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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0 - 빵종이

by 영숙이 2019.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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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빵종이

 

      삼림 조합 맞은 편에는 조그마한  빵 가게가 있었다.

      가게는 보통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었는데

      작은 진열장이 놓인 가게로

      아침 마다 삼립 빵을 배달 받아서  파는 가게 였다.

 

      

      그 집에서 파는 것 중에

      삼립 크림 빵이 있었다.( 메이커가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다.)

 

     

     삼립 빵은 크림빵이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봉지를 띁으면 삼립 빵 종이가 나왔다.

     삼립 빵종이 10개를 모아서 가져 가면

     삼립 빵을 한개 주었다.

 

 

 

 

     가게는 또순이보다 3 ~ 4살 정도 많은

     얼굴 피부가 빠알간 남자 애가 보았는데

     삼림 조합 가마니 쌓아 놓은 창고 창문에서 바라보면

     길건너 조그마한 가게에서 움직이는 그 애의 모습이 다 보였다.

 

 

     

     학교가 끝나고

     또순이는 종종 가마니 위에 올라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거나 만화 책을 읽거나 하기도 했지만

     가끔씩 피곤한 눈을 들어서

     그 애가 움직이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였다.

 

 

     

     빵을 다 팔고 남은 빈 빵 상자를 쌓기도 하고

     새로온 빵 상자를 안으로 들여 놓기도 하고

     진열장에 빵을 새로 진열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도로를 바라 볼 때도 있었다.

     

     

     

     그애는 또순이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리라 생각한다.

     차가 다니는 도로  건너편에 진짜 작은 창문이고

     그 창문은 위에서 가게를 내려다 보는 거니까.

 

 

     

     삼립 크림 빵은 진짜 맛있었다.

     아주 드물기는 하였지만 어쩌다 용돈이 생기면

     빵을 사서 빵을 열고 속에 있는 하얀 크림을

     혓바닥으로 낼름내름 발라 먹으면

     정말 맛이 있었다.

     부드럽고 하얀 크림을 다 먹고 나서 겉에 빵을 먹어 치웠다.

 

 

     

     부지런히 빵종이 10장을 모아서

     한개 더 먹은 적이 몇번이나 될까?

     2번? 3번?

     많이 먹어 보지는 못했다.

     

 

     

     한번은 도로에 빵종이가 마구 휘날렸다.

     주워보니 전부 찢어진 빵종이였다.

     그동안 아이들이 빵종이를 모아서 바꾸어 먹고 쌓였던 것을

     찢어서 도로에다 버린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빵종이를 이리 저리 주워서 보면서

     빵으로 바꾸어 먹을 수 없다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빵집 가게를 보던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또순이하고 같은 반이었던

    시장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아이하고 연애를 했다.

   

 

 

    어느 햇볕이 좋은 봄날 

    학교 건물 뒷쪽

    고아원 옆 길가에 풀이 자라는 약간 비탈진 둑방에

    둘이 그 풀 속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또순이네 반 전체가 복도에 나 있는 창문에 메달려서 내다 보았었다.

    내다 보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시선을 즐겼을까?

 

 

   

    언제인가 또순이 엄마하고

    삼립 빵집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빵 하나를 먹겠다고 

    그 빵집 앞에서 빵종이 줍던거 생각하면

    엄마는 챙피 했었다고

    또순이는 그게 왜 챙피 한 일인지를

    그 때는 이해 못했었다.

 

 

 

159. 빵 집 옆에 살았던 부부 이야기.

 

 

      또순이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할 때에는

      또순이는 막내 여동생을 등에 업고

      길 건너 빵집 옆에 있는 들마루에 가서 놀았다.

 

 

     보통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는

     동네에 사는 이런 저런 아이들이 앉아 놀기도 하고

     손자나 손녀를 데리고 나온 나이든 할머니들이 계시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빵 집 옆에 사는 바짝 마른 부부가 나와 서성이기도 했다.

     

 

     그 부부가 유난히 또순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도 없는 부부는

     완전 젊은이들도 아니고  나이가 든 것도 아닌데.

     부인은 유난히 키가 작고 남편은 유난히 키가 큰 대다가

     두사람은 또 유난히도 바짝 마른 정말 살이라고는 1도 붙어 있지 않았다. 

     

     

     

     아직 퇴근하기에는 이른 늦은 오후 시간에 

     집 앞에 두 사람이 서성이고 있는 걸 보면서

     또순이는 생각하고는 하였다.

         ' 왜 저 사람들은 일하러 안가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거지? 무얼 먹고 사나? 먹을게 없어서 저렇게 말랐을까? 일해서 돈을 벌어야 먹고 살게 아닌가? '

 

 

     옆에 손자 아기를 보던 할머니가 또순이한테 귓속 말로 속삭였다.

        " 하루 종일 붙어 앉아서 그 짓만 하고 살면

          아기도 안 생기고 저렇게 바짝 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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