는 추위에 건강하신지요?

  벌써 방학도 다 끝나가는 군요.

  무척 길게 느껴졌던 방학이 끝나가니까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개학하면 그리웠던 교실, 반 친구들으이 웃음소리, 선생님의 항상 웃으시는 얼굴, 모두 볼 수 있으니 무척 기뻐요.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저는 아주 열심히 매사에 충실합니다.

  선생님의 지도아래, 저는 무척  많이 컸다는 느낌이 들어요.

  선생님께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선생님. 저희 집은 바다를 끼고 있어요.

  거센 파도를 바라 보노라면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러면 항상 용기가 솟곤 합니다.

  저 푸른 바다와 선생님께서 항상 저를 바라보시고 계시다 생각되면 저의 행동이 항상 조심스러워져요.

  이렇게 저는 커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스스로 고난을 이겨야 된다는 신념이 무너지려할 때 항상 지켜봐 주시는 선생님께 말하고 싶어요.

  제가 2학년이 되어 선생님께서 저희반 담임이 되지 않으시더라도 항상 지켜봐 주시라고요.

  어디서나 책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께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항상 훌륭한 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구정 지내시고 개학날 밝은 웃음으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기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87. 1. 27. 김 원숙 드림.

 

3. 선생님께

 

  선생님! 같이 생호라하고 있으면서도 불러 보기 힘든 소리입니다.

  솔직히 저는 선생님을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 왠지 이상합니다.

  중 하학년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과의 대화가 많이 있었고 누구보다도 선생님과 친한 저였습니다.

  하지만 고1때는 왠지 선생님을 피하게 되더군요.

  제 잘못이 크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여상이라는 집단에 들어와서 제딴에는 적응한다고 했지만 한해를 보낸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어리석은 짓들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이해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내 생각이 옳다고 생ㄱ가해서 선생님을 미워한 적도 많았습니다.

  이 모든 나의 행동과 생ㄱ가이 저흐 ㅣ좁은 소견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잘못하면 나쁜 방향으로 갈 것 같아 항상 신경 쓰시며 돌보아 주니는 성생님을 항상 미워만 한 제 자신을 여러번 꾸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1학년 한해동안 너무나도 공부를 소홀히 해 왔습니다.

  자격증 취득에 정신이 쏠려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도 자격증 취득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항상 부모님 께서 강조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여상이라서 그런지 공부에 매달리지 못하겠습니다.

  가끔 공부에 매달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인문계와 같이 밤 10시까지 자율학습 하고도 싶습니다.

  하지만 주위 환경이 그렇지 않군요.

  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은 항상 새겨 듣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2배로 공부하라고 하시는 엄마는 저에게 무척 신경을 많이 써 주셔요.

  중3때도 저 때문에 얼마나 신경을 쓰셨던지 몸이 아프기까지 하신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쯤 이 편지를 읽고 계실 선생님 얼굴을 떠올리며 펜을 놓겠습니다.

                                                            87.2.17. 이미현 올림

 

4. 누님에게

 

  며칠 사이에 별고 없으신 줄 믿습니다.

  엊그제 많은 시간동안 얘기 할 기회가 있었지만 웬지 철부지스러웠던 제 모습만이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학교에 와서 가만히 생각하고 여러모로 살펴 본 결과 어떤 결론에 봉착 그 사실을 적기 위해 급히 써 내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누나가 링의식(ring ceremony)올 때 양복을 진해로 가져오지 마십시요.

  즉 양복을 찾아 울산 누나 집에 놓고 누나는 그냥 ring ceremony 때 빈몸으로 오십시요.

  왜냐하면 그 이튿날이 토요일이고 누나도 이날 놀 줄 믿습니다.

  그래서 요번 주말만은 모두 함께 집에 올라 갔으면 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사정도 고려 해보았지만 어머니 생신도 그냥 넘긴 죄인도 되고 또 한가족이 모여 얘기 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종숙, 누나, 나하고 얘기 할 것도 있고

  하여튼 요번까지만 누나가 재정 좀 맡아 주시고 양복은 내가 토요일 울산에 들러서 함께 집으로 가면 될까 합니다. 더욱 자세한 얘기는 ring ceremony

때 하기로 하고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82. 3. 사관학교에서 석.

 

5. 언니에게

 

  온산엔 개나리와 진달래 싸리꽃이 만발해 겨우내 묵었던 우리의 몸을 간지럽히고 있어요.

  엊그저껜 옆집 아줌마와 함께 아이를 덜렁 들쳐업고 미친듯이 산으로 달려가 인정사정없이 한아름 꺽어들고 집에다 꽂아 놓으니 역시 꽃은 꽃이라 집안이 화~아안 해졌답니다. 찬이씨도 좋아하구요.

  지금 라디오에선 몸서리쳐지게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황홀하게 하고 있답니다.

  요즘 숙이는 집안 꾸미기에 열중하느라 바빴어요.

  쇼파 등카바, 방석, 덮개들, 카텐장식등을 천을 떠서 식이 고모에게 부탁해 만들었는데 10만원돈 깨졌어요.

  지난주에는 드라마게임 보고 감상문을 써서 보냈는데 너무 수작이라 방영이 안되더군요. 어쩜 늦게 도착했을지도 몰라요.

  언니는 잘있겠지요. 그곳의 봄 소식은 어떤지요. 학생들과의 아름답고 소박한 얘기가 많겠지요.

  참 우린 엄마, 아버지, 나, 동식이 이렇게 지난 주일날 밤 신탄진 벚꽃 귀경 갔었어. 벚꽃은 많이 화알짝 피었더군요. 그런데 가는 도중 길을 잘못 들어서 얼마나 조마했는지 몰라요.

  아버지 특유의 신경질 + 짜증 감수하느라고요. 조금 춥더군요. 그래서 사진 세빵 짠짠짠 찍고 아버지 차 한잔 드시고 그렇게 기분내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엊그제 조카 전화 똑똑이 잘하더군요. 이젠 어른이 다 됐나봐요.

  언니.

  요즘 반찬은 잘 해먹는지요. 지난번엔 솜씨도 없는 내가 가서 한다고 했는데 맛있게 먹어줘서 기뻤어요. 그리고 돈만 쓰게 해서 미안해요. 조금 부담됐어요.

  언니.

  요즘 숙이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편안합니다.

  식이 건강히 크고 있고요. 찬이씨 근무 잘해서 우수사원으로 뽑혀 5월에 설악산으로 부부동반 여행가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해봐요. 후후 ~

  언니

  4월 1일 만우절엔 누구에게 어떤 즐거운 속임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

  난 누구 놀려줄 사람 찾다 그냥 지나가 버렸답니다.

  언니야.

  옛날 언니와 내가 누비던 헌책방. 언니따라 친구 만나러 그 어린 나이에 금지 구역인 다방에도 들어가 보고 언니가 이불 속에서 들려 주었던 언니의 신변잡기 등등. 난 언니의 말담 좋은 그 모습을 사랑했고 종아요. 언니와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거든요. 참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요. 누구나 고비는 있듯이 울산에서의 언니 혼자 있을 때 고독병이라 해도 될까요. 그랬을 때의 염려 등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 왠일일까요.

  지금 식이가 깨어나 오줌 두번 이불까지 적셔가며 신나게 싸더니 나에게 겨오고 싶어 애를 쓰는군요.

  언니. 우린 이 세상 살동안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많이 만들어요.

  빨리 여름이 되어 만나보고 싶군요.

  언니네 식구와 은혜가 늘 건강하고 화목히 지내길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늘 기도합니다.

  안녕.                      1991. 5. 전달인 스무이틀에 사랑스런 동생 식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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