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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3 - 자개장 집

by 영숙이 2019.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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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자개장 집

 

         1. 이사

 

 

         사택을 비워줘야 했는지 학교 쪽으로 20미터쯤 더 올라가서

         자개장 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집은 두칸의 방 가운데 미닫이가 있고 안쪽 방에 여닫이가 있어서 부엌으로 연결 되었다.

         가운데 미닫이는 턱과 형태만 있을 뿐이고 실제로는 두칸이라지만 길쭉한 한칸인 셈이다.

         또순이 책상은 미닫이 바로 옆에 붙어 있었는데

         주인집인 자개장 만드는 집으로 창문이 나 있어서

         책상에 앉아서 바라보면 주인집에서 자개농을 만드는 게 보였다.

 

 

         또순이 아버지는 상지리 살 때에는

         엄마도 아버지도 바빠서 싸울 틈이 없었고

         산림조합 사택에 살 때에는

         군청 바로 옆에다 속속들이 다 보여지니 자제하셨는지

         두분이 싸우는 걸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자개농 만드는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부엌과 붙어 있는 방 아래목에서 자고 있던 또순이는

         잠결에 시끄러워서 실눈을 뜨고 보니

         아버지가 또순이 엄마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엄마가 5센치나 더 커서

         고개를 치켜들고 엄마 멱살을 잡고 있었다.

         키 뿐만 아니라 등치도 엄마가 더 커서

         아버지는 멱살을 잡는다고 하지만

         아버지 팔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버지 팔을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ㅡ 박계장 마누라는 미장원해서 돈 잘번다더라

         ㅡ 너는 맨날 뭐하냐?

         ㅡ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

         ㅡ 군청에서 일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니가 알아?

         ㅡ 너는 왜 그렇게 무식하냐?

         ㅡ 배운게 없으면 기술이라도 있어야지?

 

 

       아버지는 술을 잔뜩 마시고 와서

       엄마를 상대로 술주정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가 쏱아 놓는 술주정을 들으면서

       또순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2. 주인 집

 

       

       공부는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습관이라고

       공부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에 따라

       여름 방학 내내 책상 앞에 의자를 바짝 붙여 놓고 붙어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먹는 시간만 빼고

       공부를 안해도 책상에 앉아 놀았다.

       

 

       고등학교를 시험쳐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했지만

       누구는 '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 이렇게 말하지만

       정말 쉬운게 공부라면 공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아선

       말처럼 공부가 쉬운 것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어쨌건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소설책도 읽고 낙서도 하고 뭔가 끄적이기도 하고

       간간히 교과서도 들여다 보았다.

       책상 앞에 

         ㅡ 노력은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ㅡ

       이렇게 써서 붙여 놓았다.

 

 

       책상 앞에 앉아 안집 우물 가에서

       젊은 남자 둘이 농에다 자개를 붙이는 걸 바라 보았다.

       안채는 농을 만드는 작업장이라서 

       우리가 그쪽으로 가서 놀 수는 없었다.

 

 

       일거리가 없어 작업을 안하는 날

       또순이는 안채로 가서 열려 있는 안방을 들여다 보았다.

       이사와서 한번도 보지 못한

       곱게 생긴 안방마님 한분이 모시 한복에 

       머리를 예쁘게 쪽지고 곱게 앉아 있었다.

       또순이가 인사를 하니까 고운 미소로 맞아 주셨다.

       사브작 사브작 일어나서 가까이 오시더니

           " 옆방에 이사 온 학생이구나! "

   

 

       방문 앞에서 들여다 본 방안에는

       벽에 사진이 붙어 있는데

       종종 창문 밖으로 보았던 주인 집 아저씨는 매우 험상궂게 보이고

       주인 집 아주머니는 너무 곱게 생겨서

       또순이가 보기에는 그냥 딱 주인집 귀한 고명딸과 결혼한 머슴이었다.

       지금도 마님과 머슴이었다.

       마님은 방문 밖에는 절대로 안 나오고 방안에서만 생활하고

       머슴은 온갖 심부름에

       자개 농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순이는 그렇게 주인 집 아주머니를 마님으로 만나고

       그집에서 이사 나올 때까지 방 밖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주인 집 큰 아들 부부라면서

       부부가 초등학생 남자애 한명을 데리고 방문한 적도 있었는데

       또순이의 상상력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3. . 주인 집 아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또순이는 부엌 뒤로 돌아가서 안채 쪽으로 걸어 갔었다.

     담과 부엌 사이는 제법 넓어서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안채가 있는 곳쯤에 작은 방문이 열리더니

     머리를 쪽진 곱게 생긴 아가씨 한명이 나왔다.

     또순이가 다니는 학교가 여자 중.고등학교니까

     고등학교에 다니는 언니 쯤으로 밖에 안보였다.

 

 

     또순이가 멈칫하면서 그 앞을 지나가려는데

     방문 안쪽에 곱게 생긴 청년이 앉아 있다가

     또순이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청년이라지만 고등학교 다니는 오빠야 쯤이었다.

 

 

     둘다 이제 막 20살이 되었을까 말까?

     방안에서 아기 울음 소리가 났다.

     또순이는 괜히 민망해져서 돌아서서

     부엌 뒷길을 벗어났다.

 

 

     자개 농 집에서 두집 건너에

     외가와 먼 친척뻘 되는 집이 있었다.

     또순이는 먼 친척뻘이라는 이유로

     그집에 잘 놀러 갔었다.

 

 

     주인 집 우물을 못 쓰니까

     친척네에 가서 간단한 빨래나 걸레를 빨았다.

     친척네에 또순이 보다 3살 위에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또순이처럼 7살에 학교를 가지 않고 

     8살에 갔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 이었다.

     

 

     언니가 말해 주었다.

     실업고 3학년 다녔는데

     연애해서

     결혼도 안하고 애를 낳아서

     동거하고 있다고   

 

 

     직업도 없어서 어떻게 살았을까?

     무얼 먹고 살았을까?

     부모하고 평생 살았을까?

 

 

     그 후 이야기는 모르지만

     또순이가 대학 졸업하고 교사가 되어

     외갓집에 다니러 가는데

     버스에서 대낮부터 잔뜩 술취한 남자가

     또순이를 바라보면서

     자꾸 또순이 앞을 가로 막고 서는 것이었다.

     

 

     불쾌해진 또순이는 돌아서면서 자꾸 피하다가

     버스에서 내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습이 정말 몰라보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자개농집 둘째 아들이었다.

     또순이를 기억하고 자꾸 바라보고

     무슨 말인가를 걸려고 했던 것이다.

 

 

     그 곱게 생긴 청년은 어디로 가고

     대낮부터 벌겋게 취한 술주정뱅이가 있었다.

     10년 만에 그렇게 변할 수 가 있었다.

     선한 능력으로 바로 세우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학업을 마치기 전에 일찍 여자에 눈을 떴기 때문일까?

     아님 일을 배우지 않고 아니면 일을 하지 않고 함부로 살아서 일까?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고

     살아온 세월은 얼굴에 새겨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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