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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75 - 선데이 서울

by 영숙이 201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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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선데이 서울 

       

       산림조합에 선데이 서울이란 잡지가 있었다.

       언제나 글자에 목말라 있던 또순이는 산림조합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가씨한테서 사무실에 있는 선데이 서울을 빌려서 읽었다.

       선데이 서울에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연예인 소식도 있었고

       주로 남녀 사이의 치정에 대해서 또 남녀상렬지사에 대해 쓴 글들이었다.

 

 

       또 잡지책에는 중국의 유명한 남녀 합방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또순이에게는 얼마나 흥미있고 재미 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문 옆 창고 가마니 위에 올라 앉아서 읽고는 하였다.

       온갖 세상사 이야기가 다 나왔다.

       남녀 관계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게 돈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가 사기치고 누가 돈 때문에 어쩌고 .....

       그 시절 이수일과 심순애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유명한 사랑이야기였다.

 

 

       일주일에 한번 씩 오는 선데이 서울을 토요일 마다 챙겨 읽었다.

 

 

       어느 날 빌려 달라고 사무실에 갔더니 아가씨가 안된다고 하였다.

       왜 안되냐니까 그냥 못빌려 준다고 사무실 거라서 외부인은 안된다고  하였다.

       또순이는 너무 속상해서 산림 조합 마당과 사택을 구분 지은 나무 울타리에 있는 나무문에 기대어 울었다.

 

 

       다음 날 옆에 같은 마루를 쓰는 새댁네가 마루에서 튀김을 만들었다.

       맛있는 냄새에 또순이도 튀김기 옆에 앉아 동생들과 튀기는 것을 구경하며 침을 삼켰다.

       그런 우리에게 튀긴 것을 하나씩 먹으라면서 새댁네가 주었다.

       그런다음 새댁네 말하기를

           " 한창 성장기에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거야! 선데이 서울 같은 잡지책을 읽으면 좋지 않아요. 삼국지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거야! " .

           " 좋은 책을 읽고 싶어도 책이 있어야 읽지요. "

           " 우리 집에 삼국지 있는데 빌려 줄까? "

           " 네 ! "

 

 

옆집 새댁은 결혼 할 때 사가지고 왔다면서 빳빳한 겉표지에 알맹이도 하얀 삼국지 책을 내어 주었다. 

정말 기뻤다. 

정신없이 읽기 시작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 결의 부터 ......

이틀인가 책을 읽었는데 두꺼운 책에 글자도 빼곡하여서 많이 읽지 못하였다.

그런데 책을 빌려준 새댁이 책을 달라고 하였다.

책이 없어질 까봐서 그런다고 ......

 

 

또순이는 삼국지를 시작을 열었지만 결국 끝까지는 읽지 못했다.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 이치를 통달한다면서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그래서 아가씨 한테 선데이 서울 빌려 주지 말라고 하였다고 하면서

빌려 주었던 삼국지를 이틀만에 도로 가져 가지 않았더라면

또순이는 끝까지 읽었을 것이다.

아쉬웠지만 책 주인이 안빌려 준다는대야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읽을 수 있는 책은 선데이 서울도 아니고 삼국지도 아니고

만화방이나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빨간책?이 전부였다. 

만약 그때 좋은 책들을 읽을 기회가 많았었다면 .......

어떻게 됐을까??

 

 

로맨스 소설은 사탕같은 책이다.

읽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 있지만

읽고 나면 남는게 없다.

그래도 살다보면 마음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로맨스를 정신 없이 읽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하는 치유의 효과는 있다.

마치 요즘 아이들이 마음이 힘이 들면

단 것을 찾아 먹는 것과 같다.

 

 

읽기 어려운 책은

섭렵하기가 힘이 들지만

그대신 다 읽고 나면 분명 삶을 변화 시키는 교훈이 있다.

아가씨 때 읽었던 장자

개인적으로 똑똑한 거 보다 시대의 흐름을 타는 것이 낫다.

노자의 사상

구부러진 나무, 반듯한 나무등등 모든 나무는 용도가 다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느 중학교 현관에 이런 글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 만권의 책을 읽으면 세상 만파를 헤쳐 나갈 수 있다! "

또순이는 이 글을 이렇게 바꾸어 읽고는 하였다.

   " 한권의 성경을 읽으면 세상 만파를 헤쳐 나갈 수 있다! "

성경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을까?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꼭 한번은 도전해보기를.......

 

 

 

153. 미술 선생님과 빨간 책

 

 

      미술 선생님은 어두운 표정의 여선생님 이셨는데 그 어두운 표정으로 어두운 그림을 그릴 것 같으신 분이셨다.

      선생님의 화장은 꼭 화가 선생님이 그리신 그림처럼 화장을 하셨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작은지 귀를 기울여야 들릴듯 말듯 하였다.

      또순이는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자 해도 잘 안들리는데다

      오늘 중으로 읽고 돌려 주기로 한 

      애들한테 빌린 ' 빨간 샤쓰의 사나이 ' 란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다.

      미술 선생님은 왠지 몰래 읽어도 별로 머라 하지 않을 것 같았다.

  

     

     

       -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동공을 깊숙히 들여다 보면서 어쩌구 저쩌구 ~

         빨간 샤쓰를 입은 남자는 근육질의 단단한 몸매가  어쩌구 저쩌구 ~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가녀린 몸매의 그녀 어깨가 어쩌구 저쩌구 ~

         입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이 뜨겁고 어쩌구 저쩌구 ~

       한참 정신 없이 읽고 있는데 미술 선생님이 또순이를 지목하면서

            " 학생 책상 밑에 있는 책 가지고 나오셔요! "

       정말 작은 목소리 였는데 그 소리는 또 어찌나 분명히 들리는지,

       선생님이 두번이나 연거푸 반복한 후에야

       거부할 수 없어서 들고 나갔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둥

       수업이 끝나자 마자 선생님을 따라 나갔다.

           " 선생님! 잘못했어요! 책좀 돌려 주셔요! 빌린 책이라서요! "

           " 응? "

        다시 한번 더 말하고서야 선생님은 책을 돌려 주셨다.

 

 

   

         몇일이 지나  교무실 앞에서 1층으로 내려 가려는데

         미술 선생님이 부르셨다.

             " 너 이 쪽지좀 현관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전해줘! "

         선생님이 접어주신 종이 쪽지를 들고 학교 현관으로 나가니

         꼭 화가 미술 선생님에게 어울릴만한 화가 아저씨가

         낡은 듯한 미색 줄무늬 셔쓰에 무릎 뒤가 구겨진 미색 바지를 입고

         현관 한 옆으로 서 계셨다.

         사실 화가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그림을 그릴 것 같은 분위기로

         미술 선생님보다는 어둡지 않은 맑은 표정이었지만 초췌해 보였다,

         많이 배운 티가 팍팍나는 분위기였지만

         여선생님을 찾아온 남자로는

         정말 꾸미지 않은 소박한 머리와 옷차림이었다.

         

         또순이는 오랫동안 아니 지금도

         그 미술 선생님과 그 남자 분은 어떤 사이였을까?

         이층에서 일층으로 내려와 만나면 되는 것을

         왜 쪽지를 보냈을까?

         

         빨간 책과 더불어 오랫동안 상상하고는 하였다.

         소설처럼

         아니 소설을 쓸 사람처럼.

 

 

 

         빨간 책이라도 쓸 수 있는 능력만 되었더라면 썼을텐데

         50년전 이야기를

         이제야 블로그로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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