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6 - 언니1, 언니2, 언니3

by 영숙이 2019. 11. 2.
728x90
반응형

165. 언니1, 언니2, 언니3

   

1. 언니1 - 양푼이 밥

 

     

     자개장 집으로 이사하면서

     두집 위에 있는 집이 외가하고 먼 친척뻘이라 

     그집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펌푸 물로

     간단한 빨래나 걸레를 빨 때

     또순이 엄마가 시키기도 하였지만

     특별히 갈데가 없었던 또순이는 

     학교가 끝나고 한번씩 들렸다.

     

       

     처음 그 집에 갈 때에는 

     펌푸 물에서 여름 교복을 빨때

     주인 아주머니가 관심을 가지고

     빠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셨었다.

     펌푸 물이 있는 주변은 네모나게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고

     빨래를 문댈 수 있는 넙적한 돌도 놓여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는

    빨래를 빨때 이외에도 그 집에 가서

    펌푸 물을 지나면 있었던 부엌 입구에 서서

    그 집에 고등학교 다니는 언니랑 인사를 하고

    부엌이랑 붙어 있는 방을 구경하면서 서  있었다.

    서 있으면 부뚜막에 앉으라고 권하면 앉아서

    언니가 데리고 온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구경하였다.

    그러면서 점점 친해져

    나중에는 방에 들어가

    손톱에 메니큐어 칠해 주면서 놀았다..

 

   

    부엌 입구에 서서

    또순이가 가장 익숙하게 보았던 풍경은

    친척 언니가 열무김치와 상추를 넣고

    양푼이 가득 밥을 비벼

    방으로 안들어 가고 밥상도 필요없이

    부엌에서 선채로 먹는 것이었다.

    저 많은 밥이 배에 다 들어갈까?

    왜 서서 먹지?

    정말 배가 고팠나부다.

    빨간 고추장에 비벼져 있는 양푼이 밥은

    정말 맛있어 보였고

    또순이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순식간에 없어졌다.

    고등학교 언니들은 진짜 많이 먹는구나!

 

2. 언니2 - 학생회장 언니

 

    또순이네 학교는 중. 고등학교여서

    전교 학생 회장이 고등학교 3학년 언니였다.

    키가 크고 뚱뚱하고 체격이 좋은 언니였다.

 

 

    피부가 까무 잡잡하고

    이목구비가 크고 뚜렷하고

    특히 눈이 커다랗고 순해 보이는 언니였다.

 

 

    언니는 전교생 모임이 있을 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전교생을 호령하였다.

    열중 쉬어 ㅡ 차렷 ㅡ 교장 선생님께 경례 ㅡ

 

 

    조회대에 기대어 서 있던

    전교 회장 언니는 체격이 좋기도 하였지만

    살이 많이 쪘는지

    교복 바지 허리가 작아서

    옷핀으로 가로로 길게 연결하여 고정한 것이

    짧은 상의 밑으로 보였다.

 

 

    전교생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었던 시절이라

    다른 고등학교 언니들은 잘 몰라도

    전교 회장 언니는 모를 수가 없었다.

    운동장에 모일 때마다

    언니 목소리를 듣고

    언니한테 집중했으니까...

 

 

    중2 겨울 방학이 끝나고

    2월에 학교에 등교 하였을 때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났다.

   

    학생 회장 언니가 겨울방학 동안에 아기를 낳았다고

    음악 선생님 옆 집에 사는데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려 알아 보니까

    학생 회장 언니가 아기를 낳아서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학생 회장 언니는 퇴학을 당하였다고

   

    학교에서 아이들만 만나면

    온통 그 이야기 뿐이었다.

   

    학교도 다 다녔고

    이제 10일만 지나면 졸업인데

    꼭 퇴학을 시켜야 했을까?

    또순이는 안타깝기도 했고

    어떻게 애기를 낳았을까?

    놀라기도 하였다.

    안타까움 절반에 놀라움 절반이었다.

 

     

    그 언니가 유난히 뚱뚱했었지?

    그게 그냥 뚱뚱한게 아니었어.

    그렇구나!

    그래도 어떻게 학교를 끝까지 다녔을까?

    정말 힘들었을 텐데.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소문을 증명하듯이

    졸업식날 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 봄에

    또순이네 두집 건너 친척집 언니가

    시골 큰집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여서 

    또순이 엄마한테 허락 맡고

    언니를 따라 언니네 큰집 동네에 갔다.

   

 

    동네 앞에 너른 들판이 논으로 가득한

    산밑에 있는 따뜻하고 아늑한 동네였다.

   

 

    큰 집은 제법 번듯한 기와 집에

    나이드신 쪽진 할머니가 무척 반가워하며

    밥상을 차려 주었다.

   

 

    밥을 먹고 동네 입구에 나와 

    농사 준비로 바쁜 시골의 오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순이네들 옆쪽으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젊은 여자가

    통통한 아기를 어깨에 기댄 아기를 안고

    너른 벌판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 저 언니가 학생회장 언니야! '

       ' 여기가 시댁 동네라서 여기에 살고 있대! '

   

 

   귓속말로 속삭이는 언니 말을 들으면서

   또순이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니

   정말 전교 학생 회장 언니였다.

   

   

    마이크를 잡고 호령하던

    학생회장 언니가 아니었다.

    동네 앞 너른 벌판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서 있는

    젊은 아낙이었다.

    조금만 있었으면 고등학교 졸업을 했을텐데

    후회가 없었을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전교 학생 회장 언니는

    젊은 아낙이 되어 먼 눈길만 보내고 있었다.

 

 

3. 언니3. - 6년 개근상

   

 

   사실 여자 중. 고등학교로 한 학교에서 지내지만

   배우는 선생님들도 다 다르고

   언니들은 매우 큰 어른 같은 존재들이라서

   잘 알지 못했고 또 같이 어울릴 일도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주말에 상지리까지 걸어 갈 때에도

   각기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해도

   말을 섞거나 함께 걷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가끔씩 언니들이 걷는 것을 보기도 하였었다.

   그 중에 고등학교 2학년 언니가 있었는데

   앞에 서서 가는 가 하면 금새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걸음이 빨라서 였다.

 

 

   이제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기전

   2월 졸업식에서

   특별상을 받는 언니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군서에서 옥천까지 걸어서 다녔는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걸어서 등하교를 하여

   개근을 한 대단히 장한 학생이라고

   특별한 상을 준다고 하였다.

 

 

   또순이도 1학년 때 군서 가면서

   언니를 두어번 본 것도 같았다.

   언니는 그 먼거리를 어떻게 걸어 다녔을까?

   최소한 매일 3시간 이상을 걸었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상 받으러 나가는 언니의 종아리 근육은

   정말 알통이 통통하게 배인

   튼튼 다리였다.

   정말 대단한 언니에 대단한 다리였다.

   또순이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자랑스럽게 상을 받으러 나가는 언니를 지켜 보았다.

   특별상 설명에 모두들 감탄사를 냈다.

      " 오 ㅡ ! '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