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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2 - 책1, 책2, 책3

by 영숙이 201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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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책1, 책2, 책3

       

1. 책1

           

       또순이가 워낙 책을 좋아하고 책에 목말라 하니까

       또순이 엄마는 책을 사주고 싶어 하셨다.

       더욱이 또순이가 몰래 숨어서 만화책이나 빨간책 읽는 것을 보고는 

       책을 사야 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 같았다.

       새댁이가 삼국지를 빌려 주고 이틀만에 도로 가져가는 것을 보고

            ' 빌려 주지를 말던지, 책 자랑을 말던지, 다 읽을 때까지 빌려주던지 '

       하면서 또순이 한테 궁시렁 궁시렁 거렸었다.

 

 

       어느날 책 할부 장사가 책을 팔러 왔었는데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을 들여 놓았었다.

       엄마로서는 커다란 용단을 한 것이다.

       아버지 허락 없이 무얼 하신 기억이 없다.

 

 

       책을 샀다고 말한 그날 저녁 내내 시끄러웠다.

       사실 또순이는 책을 샀다고 하셔서

       얼마나 기대를 하고 좋아 했는지 모른다.

         ' 왜 허락 없이 책을 샀느냐! 왜 마음대로 책을 샀느냐! '

       온갖 닥달을 아버지한테 당하고

       또순이 엄마는 아직 가져 오지도 않은 책을 

       취소해서 돌려 보내겠다고 아버지한테 약속하셨다.

 

 

       학교 끝나고 하교해서 집에 돌아오니

       책 파는 사람이 자전거 뒤에다 책을 싣고 오셨는데

       또순이 엄마는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

       책 파는 아저씨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채

       자전거 뒤에 알록달록한 겉표지에 보기에도 좋아 보이는 전집 책들을

       그대로 싣고 사택 문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고 있었다.

       또순이는 그 책 제목도 읽어 보지 못하였다.

       

   

       할부로 갚아야 할 책 값이 만만찮았을테고 

       생활비나 반찬 값이나 필요한 걸 받아서 써야 하는 또순이 엄마는

       책 값을 갚아 나갈 것이 걱정이 되어서 아버지한테 말했을 것이다.

 

 

       또순이가 결혼 후 똑 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사들인 책을 감추어 두고 보게 하였었다.

       그때 또순이 엄마도 그랬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또순이 엄마는 돈을 버는 엄마가 아니어서

       감당하려면 말해야 했을 것이다.

 

 

       어쨌던 엄마가 사려던 책을

       자전거 뒤에 실린 채로 겉표지만 먼발치로 슬쩍 보았을 뿐이었다.

 

2. 책2

 

       남동생이 만화책을 빌려와 부엌 뒷쪽 담과 집 사이의 끝부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정신없이 읽고 있는데

       또순이 엄마가 와서 만화책을 뺏기고 공부 안하고 만화책 읽는다고 야단을 맞았다.

       그렇다해도 어디에서인가 책은 구할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반 아이들이 만화방에서 빌려온 소설책등

 

 

      도서관에서 빌린 책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화성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다.

      화성에는 화성인이 지하에 살고 있고

      지구인이 도착하자 싸운다는 내용이다.

      아직 달에도 도착하지 못한 시절이니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 친구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사정사정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빌려 읽었다.

      대부분이 그날 중으로 읽어야 해서

      집에 안가고 늦게까지 읽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읽다 보니까 교실이 캄캄해져

     불을 켜고 읽으면서

     교탁을 바라보고 앉아

     만약 누군가가 있다면 무엇을 던져야하지?

     방어 전략을 생각해 본날도 있었다.

 

 

    어느 여름 밤에는  집에 가려고 보니

    교실 창문을 떼어 내어 창문 아래 벽에다 세워 놓은걸 보았다.

    그냥 그대로 갈 수 없어 끙끙거리며 창문을 끼워 넣었다.

    다 끼워 넣었는데  마지막 한개는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

    찝찝했지만 그대로 두고 교실을 벗어 났다.

    어두운 밤에 소녀 혼자 창문 달려고 낑낑거리는 모습은

    좀 우스웠지 않았을까?

    아침에 등교해보니 누군가가 창문을 달아 놓았더랬다.

 

 

   어느 날엔가는 2층에서 아래층 학교 현관으로 나가려는데

   학교 현관 오른쪽에 있는 행정실 창문 밖에서

   고등학교 언니가 행정실 안쪽에  서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다가,

   후다닥 튀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행정실에서 어떤 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나와서

   왜 이제 가느냐고 물으셨다.

   책 읽고 지금 가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고등학교 언니들을 가르치는

   노총각 영어 선생님이셨다.

   밤에 잠깐 부딪혔는데도 진짜 피부가 탱탱과는 거리가 있었던 선생님이셨는데,

   그래도 인기가 최고인 노총각 선생님이시란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으면서

   사춘기의 갈등을 이겨낸 것 같다.

   부모님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아서 

   사춘기를 더 심하게 겪었는데 

   친구를 찾기 보다는

   책과 일기 쓰기로 이겨낸 것 같다.

   

 

   계용묵의 소설책을 많이 읽고

   일기는 거의 욕으로 채워졌지만

   욕으로 쓴 일기는 누군가 읽지 않았을 뿐더러

   세월이 오래 흘러 선생님이 되어 읽어보니

   정말 쓴 웃음이 나왔더랬다.

 

 

   사춘기 극복기 방법 중에

   책읽기와 일기 쓰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친구를 찾아 헤매기도 하지만

   친구를 통해서 해결하면

   친구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 알게된 중1짜리 카톡 상태 메세지

   D +238 중학생활

   하 ... 내가 지금껏 뭘한거지 ...

   이제 나도 날 막지 못하고

   그 누구도 날 막지 못해...

   아 ----- 모든 것이 귀찮아진당

   제로게임 만세!!!

   속상해 ... 만날 나한테만 그래...내가 그렇게까지 싫니? ... 니들이 그럴수록 난 그것을 더 실현하려할꺼야.

   속상해......만날 나한테만 그래...내가 그렇게까지 싫니?...

   지금까지 중에 크게 깨달은점

   1. 인생에서 2번째로 중요한 건 친구이다

   2. 좋은 친구를 사귀자 것도 제대로 된 친구

   다들 너무해...나랑은 안노라주고...귀찮은 사람 취급하고...

   노라줘 ㅡ ㅡ ㅡ 심심하단 말야ㅡ...

   심심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노라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각해보면 책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었고

   책 읽느라 친구 사귈 틈도 없었고

   친구 사귈 일도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가 허전하면 글을 썼었다.

   자물쇠로 잠그는 일기장에

   되도 안한 글을 쓰고 욕을 쓰고

   온갖 비판과 갈등을 썼었다.

   마음 속의 쓰레기를 비우고 나면  맑아졌다.

 

   

3. 책3.(고등학교 때 책 할부) 

 

    또순이가 대전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또순이네도 대전으로 이사를 하였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사하였다고

    처음 몇달 동안 아버지가 생활비를 주지 않아서

    또순이 엄마는 많이 힘들어 하셨다.

 

 

   아버지가 투자해놓은 대전 집 이층에서

   여러가지로 불편하게 생활하였었지만

   결국 일층으로 내려오고

   또순이 엄마는 우리에게 할부로 책도 사주셨다.

   세익스피어 전집과 근현대 작가들의 대표작이었다.

   아주 두꺼운 책들이었지만 또순이는 그 책들을 다 읽었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는

   여고생의 교만이 ㅋㅋㅋ

 

 

   그때는 할부로 책을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에도 교실까지 들어와서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순이는 그들이 소개하는 광고지를 받아

   몇몇 아이들에게 책을 사겠냐고 물으니까 산다고 하여서

   광고지에 써있는 시내 서점을 찾아갔다.

   서점에는 할부로 책을 파는 아저씨들이 북적북적 하였다.

   또순이는 그 아저씨들 틈에서 

     ' 제가 책을 팔면 저에게도 책 판 수당을 주시겠어요? '

   이 소리를 못하고 서점과 아저씨들을 구경하였다.

   아무도 또순이한테 왜 왔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다.

   단 한사람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고

   이야기를 거는 사람도 없었다.

   책 파는 일에 생활이 걸린 아저씨들의 열기 속에서

   용돈 좀 벌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또순이 마음은

   쪼그라들대로 쪼글아들어서 그냥  한마디도 못하고

   서점을 떠나 집으로 왔다.

   아이들한테 할부로 책을 팔아 용돈을 만져 보겠다던 생각은

   머리 속의 생각으로 끝이 났다.

   현실의 벽을 경험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용기가 필요하다.

 

   

   책이 돈이 되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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