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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7

by 영숙이 2020.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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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경하는 선생님께

 

  학교에서 늘 보는 선생님이지만 집안 모두 안녕하시고 잘 계신지요.

  그리고 애기도 잘 크고 있겠지요.

  어느덧 입춘도 지나고 아주 맑은 파아란 하늘이 있고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눈을 떠갈 때

  펜을 들어 봅니다.

  방학 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 먹어 버렸어요.

  선생님께서는 방학을 잘 보내셨는지요.

  학교 온지도 6일 지나고 요번 주엔 졸업식이 있는 날이기에 새삼 안부를 여쭈려니 좀 어색해요.

  전 방학 동안 할머니 댁에서 타자도 치고 제가 방학하기 전 계획했던 쪽으로 방학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급수도 내가 원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었고, 학교 공부도 그럭저럭 한 해를 마무리하기엔 괜찮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 2학년 때는 급수를 빨리 따고 학교 공부에 더 적극적으로 신경 썼으면 해요.

  이젠 조금만 있으면 봄방학 그리고 2학년이 된답니다.

  선생님께서는 또 새로운 제자들을 맞이하시겠군요.

  그리고 또 종업하여 사회에 내 보내는 제자도 있겠지요.

  저희들을 걱정해 주시고 보살펴 주는 것은 부모님 다음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쪽으로나 저런 쪽으로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걱정해 주시는 것도 고맙지만 선생님의 지나친 걱정은 저희들에게 부담을 줄 때가 있답니다. 

  예를 들자니 생각이 안 나요.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의 제일 발랄하고 좋은 시기인 2학년이 되는군요. 2학년이 되면 그만큼 할 일도 많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되겠죠.

  저도 그때쯤이면 깊은 생각을 많이 하고 롱펠로우나 릴케 등을 좋아하게 되겠죠.

  1학년 때는 학원에 쫓기다 보니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변명이겠지만요.) 처음 고등학교 올랐을 때와는 달리 많이 변한 것들도 많고 학교 생활도 많이 익숙해져 가요.

  그런데 변한 것 중에 변한 것이 있다면 발랄하고 청순해야 할 우리의 친구들이 미리 늙어 가고 있다는 거예요.

  헤어 스타일을 보나 옷을 보나... 학창 시절에 많이 공부를 해야 되는데 애들은 상고라 그런지 별로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요. 마지막이 될 할 창시 절의 꿈을 더욱더 키워 나가야 되는데 말이지요.

  밤은 고요하고, 어둡고 하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걸 보니 비가 올려나 봐요.

  다들 자기에 저도 이만 pen을 놓아야겠어요.

  늘 보는 선생님이지만 웃음과 미소를 항상 잃지 마시고 몸 건강하십시오.

                             1986. 2. 11 별이 빛나는 밤에 울산여상 제자 유진 올림

 

*1년 동안 가르쳐 주시고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씨 못써 죄송합니다.

 

 

2. To 선생님께

 

  막상 펜을 들고 보니 어색함이 나로 하여금 조금은 불안하게 만들고 있군요.    겨울은 가고 또 봄은 오고 어느덧 1년이란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 버렸습니다.

  멋진 다음 학년을 위해 우리의 1년은 참으로 고통스러웠으며 그러므로 해서 우리의 봄은 더욱 화사하게 피어날 것입니다.

  창 밖으로 내리는 저 비는 우리에겐 무슨 의미이며, 또 왜 이렇게 가습을 텅 비게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색하게 막 중학생 티를 벗고 처음으로 고등학교라는 곳에 첫발을 내디디던 그날, 그것이 선생님과의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줄도 모르고, 보다 큰 내일을 위해서는 한순간의 작은 아픔은 예브게 접어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지나버렸는지도 모르게 우린 또 이렇게 성숙했고, 조금만 있으면 더 큰 사회라는 물결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고, 그렇게 그렇게 세월은 가는 것인가 봅니다.

  선생님!

  언젠가 radio에서 들려오는 "스승의 은혜" 중에서 이런 말 정말 가슴이 찡하더군요. "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아무도 알 수 없는 그 깊은 뜻. 선생님들 만의 그 외로운 속마음.

  1년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올해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 학교를 떠나시더라도 항상 저희 1학년 4반 못난이들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름은 제대로 기억 못 하지만 "아. 너. 그래 잘 지내니"하고 한마디 던지신다면 저흰 또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그리고 다음에 선생님께서 담임이 되시면 보다 많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의 입장에 서서 같이 생각해 주시는 좋은 선생님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알 수 없는 우리들 마음속의 갈등들. 학창 시절의 아름다운 순간들.

  저희들에겐 마지막 학창 시절이기 때문에 더욱 한해 한 학년이 값지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이 늘 강조하신 "인생은 한번밖에 없다"

  세월은 흐르고. 하루하루의 진실을 위해서 늘 노력하라는 그 말씀.

  인생은 한번밖에 없고 그렇기에 우리에겐 더욱 뜻깊은 학창 시절.

  언젠가 그때를 회상하며 웃을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싶습니다.

  1년 동안의 많은 나의 이야기들을 예쁜 종이에 적어 어디로든지 날려 버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언제나 공부만 하라고 하는 선생님이 되시지 말고

  늘 우리가 인간답게, 이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주는 선생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무사히 3학년 졸업을 하고 더 큰, 성숙된 모습으로 다시 새 로버 게 선생님 앞에 설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언제나 내내 건강하소서.

  선생님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87. 2. 11 울산 여상 정현 올림

 

 

 

3.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방학 때 게으름 피우다 이렇게 늦게 편지를 하게 되어 죄송해요.

  저는 편지 쓰는 솜씨도 없고 해서 편지를 아무에게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선생님께선 국민학교 때부터 여태까지 저의 담임 선생님들 중 성격이 제일 원만하신 분이세요.

  제가 이런 말하기는 죄송하지만 선생님께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반애들을 기억해 주시지 못하는 거예요.

  이점 정말 고치신다면 선생님은 세상에서 1등 선생님이 되실 거예요.

  참! 선생님께서 저는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방학 전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죠? 선생님께서는 기억이 잘 나실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저의 이름을 잘못 기억해 "박성남"이라고 불러 반애들이 마구 웃었던 일 말이에요. 전 그때 조금 서운했어요.   

  선생님께서 저의 족보를 바꾸어 버렸잖아요.

  그래도 "성남"이란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주어서 덜 섭섭했어요.

  이 이야기는 그만 두기로 하죠.

  선생님. 일 년 동안 철없는 저희 반 애들 지도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지요? 정말 감사해요.

  저도 선생님의 지도하에 어딘가 모르게 많이 자란 것 같아요.

  선생님 2학년에 가서도 선생님을 뵙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저의 작은 소원이에요.

  뜻이 하늘에 닿는다면 이루어지겠죠.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선생님이 되어 주세요.

  선생님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저도 갑자기 어제부터 감기가 들었어요.

  그럼 이만 줄일까 해요.

  안녕히 계세요.

 

                                                   1987. 2. 10 제자 울산 여상 김성남 올림

 

 

 

4. 누나에게

 

  그동안 잘 지내는지요.

  진해는 벚꽃이 온 천지를 덮은 꽃동네랍니다. 

  오늘은 간단히 쓰고 마칠까 합니다.

  요번 졸업식 초대권이 모두 집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한 곳으로만 보내도록 조치하여 그렇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집에 전화로 연락하여 어떻게 받을 것인지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하루 전에 부산 이모 집으로 내려오게 되면 거기에서 만나 같이 오면 되고

  혹은 마산이나 진해로 직접 오게 되면 장소를 서로 약속했다가 같이 들어오면 되겠지요.

  하여튼 초대권 없이는 들어올 수 없으니 잘 연락해서 차질이 없도록 하셔요. 

  꼭 시간도 엄수해서.

  그럼 다음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사관생도 석.

 

 

5. 언니 보세요.

 

  언니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조석으로 찬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제법 밤도 깊어진 것 같아요.

  항상 주변에 이 쓴 것에 존재 가치를 모르고 지내다가도 갑자기 그 모습을 감추었을 때 사람들은 당황하지요.

  지금의 숙이 심정은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았으면 하는 심정이랍니다.

  언니는 지금쯤 무척이나 바쁘겠네요.

  사람은 바쁠 때가 가장 행복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생긴 한가함은 숙을 당황하게 하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는 시간을 잘 이용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100% 마음을 충족해 주지는 못하고 있어요.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의 부족이 숙을 쫓기게 만듭니다.

  그러나 편지를 쓰는 이 순간도 제일 멋진 사람이 되고자 함에는 변함이 없지요.

  언니 숙이게 용기를 주세요.

  언니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쩌면 언니가 이 글을 비웃지 않고 읽어만 주어도 숙에겐 굉장한 용기가 될 것 같아요.

  좋은 말이 없을까요?

  언니의 좋은 글로 위 로르 ㄹ해 주세요.

  감미롭고 가녀린 라디오 선율이 귀속에 흘러들어도 감히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아요.

  왠지 슬퍼질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언니, 걱정하진 말아요. 숙은 강해질 수 있고요. 알차게 모든 일을 잘해 낼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숙은 믿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지금이 12시 35분가량 되는데 언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잠? 책? 공상? 글?

  이중에 한 가지 이겠죠?

  집에 있다가 혼자 있게 되어 쓸쓸하진 않았는지 걱정이군요.

  집 식구들은 모두 잘 있어요.

  언니, 종숙이는 아직도 어린애, 철부지일까요? 이제는 언니의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 들일수 있을 만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맡아 주신다고 생각하며 더욱 믿음에 충실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조만간 언니에게도 좋은 소식을 주리라고 믿고요.

  언니도 하나님의 넓고 깊으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성경을 읽으면서 영의 양식을 쌓을 수 있길 바라요. 그렇게 되면 많은 길이 열리리라 믿어요.

  언니 다음에 또 쓸게요. 좋은 꿈 꾸세요. 기도할게요.

                                    1983. 9. 3. 토. 언니를 사랑하는 동생 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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