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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10

새 날려 보내기 (김인숙. 울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처용 수필 제2호 1996년 겨울)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더없이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한 축복의 시절이다. 그리고 많은 기억들 가운데는 아무리 되새겨도 소중스럽기만 한 그런 기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바로 이 울산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지긤보다 좁고 얕고 구불구불하던, 아름답던 태화강이 그때 내가 즐겨 찾던 놀이터였다. 이른 봄에는 강둑에서 어린 쑥을 캐고, 쑥이 꺽정이가 될 무렵부터는 햇살 따스한 모래사장에서 모래집을 짓고 놀거나 아니면 치마를 다부지게 말아 쥐고서 재첩을 주으러 무릎까지 오는 물 속으로 들어갔다. 맑은 강물이 마치 황금 고기 비늘처럼 햇살 아래 반짝이며 흐르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가만히 디디고 서 있는 다리와 발이 물 속에서 .. 2020. 11. 2.
또순이 어렸을 적에 52 - 앞산 이야기 113. 앞산 이야기 또순이네 집은 바로 도로 옆에 있었다. 도로를 건너면 꽤 폭이 큰 강이 있었고 강 저편 앞산은 제법 높은 산이었다. 또순이네 집 마루에서 바라보면 산 허리가 완만한 곡선으로 약간 들어간 네모형 모양의 산이었다. 눈만 뜨면 앞산이 보이고 앞산은 사시사철의 계절을 보여 주는 그림판이었다. 봄에는 연록색 잎새로 노래를 부르고 여름은 진초록으로 가득 그림을 그리고 가을에는 빨갛고 노랗게 울긋불긋 춤을 추고 겨울에는 하얗게 쌓인 눈으로 포장되는 산. 언제인가는 저 앞산에 꼭 올라가 보고 싶다고 꽤 높고 험한 바위산이라서 혼자서는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또순이는 상지리를 떠날 때까지 앞산을 올라 가보지 못했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 입는 앞산을 바로보며 앞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앞산.. 2019. 9. 28.
또순이 어렸을 적에 50 - 도서관 111. 도서관. 1. 책이 귀한 시절이다. 학교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도서관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도서관 앞에 있는 게시판에 붙어 있는 것을 읽고는 하였다. 게시판에 김일성이 돼지로 묘사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는 것은 뚱뚱한 사람 얼굴에 돼지 코, 돼지 귀, 돼지 입을 그려 놓고 김일성의 얼굴이라고 하였다. 공산주의는 무섭고, 빨갱이는 정말 무섭고, 빨갱이 우두머리 김일성 얼굴은 돼지라고 생각하였다. 초등학교 교복처럼 생긴 인민복을 입은 뚱뚱한 돼지.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사람의 평생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떠한가?. 어른들이 가르쳐 준대로 영악하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용할 대상이.. 2019. 9. 27.
또순이 어렸을 적에 49 - 신문 110. 신문 우체부 아저씨가 신문을 들고 대문으로 들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또순이가 즐거워 하는 일중 하나였다. 우체부 아저씨는 이틀에 한번씩 오시니까 자연히 신문도 이틀에 한번씩 오는 신문 아닌 구문이었다. 우체부 아저씨가 건네 주는 신문을 받아 들고 우선 신문 중간을 감싸고 있는 노오란 띠에 붙어 있는 우표를 정성스레 떼어 놓는다. 2장짜리 신문을 마루에 가득 펼쳐 놓고 한문은 못 읽으니까 맨 앞면은 넘어 가고 신문 중간에 있는 신문 소설을 먼저 읽었다. 기억나는 것은 중국 무협 소설 이었는데 냉혈한이라는 무협인이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무술을 연마하고 원수를 찾아 다니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아슬아슬 피해 다니던 원수를 만났는데 원수가 다름 아닌 냉혈한을 가르친 스승이었다는 내용이었다. .. 201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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