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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85. - 가출

by 영숙이 2019.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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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가출 

 

   또순이 중학교 때 가출 했었어.

   가출이 자랑인가?

 

   

    여름방학이었는데 외갓집에서 갈포를 이어주는 가내 수공업을 해준 대가로 돈을 받아 왔었다.

    또순이 엄마가 그 돈을 달라기에 또순이가 번 돈이니까 못주겠다고 하였다.

 

       “ 머 할려고? ”

       “ 내가 번 돈이니까 내 맘대로 쓸거야! 그리고 내가 번돈을 왜 엄마한테 줘야 하는데? ”

       “ 내가 먹여주고 재워 주잖아! ”

       “ 그래도 싫어! 이집에서 안 먹고 안자면 되잖아? 그럼 돈 안 줘두 돼지? ”

 

 

 

    그리고 그 몇 푼 안 되는 돈을 들고 옥천 시내에서 대전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낯선 곳으로 향하는 설레임.

 

    엄마랑 같이 어디 가는 것과는 달랐다.

    혼자서 버스타고 멀리 간다.

 

    대전역에서 내렸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이 천천히 낯선 풍경을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면서 가로수 밑을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또순이는 스스로가 좀 성숙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가로수 밑에 있는 냉차 리어카를 바라보자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 나에게는 돈이 있지! ’

       “ 아줌마! 오랜지 쥬스 한잔에 얼마예요? ”

       “ 500

       “ 한잔 주세요! ”

 

 

    자그마한 아줌마가 날렵하게 가루오렌지를 찬 물에 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서있는데 옆으로 교복을 입은 여중생 둘이 재잘거리며 오다가 냉차 리어카 앞에 서있는 또순이와 리어카를 구경하며 지나갔다.

 

         ‘ 대전은 여름방학에도 학교를 다니는구나! ’

         ‘ 왜 나를 구경 하는거야? ’

         “ ! 저거 불량식품 맞지? ”

 

    그 애 둘이 지나가며 속닥이는 소리가 귀로 흘러 들어왔다.

    가루 오랜지 쥬스를 기다리며 서있는 또순이는 무척 부끄러웠다.

    할수만 있다면 오렌지 쥬스도 안마시고 그냥 가고 싶었지만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라서 할 수 없이 서 있었다.

    또순이는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가 없었다.

    어쩌면 또순이는 이제 앞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 순간 교복을 입은 그 아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 없었다.

   

         " 그래두 차가운 가루 오랜지쥬스는 시원했어! "

           

   유행은 돌고 돈다.

   요즘 어떤 테이크 아웃점에서 천연 과일 쥬스라고 파는 데 가루 오랜지 쥬스를 타서 팔고 있었다.

   예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예쁜가게에서.

 

 

   전에 와본 기억에 의지하여 더운 여름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여긴가 저긴가 하면서 다행히 이모네 집을 찾아갔다.

 

   이모네 집엔 내 또래의 남자 외사촌이 하릴없이 우리 집에 없는 텔레비전 앞에 붙어 있었다.

   그 애는 우리가 시골에 살던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 놀러 왔었는데 강가에 같이 가서는 계속 신체 부위 중 거기에 대한 가사로 만든 메들리를 부르는 것이었다.

 

        “거기를 면도를 하고 어쩌구 저쩌구 ---”

 

    으 진짜 이상했었다.

 

    그 애가 혼자 있는 이모 집이 편할리 없었다.

 

    그 애가 텔레비전 앞에 없을 때만 텔레비전을 보고는 하였다.

 

    포크송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가수 송창식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기타치며 노래 부르던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기름 아낀다고 밤12시가 되면 애국가를 부르며 텔레비전화면이 막을 내리던 시절이다.

 

   

    이모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저녁이 되었을 때

    퇴근하신 이모가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았다.

    아마 또순이네 엄마가 한 전화였던거 같다.

   

    이틀 밤을 자고 나도

    이모는 언제 갈거냐고

    왜 혼자 왔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이틀 지나고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더니

    그래 초경이다.

 

    종이로 해결이 안되어서 자꾸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니까

    그 느끼한 사촌 녀석이

    그 냄새나는 구식 화장실 문을 확 열어 젖혔다.

 

       “ 아니! 피잖아! 왜 피가 화장실에 있는거야? ”

       ' 으그 그 인간 지금 행복한가? '

 

 

 

   더 있을 수가 없어서

   그길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 와서 쓰고 남은 돈 7000여원을 엄마한테 주니까

   아무말도 안하고 받았다.

   외갓집에서 받아 온 15000여원에서 차비를 빼고 냉차 한잔 마신 나머지였다. 

 

 

    집에 돌아 왔는데 엄마는 어디 갔다 왔는지 물어 보지도 않았다

    집에 오면서 약간 걱정 했었는데

    아무 것도 묻지 않으니까 오히려 맘이 편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첫 가출이자 마지막 가출이 되었다.

   

   

    그 가출에서 얻은 교훈은

    다시는 돈 없이는 집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얀 교복을 입은 예쁜 여학생들이 지나가면서

    불량식품이라던 냉차를 마시고

    덥고 낯선 거리를 헤매면서

    그 이상한 분위기의 이모 집에서 혼자 인 것처럼 있으면서

 

 

   

    그리고 학교 마치고 돈 벌 때 까지는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돈 버는 직업이 없이 집을 나서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라는 것을

    속히 돈 벌게 되는 그날을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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