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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통2

< 홀로 선 버드나무 > 32. 향기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담아 난로 위에 올려놓고 윤선생님은 연통 옆에 서서 어두워 오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겨울의 어둠은 날씨가 아무리 따뜻하다고 하여도 어김없이 일찍 찾아와서 이 조그마한 사무실을 부드러운 검은 휘장으로 둘러싸 버리고는 한다. " 뭐하시려고요? " " 발 씻으려고. 집에 가서 씻으려니까 귀찮아서. " 물이 적당히 데워진 세숫대야를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선생님은 매 맞기 위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아이처럼 바지 끝을 올리고 천천히 양말을 벗기 시작한다. 네 개의 시선이 선생님의 손 끝을 따라 움직였다. 발은 어제 목욕한 것처럼 깨끗해서 오랜만에 100점 맞아 의기양양해하는 어린아이처럼 영숙을 올려다보곤 크게 웃음 짓고 만족스러운 몸짓으로 손을 넣어 발을 씻기 시작하였다. 영숙.. 2020. 1. 18.
< 홀로 선 버드나무 > 23. 눈이 주는 행복 창 밖으로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였다. 면사무소로 사람들이 등을 바짝 조여 안은 체 종종걸음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가끔 시야를 잠식할 뿐. 모든 것은 반짝이는 색으로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눈이 그친 뒤의 그 고요함. 햇볕이 내리쬔 듯한 그 맑음.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 곧 사그라져 버릴지라도 눈의 모습을, 진정함 그 참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눈의 예찬을 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밟으면 뽀드득 소리 나는 저 눈처럼 내 마음은 반짝이지도 맑게 개어 있지도 아니하고 텅 비어 있을 뿐이다. 눈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내린 눈을 본다는 것은 쓸쓸하다고나 할까? 소슬하다고나 할까? 면사무소 벽 한 귀퉁이에 작은 햇.. 2020.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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