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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편지글

편지글 18

by 영숙이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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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께 

 

  선생님 아침마다 보지 않으래야 안 뵐 수 없는 선생님 아시지만 인사는 해야겠죠.

  안녕하십니까? 사부님도 잘 계신지요.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기님도.....

  사부님께서 아주 미남이란 정보를 얻었는데 사실인가요?

  사부님께선 눈이 좀 나쁘신가 봐요.

  하지만 뭐 세상엔 음이 있고 양이 있듯이 상대성 원리에 의해 사부님께선 선생님을 택하셨으리라 이 똑똑한 제자 생각하는 바입니다.

   

  선생님 한줄기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얄밉지 않군요.

  아주 신선합니다.

  꽃샘추위도 두렵지 않습니다.

  펄펄 넘치는 청춘이 있으니까요.

  여고시절이 청춘의 꽃이요.

  인생의 향기라나요.

  저두 그렇게 생각해요.

  전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답니다.

  영원히 학생으로만 있고 싶어요.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땐 이 시절이 무척 그리워질 거예요.

  전 지금 친구들이 참 좋거든요.

  전 간혹 말썽도 피우고 청소도 안 하고 괜히 선생님이 밉고 할 때도 있어요.

  아니 여기서 선생님이란 모든 선생님을 가르치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진짜 미워서 그런 적은 없어요.

  속으론 다 좋아하지만 그래도 말썽을 피우는 건 재미있거든요.

 

  전 지각 담당인데 아마 버릇인가 봐요.

  2학년 땐 결코 지각 안 하기로 진심으로 결심한답니다.

  언젠가 지각해서 선생님께 반성문을 썼는데 그땐 솔직히 진심으로 용서를 빈 것이 아니었어요.

  그 후로도 계속 지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철이 들었나 봅니다.

  한 해가 가고 나니 제가 걸어왔던 길이 너무나도 어리석고 게을렀다 하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지각만큼은 안 하고 싶어요.

 

  선생님 전 작가가 되고 싶었답니다.

  국민학교 땐 제법 상도 탔거든요.

  하지만 차차 거기에 관심도 떨어지고 책도 안 읽고 하니까 그런 꿈은 난 몰라라 하고 날아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전 카페를 경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게 안되더라도 무슨 상업을 할 거예요.

  전 독신으로 살 거거든요.

  졸업한 후 취직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제 꿈을 실현시킬 거예요.

  그럼 언젠가는 카페를 경영하겠죠?

  제가 컴퓨터 점을 쳐 봤는데 거기서 저의 직업은 행화촌 주변에 주점을 경영하는 것이 좋다나요.

  사는 재미로 세월 가는 줄 모른대요.

  글쎄 이 정도면 장래가 보장된 셈이죠?

  선생님 저의 국민학교 때 꿈인 작가 실력을 보시겠어요?

  선생님께선 책벌레시니까 저의 시를 아주 극찬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디 유명 출판사에 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저의 시에 감탄한 나머지 작가 지망생들이 자포자기할까 감히 두려운지라 그만두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제 시를 한번 감상하시겠어요?

  흠흠 ~

 

제목 : 나는야 우체통!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공업탑 로터리에 있는 우체통이

  되어 있어, 오고 가는 연애편지

  뜯어볼까 하노라 ~

 

어떠한 온지요.

전 이 시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선생님 그럼 이만 펜을 놓습니다. 작가 다운 인사말이 안 나오는군요.

선생님 사부님 아기님 모두 모두 안녕  by by.

                                                         1987. 2. 12   제자 김소미.

 

 

2.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늘 선생님을 보니까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좀 섭섭한 것은 제가 중학교 다닐 때는 학교의 선생님과 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오니까 너무나 환경이 달라서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속 노력을 하겠습니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선생님 방학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즐겁고 몸 건강하시게 잘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방학 동안 지내기는 잘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이라면 좀 더 알찬 방학이 되지 못해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게 빈 것 같습니다.

  이제 저도 2학년인데 어른스럽게 생활해야지 1학년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이런 걱정이 앞섭니다.

 

  선생님 1년 동안 우리들도 고생했지만 선생님께서 더 고생하셨죠.

  고맙습니다.

  이제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선생님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1년동안 저희들을 가르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올 한 해도 건강하세요.

                                           1887. 2. 11 정정주 올림

 

 

3. 언제인가, 눈 오는 거리를 헤맨 적이 있었습니다.

 

  내리는 눈꽃송이를 머리에 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놓아 가듯 그렇게 혼자서 걸어 올라가 조용히 굽어 보는 성모상 앞에 서 보고 싶었습니다.

  왠지 그윽해지는 작은 가슴에는 이름 모를 어느 시인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 눈 내리는 저녁 길엔 홀로 걷고 싶다"라고 

 

  선생님.

  우리들의 가슴은 너무나 작고 여리어서, 정갈한 눈꽃송이처럼 하얀 마음의 꽃밭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인생을 생각하기엔 너무나 어린 우리들은 참으로 이쁘게 살고 싶어 합니다.

  물무늬 미소를 가진 친구와 이쁜 그리움을 가득 담은 친구의 얼굴은 우리들의 가슴 가득 사랑을 전하여 줍니다.

  청순한 우정의 사랑을......

  ~

  방랑의 벽이 심한 헤르만 헤세는 자신이 걸어온 방랑의 길에서 '크눌프'라는 아름다운 아름다운 방랑자를 만듭니다.

  그는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다니며, 인생을 살다가 끝내 신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한편으로는 과오와 미궁을 통하여 슬픈 인생을 살다 간 그였지만 정욕과 생활의 집착을 떠나 생활을 바라보는 자세를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여고 시절 헤세와 같은 방랑의 벽을 가진 적이 없으셨는지요.

  비가 오는 날 비를 사랑하는 집시가 되어 풋풋한 흙내음과 상큼한 겨울 들녘을 헤맨 적은 없으셨는지요.

 

  선생님.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자신 스스로가 얼마나 방랑이 심한가를

  비가 오면 집시가 되고 눈이 오면 눈꽃 사슴이 되고픈 저로서는 크눌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조그마한 것에 느끼는 감정들이 너무 난 저리고 아파서, 저의 가슴은 이런 애틋한 슬픔 때문에 멍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현실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명랑한 여고생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여러 가지의 교훈과 더불어 산뜻한 끝맺음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학년을 맞이 하겠습니다.

 

  선생님.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주어진 환경에 좀 더 열심히 생활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방랑의 벽을 서서히 삭힐 수가 있겠지요.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날씨가 쌀쌀한 것 같아요.

  선생님.

  감기 조심하세요.

  전 지금 감기 때문에 고생이 심하거든요.

  그럼 이만 쓰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87. 2. 7일 11시 59분  제자 성실 올림 

 

 

4. 누님 받아 보십시오.

 

  푸른 파도와 갈매기가 울어대는 또한 해변가에는 조개들이 육지로 나들이 나온 모래사장 등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비가 내릴 땐 하늘을 쳐다보며 비 좀 그만 내려 달라고 혼자 말로 하였는데 지금은 어서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랍니다.

 

  30˚를 오르내리는 한낮의 더위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정해진 일과에 따라 정해진 일들을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이 같은 더위는 무엇 한 가지 하려고 하여도 몸의 나른함과 귀찮음으로 인하여 행동들이 모두 나태하여진답니다.

 

  매형은 건강하신지요? 누님도 역시...

  저번 주 일요일에 집에 갔다 왔었는데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처음보다는 반가움이 덜하였는데 그날 저녁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과 하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답니다. 

 

  어느덧 7월도 마지막 주 그것도 3일이 지났습니다.

  7월을 보내고 새로운 달 8월을 맞이하여야 할 마음의 자세 등이 진실로 필요할 때라고 생각되어 지 버니다.

  앞으로 휴가 갈 때까지 남은 60여 일을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나 스스로가 노력하여야 하겠지요.

  그럼 이만 두 분의 건강을 빌며 줄입니다.

                         일천구백팔십오 년 칠월 이십사일 의정부에서 동생 민 씀.

 

 

5. 형부, 언니 보세요.

 

  마음속의 봄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은데 달력의 숫자가, 또 메스콤의 입춘대길 쇼가 봄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신정이 지난 것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구정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 온 것처럼 그때가 되면 형부 댁에 가셔서 맛있는 거, 즐거운 이야기 듬뿍 담아 나누시겠지요.

  너무 과식하시다 체하시지 마시고 처제들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언니는 이제 개학이 돼서 무척 바쁠 텐데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네요.

  건강한 아이를 낳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벌써부터요.

  형부께서는 여전히 회사 일에 충실하시고, 언니한테도 변함없으시겠지요.

  물론 언니도 해당되는 거고요.

 

  여기는 오빠네 집이에요.

  아직은 이렇게 떠돌아(?) 다녀요.

  오빠네는 아직 옥동자 소식이 없네요.

  온 김에 보고 가려했는데 속만 썩이고 오늘내일하며 나오질 않는군요.

  아마 무슨 불만이 있는지, 아니면 대기만성하려고 하는지 종잡을 수 없답니다.

  내일은 집에 올라갈 건데 아무래도 애기는 못 보고 가는군요.

 

  언니 시댁도 평안하시겠지요.

  숙이가 포항 내려올 때까지 대전 집도 평안하답니다.

  민이도 편안히 잘 있나 봐요.

  집으로 전화까지 왔어요.

  면회는 좀 더 있다가 연락하면 오라고요.

  스케이트 선수로도 나갔대요.

  건강한가 봐요.

  편지에도 하나님 덕분에 아주 잘 있다고 쓰여 있었어요.

 

  언니네 집도 들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은혜도 다녀왔고 해서 다음에 기회를 만들기로 생각했답니다.

  혹시 서운(?)하게는 생각지 않으시겠죠.

  오빠네는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숙이도 지내는 동안 편안했답니다.

 

  늦추위가 한번 물러가면 화사한 봄꽃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들겠지요.

  언니네 학교에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가득하겠네요.

  숙이도 길고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생명의 환희가 느껴지는 봄을 기다리며 어떤 때에도 실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는 여인이 되길 힘쓰고 있답니다.

  우리 모두는 기쁨을 위해 축배를 드는 현명한 자들이 되길 늘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그럼 형부, 언니, 내내 건강하세요.

             1985. 2. 10일(일) 포항에서 처제며 동생인 숙이 올림

※ 민 주소 : 경기도 포천군 소흘면 송우리 사서함 23호 <본부중대> 130-30

   (계급 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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