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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선 버드나무 > 32. 향기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담아 난로 위에 올려놓고 윤선생님은 연통 옆에 서서 어두워 오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겨울의 어둠은 날씨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하여도 어김없이 일찍 찾아와서 이 조그마한 사무실을 부드러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 버리고는 한다. " 뭐하시려고요? " " 발 씻으려고. 집에 가서 씻으려니까 귀찮아서. " 물이 적당히 데워진 세숫대야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선생님은 매 맞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아이처럼 바지 끝을 올리고 천천히 양말을 벗기 시작한다. 네 개의 시선이 선생님의 손 끝을 따라 움직였다. 발은 어제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서 오랜만에 100점 맞아 의기양양해하는 어린아이처럼 영숙을 올려다보곤 크게 웃음 짓고 만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넣어 발을 씻기 시작하였다. 영숙.. 2020. 1. 18.
< 홀로 선 버드나무 > 21. 따스한 겨울 겨울은 여전히 따뜻하기만 했다. 아마도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린 모양이거나, 밀려 버린 시간 때문에 겨울이 지난봄에나 추워지려나.. 유난히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 영숙이는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어렸을 적 외갓집에서 외 할아버지가 소리 하시는 것을 들으며 따뜻한 아랫목에 아슴히 잠들 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기분 좋게 무엇인가가 영숙이를 감싸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창 밖으로 조용히 눈이 내려 온다. 하늘하늘. 영숙이는 창 문 앞에 서서 초록색 원피스 양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 Saint - Saens - Cello Concerto No. 1)을 듣고 있었다. 영숙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섬세하게 떨려 나오는 고은 음색이 창 밖의 눈과.. 2020.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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