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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16. 초록색 원피스

by 영숙이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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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원피스>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소리를 내며 불어 가고

   영숙이가 안고 뒹구는 나뭇잎을 외로움이라는 낙엽.

 

   영숙이의 마음에서 떨어져 나온 그리하여 온몸을 싸고도는 흐름.

   그러면서도 이 순결한 매 순간순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영숙이에게 주어지는 외로움을 언제나 그랬듯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항상 내 마음속의 목표와 함께

   앞을 바로 보며 똑바로 걸어간다는 생각,

   아니 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무엇인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정말 좋다. 

 

       ㅡ 그래, 난 주위를 사랑하며 열심히 살고 또한 반듯하게 걸어갈 거야! 이것이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이지! ㅡ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다. 

   조용히 나 자신을 쌓아 가노라면 나도 무엇인가를 갖는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것을 이겨 내야 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인 것을.

 

   그러나 어떠한 말로 꾸며대도 보 건지 소장님의 매력은 지울 수가 없었고

   그 매력에 저항하기에는 영숙은 너무 가까이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한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에 기대어 여유를 가지게 된다.

 

        ㅡ 그래, 난 아직 젊고 그리고 백지인 상태이며 그 백지에 함부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지. 한 번뿐인 인생인 것을. 한 번뿐인 인생 위에 마음에 안 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어. 아무 그림이나 그릴 수는 도저히 없지. ㅡ

 

      ㅡ 어쩌면 난 너무 이기주의자이기 때문에 절대 빠져들지 않겠지. 아니 그보다는 계산을 너무 열심히 하기 때문인지도. 자신에게 마이너스되는 일을 할리가 없어. ㅡ

 

   차갑고 쓸쓸한 보건 지소장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정말 어쩌면 천성적으로 의사로 아니 전생에서부터 의사로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옆길로 새지 않고 자신의 길을 말없이 가는,

 

         ㅡ 우린 어쩌면 옆길로 한 눈을 팔기엔 너무 힘들게들 성장했는지도 모르지! ㅡ

 

   초저녁이 또 조용히 지나간다.

   고즈넉한 저녁시간.

   창 밖으로 바람소리가 버드나무를  쓸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노라면 때때로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진다.

 

   모든 것은 잊혀지게 되어 있다.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이 아플 때도 있고 때로는 즐거움과 기쁨의 추억으로 간직될 때도 있지만

   지나가면 그만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지나가는 그 순간을 붙잡아 매어 놓는 것이다.

 

   청성에 온지도 벌써 6개월 째 접어든다.

   그동안 한 일이 너무 없다.

   책상 머리에서의 잡담.

   자신에 대한 열등감.

   점점 더 이불속이 추워져 가고......   

 

   퇴근 후에 다 같이 버스를 타기 위해 청산으로 나가는 길에 양양 언니가 자취하는 집에 들러 김치 통을 챙겨 간다고 들어가서 선생님하고 영숙이는 안양 언니가 자취하는 집 대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 김양 뽕이라도 좀 큰 것 좀 하지. "

     

   윤선생님은 놀리는 말투로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 네? 무슨? 저 뽕 같은 거 싫어해요. "

 

   윤선생님은 객관적으로 영숙이를 아래 위로 훑어보고 있었나 보다.

   

   22살

   163 센티

   47 키로

   살이 없는 마른 몸매

   특히 가슴이 빈약하다.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빈약한 가슴

   그 때문에 가슴이 아팠었다는 것은 알고 있을까?

 

      " 뭐하러 그런 걸 해요? 있는 그대로가 좋잖아요. "

      " 그래도 뽕을 하면 보기 좋잖아? "

      " 다른 사람 보기 좋으라고 그런 거 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

      " 있는 그대로가 좋아요. "

     

   영숙이는 쌀쌀맞은 어투로 대꾸하였다.

   의외의 반응이라 생각했는지 윤선생님이 놀리던 어투를 멈추고 웃음기를 거둔다.

 

   

   대전에 가서 선아랑 학교 다닐 때 자주 다니던 레스토랑에 정말 오랫 만에 갔다.

   

   처음에는 수경이와 수경이 친구들이 늘 만나서 놀던 레스토랑이었는데 수경이가 영숙이와 보영이를 그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하면서부터 들락이기 시작하였고 그 후에는 선아 취미가 DJ여서 레스토랑 뮤직박스에서 잠시 무보수로 DJ를 했고 손님이 많은 날에는 카운터를 좀 봐주기도 하고 음식도 나르면서 놀았다.

   

   그 레스토랑에 다니면서 읽었던 책이 그때 당시 한창 유행하였던 소설

" 모모 "(1973년 미하엘 엔데의 동화소설,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였다.

그 책이 한창 유행 할 때 여서 " 모모 "란 유행가도 있었다.

   " 모모 "란 유행가는 소설 모모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제목만 따다 붙인 유행가였다.

   

   소설 " 모모 "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라는 부제의 동화소설.

   작가인 엔데는 이 이야기를 들은 대로 기억에 따라 썼다고 고백하였다.

   읽을 당시만 해도 그렇게 될까 하였지만 지금 우리는 시간을 훔쳐간 시간의 저축은행 사원들인 회색 일당과 관련을 맺고 그들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더 빨리 더 빨리 더 많이 더 많이 일하고도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

 

   졸업 후에 선아는 성모 병원에 취직이 되었고 영숙이 또한 교사 자격증과 순위 고사를 치르느라 그 레스토랑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가보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된 것이다. 

 

   한낮의 햇볕 속에 초라한 레스토랑은 이미 한물 간 퇴기처럼 정이 뚝 떨어지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주인 노총각은 손님 없는 그곳을 지키고 있으면서 종교적이 된 자신을 열심히 피알 하였다.

   선아와 영숙이는 그토록 들락이며 잘 지냈던 그 레스토랑을 빨랑 빨리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하다가

     

      ㅡ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시간 있을 때 또 놀러 올게요.ㅡ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속이 다 후련하였다.

   

   추억과 현실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일이었다. 

   추억은 추억인 채로 그냥 두었더라면 더 나았을 뻔했다고 선아랑 거리를 걸어가면서 이야기했었다.

< 스위스 저 풀밭에서 자유롭게 성장한 cow로 만든 스테이크는 호주에서 만큼 맛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배고프면 소용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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