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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77 - 무면허 한의원

by 영숙이 201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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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무면허 한의원

 

       학교 체육 대회때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발목을 접질려서( 삐어서 ) 발목이 퉁퉁 붓고 새파랗게 멍이 들었다.

       지금은 어디 다치면 무조건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한다.

       또순이 성장할 때에는 어떻게 치료 했을까?

       병원 문턱도 높고 비용도 많이 드니까

       병원을 안가는 방향으로 치료하였다.

 

 

        또순이도 엄마와 함께

        뼈가 빠졌는지 또는 골절인지는 몰라도 너무 붓고 아프고 멍이 들어서

        뼈를 맞춘다는 접골원을 찾아 갔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갔는데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또순이 발목을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뼈가 다친 것은 아니고 근육이 다쳤으니까( 접질려서 삐었다함)

        한의원가서 침을 맞으면 괜찮을 거 같다고 하였다.

 

 

        산림조합 사택에서 학교 쪽으로 10미터 쯤 가면

        마당에 멋진 나무들이 자라고 조경이 근사한

        옛날 궁전의 별당 같은 집이 있었다.

        안채는 ㄱ자로 잘 지어져 있었고

        안채와 이어져서 옹주들이 기거할 것 처럼 보이는

        바깥채가 지어져 있었다.

 

 

        바깥채가 한의원 진료 하는 곳이라 한다.

        또순이는 그 곳이 한의원 인줄도 모르고

        그냥 고급스러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하며  지나 다녔었다.

        한의원 간판도 안 달려 있었지만

        옥천읍내에서 유명한 곳이라 하였다.

 

 

        또순이가 발목을 삐었기 때문에

        그집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왠지 문을 여는데 마음이 공손해 지기까지 하였다.

        출입문 위에 한문으로 뭐라 적혀 있는데

        그게 한의원 이름인듯 하였지만

        무언지 읽을 수는 없었다.

 

 

        진료실 안은 또순이가 좋아하는 한약 향기로 가득차 있었다.

        진료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서너 사람 있었고

        한의사가 앉아 있는 맞은 편 벽에는 상장이 가득 걸려 있었다.

        무슨 무슨 선행상. 동창회 무슨상. 군에서 주는 무슨 기부상등등

        무슨 상이 저렇게 많이 필요한지

        또 상을 받았으면 차곡히 어디 안보이는데다 쌓아 놓을 일이지

        벽 가득히 액자에 넣어서 보란듯이 장식하는 것은 왜일까?

        어린 또순이 마음에도 저렇게 과시해야 하는지

        왜 저렇게 과시를 해야하는지 의문점이 들었다.

 

       

        한의사는 한 40 후반에서 50으로 보이는 얼굴에 잔주름이 좀 있고

        배운 사람으로는 안보이는데다  팥죽색깔 얼굴에 험한 인상이

        어디 산중턱에서 나뭇짐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은 산도적같이 생겼지만 손은 일을 안해서 그런지

        여자 손보다 더 곱디 고운 보드랍고 하얀 손이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한의사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는데

        또순이가 정말 놀란 것은

        한의사 옆에 곱게 생긴 시골 아가씨처럼 보이는 20대의 젊은 아가씨가

        다리를 옆으로 가지런히 모아서 얌전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맥을 집고 진료를 하던 한의사가

        간간히 정말 어른 손바닥만한 커다란 대침을 들고

        아가씨 다리를 쿡 찌르는 것이었다.

        또순이가 보기에는 아무데나 마구 찌르는 것처럼 보였다.

 

 

        찌를 때마다 아가씨는 고통스러워서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뒤트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그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신음소리가 잦아 들고 아가씨가 평온해지면

        한의사는 또 대침을 들고 아가씨 다리를 찌르는 것이었다.

        보기에도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프기도 무시무시하게 아플 것이다.

 

       

        또순이가 선데이 서울에서 읽었던 온갖 나쁜일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건 치료도 아니었고 배려도 아니었고

        그냥 아가씨를 고문하는 것이었다.

        왜 아가씨는 도망가지 않고 그자리에 그렇게 있는지

        그렇게 얌전히 앉아서 대침에 찔리고 있는지

        누가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상체가 살짝 묶여 있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정말 무섭고도 무서운 광경이었다.

 

 

       앞에 사람 진료가 끝나고

       또순이 발목을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또순이 발목에 작은 침 몇개를 꽂았다가 뺐다.

       신기한 건 그렇게 아프고 부어서 걷기가 힘들던 발목이

       침 맞고 하루가 지나니까 붓기가 빠지고 멍도 가시고 아프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그 한의원에는 두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그후 2년이 지나 또순이가 3학년 때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 되었었다.

       면허없이 한의원을 개원해서 진료했다고

       무면허 한의원이었다고

       한의를 배운적 없는 돌팔이 한의사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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