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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115

by 영숙이 202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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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자율학습과 숙직교사 

  고3이 되어 이제 대학 진학이 코앞에 닥쳤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로 자율학습이 끝나고 나서도 아이들이 다 가고 남은 교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였다.

  3월초.
  아침에 일찍 등교하고 자율학습을 9시까지 해서 독서실은 끊고 10시까지 교실에 혼자 남아서 공부를 했다.

  그날도 10시까지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가려고 교실 앞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들고 평소에 학생들이 다니는 양쪽 끝에 출입문이 캄캄하게 닫혀 있어서 선생님들이 출입하는 중앙현관으로 가기 위해 가운데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 숙직 선생님이 나오셔서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또순이는 자기 생각에 빠져 있어서 또순이한테 말한다고 생각도 안 하고 현관으로 나가서 신발을 신으려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갑자기 또순이 뒤에서

   

   "너 선생님이 묻는데 왜 대답을 안 해?"

 

  또순이가 놀라서 뒤로 돌아서면서 컴컴한 현관 또순이 바로 뒤에 서 있는 덩치 큰 남선생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남선생님의 커다란 손바닥이 또순이 머리를 양쪽으로 힘차게 내리쳤다.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얼른 머리를 감싼 채 풀썩 바닥에 쓰러지면서 순간 이러다가 엄청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거의 다 가고 교무실에 선생님들도 거의 다 가셨으니 텅 빈 학교가 아닌가.

  바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면서 울었다.

 

  "악, 몰랐어요. 선생님. 저한테 물어보는 줄 몰랐다고요. 엉엉엉"

 

  텅 빈 학교 현관 가득 또순이의 고함치는 소리와 미친 듯이 우는 소리가 운동장으로 울려 퍼졌다.

  순간 그 남선생님은 경직된 듯 서 있었다.

  교무실에서 3학년 자습 감독을 하던 수학 선생님이 아직 안 가시고 계셨다가 놀라서 쫓아 나왔다.

 

  "저 선생님이 갑자가 저를 때렸어요. 제 뒤를 쫓아 나오더니 때렸어요. 엉엉엉"

 

  3학년 3반 담임선생님이셨던 수학과 임효묵 선생님은 선생님의 딸도 3학년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또순이가 딸처럼 생각되었는지 교무실로 데려갔다가 같이 나가자고 하면서 교문 밖까지 동행해 주셨다. 

 

  또순이는 너무 분했다.

  맞을 이유가 없는데 왜 함부로 때리는지 선생님이 데려다주시는데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고 있었다.

  선생님한테 안녕히 가시라고 말하는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심하게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산을 가지고 왔었는데 선생님이 때릴 때 쓰러지면서 우산이 부서졌었다.   

  선생님은 우산이 없는데 집까지 데려다주시겠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지만 괜찮다고 사양하고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빗속을 엉엉 큰소리로 울면서 집까지 걸어갔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30분 정도의 거리였는데 다행히 날씨는 춥지 않았지만 동복 교복이 몽땅 완전 푹 젖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엄마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문간 방으로 가서 계속 엉엉 울었다.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방으로 와서 물었다.

 

  "왜 울어?"

  "숙직하던 남선생이 갑자기 현관까지 쫓아오더니 때렸어."

 

  엄마가 학교로 찾아갈 테니까 그만 진정하고 자라고 하였다. 학교에 잘 오시지 않는 분이셨지만 비를 몽땅 맞고 와서 방에 틀어박혀 엉엉 우는 딸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다음 날 2교시 끝나고 엄마가 오셨다.

  바로 숙직 선생한테 가지 않고 임효묵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엄마가 오셨다고 말했다.

  임효묵 선생님이 숙직 선생한테 학생 엄마가 왔다고 말하니까 숙직 선생은 얼굴이 하얘져서 벌떡 일어섰다.

  그걸 보고 임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있으라고 손짓을 하고는 선생님이 대신 엄마를 만나러 교사 휴게실로 가셨다.

 

  한참 수학 선생님하고 이야기하던 엄마가 나오셨고 또순이는 엄마를 따라 현관까지 갔다.

 

  "선생님이 끝났냐고 물어봤는데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갔다며?"

  "나한테 물어보는 줄 몰랐어."

  "그래도 대답을 했어야지."

  "계단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뭐라 말하는데 어떻게 대답해?"

 

  결국은 또순이 잘못이었다는 식으로 수학 선생님이 말했고 엄마도 또순이한테 그렇게 말해서 답답하고 분했다.

  답답하고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신 교정에서 만나면 먼데서부터 고개를 똑바로 들고 눈을 홀 키며 인사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고 그 앞을 지나갔다. 

  친구들한테 그 선생님이 이러저러했다고 만날 때마다 이야기했다.

  아주 소극적이지만 나름의 복수를 한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그 선생님도 엄청 놀랐을 것이다.

  또순이 만날 때마다 놀란 얼굴이 경직되어서 지나갔으니까.

  그러니까 때린 놈은 불편하고 맞은 놈은 다리 펴고 잔다고 했나 보다.

 

  그렇게 여고 3학년 초반부가 지나갔다. 

 

 

< 224. 수학선생님 >   

 

  임효묵 선생님은 마르고 키가 큰 선생님이셨다.

  얼마나 말랐는지 체중 미달로 군대 면제를 받았다고 했었다.

  눈이 부리부리하게 크셨는데 따님이 같은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그런 인연으로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선생님도 딸을 생각해서인지 그날도 집에까지 데려다준다고 했지만 그 후에도 교내에서 만나면 원래 잘 웃으시고 친절하시기는 했지만 또순이한테 정다운 웃음을 웃어 주셨다. 

 

  3학년은 진학 때문에 고민이 많은 시절이다.

  누군가 상담할 사람이 필요한데 주변에 진로나 또는 진학 상담해 줄 사람이 없었다.

  또순이는 수학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상담을 요청했다.

 

  "선생님 간호 사관학교 가고 싶은데요."

  "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집안 형편이 대학 학비를 못 낼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데요."

  "그런 간호 사관학교 가지 말고 일반 대학교 가."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인생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만남의 축복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 사람으로, 여건으로, 환경으로 좋은 선생님으로 함께 해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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