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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5

by 영숙이 202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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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께 

   

  안녕하셔요?

  날씨가 봄에 접어들었습니다.

  제가 1학년 입학해서 언제 세월이 흘러 한 달 후면 2학년이 됩니다.

  정말 세월이 유수와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1년이란 세월 동안 제가 한 것이라고는 엄마에게 걱정과 실망 외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나 자신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잘되지 않으면 선생님은 화도 나고 내가 이렇게 무능력한가? 생각하실 때가 있습니까?

  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저도 2학년 이제부터 하려고 한 일에는 그리고 해야 할 일에는 꼭 철두철미하게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은 저의 결심입니다.

  저의 결심이 흐트러지게 되는 날엔 선생님께 상의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께서 제게 교훈이 될만한 말씀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꼭 제게 충고될 말씀을 해주세요. 제가 포기하지 않게 말입니다. 전 선생님을 믿습니다.

  선생님께서 개학 후 편지가 오지 않았다고 꼭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이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안 보내려고 한 것은 추호도 아닙니다.

  정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끼리는 편지를 쓰면 '혜정 안녕. 나도 안녕. 그럼 안녕' 이런 식으로 아니면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서 쓰면 절로 웃음이 나와집니다. 하지만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는 왠지 모르게 써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안부 편지를 한 장만이라도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편지 한 장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역시 책을 많이 읽고 해야 문장 능력이 늘어서 ~ 편지도 자신 있게 보내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학 후에 어쩔 수 없어서 보내는 편지지만 그래도 전 정말 정성을 다하고 있는 편지입니다.

  제가 편지를 못써서 선생님께 야단을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제가 읽어도 뒤죽박죽입니다.

  선생님께선 잘 쓰시죠.

  정말 좋으시겠어요.

  저도 책을 많이 읽어서 편지를 잘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제가 2학년이 되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살피세요.

  그렇다고 해서 머리 스타일 옷차림 등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제 마음이 정말 달라집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눈여김을 봐주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뒤죽박죽인 편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87년 2월 10일 제자 박해정 드림

 

 

2. 선생님께

 

  안녕하셨습니까?

  갑작스레 서신을 올리자니 하고 싶은 말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몇 자 올리겠습니다.

  지겹기만 했던 종례 시간이 새삼 기다려지는 건 왜일까요?

  밖에서 친구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할말없이 어물쩡되는 선생님이 퍽 얄미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하니 그것으로 인해 전 인내심을 배웠고 선생님의 넓으신 마음을 느꼈습니다.

  선생님!

  전 지난겨울 방학 때 가난으로 인해 퍽이나 괴로워했었답니다.

  자퇴서를 낼까 몇 번이나 망설이고 지옥같은 가난에서 탈피하고픈 마음에 모든 걸 다 버리고만 싶었습니다.

  전 그 갈등 속에서 선생님의 얼굴을 몇번이나 떠올렸고 어렵지만 참고 나갈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 2년만 지나면 전 부모님의 가슴속에서 가난이란 단어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전 그날을 위해 노력하겠어요.

  머리 하얀 아버지의 모습 속에 저의 눈물을 전 삼켰고 거칠어진 어머니의 손등 위에 전 사랑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열심히 하는 길만이 모든 일의 최선 이리라는 걸 알기에 노력하려 하지만 잘되지 않습니다.

  의지 할 곳 없이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갈대의 잎 마냥 전 흔들린답니다.

  선생님 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세요. 어려움 속에 다시 설 수 있음이 더욱 안전하다고......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흘렀나 봅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1987. 1. 12 제자 정숙 올림 

 

 

3.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방학에 편지드리지 못한 점 먼저 사과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보낸다고 하면서 이렇게 늦었습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1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선생님께 수고를 끼쳐 드려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이 편지가 늦게 도착하더라도 용서 바랍니다.

  저는 워낙 글재주가 없어서 친구에게도 편지를 잘 쓰지 않습니다.

  선생님 우리들 때문에 신경 많이 쓰셨죠.

  다른 반은 그렇지 않았는데 특히 우리 반이 많이 아팠고 병원에 입원도 많이 했었으니까요.

  살이 많이 빠지시지는 않았는지요.

  저희들 때문에 좀 더 늙으신 것 같아 무척 걱정이 됩니다.

  혹시나 이마에 주름살은 생기지 않았는지요.

  늙어가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답니다.

  요사이 선생님께서 매우 피곤하신 것 같던데

  선생님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몸에 매우 해로워요.

  이제 따뜻한 봄이 왔으니 선생님께서도 항상 웃으시는 선생님이 되셔요.

  그럼 이만 펜을 놓겠습니다.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제가 2학년에 올라가면 1학년 때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987년 2월 13일 제자 김애희 올림.

 

 

 

4. 누님께.

 

  무더운 기온도 차츰 낮아져 이젠 완전히 초가을 날씨답게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하군요.

  그동안 몸 건강히 계시온지요?

  그리고 하시는 일들이 잘 되는지요?

  동생들도 공부 열심히 하는지요?

  저는 얼마 전 상경하여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삼사 체전에 대비하여 운동에 전념하고 있답니다.

  점점 나이가 들고 철이 들수록 부모님의 고마움은 한없이 부풀 구만 있어요.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면서도 실제적으로 그 뜻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이 가끔 부끄럽기만 하답니다.

  추가로 부모님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전화로 연락했듯이 요번에 그렇게 넉넉한 시간이 있지 않을 것 같군요.

  그리고 지금 보내는 티켓은 3.4일분 각 4장씩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동생들과 누나 모두 보내 주셔요.

  나머지 참고 사항은 저번에 보낸 편지를 참고하셔요.

  다시 한번 부탁할 사항은 조금  일찍 도착하도록 서둘러 주기 바라요.

  그리고 혹시 제가 시간 있으면 12시 ~ 12시 30분 사이에 11문 근방에 기다린다고 전해 주셔요.

  혹 못 만나도 그대로 입장해 주기 바라요.

  저는 티켓 뒤에 나와 있듯이 첫날 400m 시합에 나가게 되었어요.

  혹 TV나 라디오 중계 있으면(오후 4시경) 시청 바래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일에 행운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빌면서

                                                 81. 9. 26일 동생 석. 

 

 

5. 누님에게

 

  한잎 두잎 떨어진 낙엽들이 연병장의 한 모퉁이에서 모진 부분을 다듬듯이 바람에 나뒹구는군요. 아침저녁의 찬바람과 가을밤의 귀뚜라미 울음소리. 둥근 보름달 등 이러한 모든 것이 우리로 하여금 가을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요소들인 것 같습니다.

  지루한 여름의 무더운 날씨도 전부 지나고 이렇게 표면적으로 가을이 다되었건만 내 피부로 느끼는 가을은 아직 적 신호를 보내고 있군요.

  마음의 여유와 시간적 제한 공간적 제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다 생각에 그칠 뿐입니다.

  오늘이 바로 아시아 게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누나네 식구들도 개회식의 그 웅장함을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국민학생으로 시작하여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참가한 수많은 마스게임의 구성원들을 바라보니 그들의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온 국민이 보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답니다.

  아시아 30억의 인구가 집중된 이번 아시안 게임이 성공리에 끝나길 우리 모두 기원하여야겠죠?

  매형과 조카는 잘 지내고 있는지요.

  추석은 잘 보냈는지요?

  이곳에서 세 번째 맞이하는 명절인데 명절 때만 되면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그저 편지 쓰다가 책 읽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답니다.

  환절기라서 그런지 중대에 감기 환자가 많군요.

  매형과 조카에게 신경 쓰셔야 할 겁니다.

  매평에게 안부 전해 주시고 이만 짧은 글 줄입니다.

                                               1986. 9. 20. 의정부로부터 동생 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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