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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8. 동화

by 영숙이 2019.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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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좋은 시간들은 금시 지나가 버리고 만다.

   나의 좋은 시절은 금시 지나갈 것이라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알아 왔던 진실은 생활의 규칙들을 무료하고 허무한 것으로 생각해서 벗어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라는 것.   

   

   오점의 연속.

   젊은 시절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면 그것만이 가치 있는 보람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더욱 큰 잘못일 것이다.

 

   영숙이는 동화를 썼다. 

   낮에  강에서 밧데리로 물고기를 마구 잡이로 잡는 것을 보고 쓴 것이다.

   

 

< 물고기들의 반란 >.

 

      ㅡ 할머니 어디까지 가세요? ㅡ

      ㅡ 저기 저 밑에 동네까지 ㅡ

      ㅡ 아 저 내 건너 저 동네요? ㅡ

      ㅡ 아니, 거기 말고 저 밑에 동네 ㅡ

      ㅡ 이상하다. 안보이는데요. ㅡ

      ㅡ 그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저렇게 먼데 어떻게 가신데요? ㅡ

      ㅡ 글씨 말이다. 전 이쪽으로 가요. 안녕히 가세요. ㅡ

   

      ㅡ 할머니 또 만났잖아요? ㅡ

      ㅡ 응 택시가 지나가길레 탔더니만 여기까지만 태워다 주는구려! ㅡ

      ㅡ 그래요? 참 이상한 아저씨도 있군요. ㅡ

      ㅡ 할머니 저 내 건너 저 동네라고 하셨죠? ㅡ

      ㅡ 아냐. 바로 이 산 밑이야. ㅡ

      ㅡ 어디요? ㅡ

      ㅡ 저어기 잘 봐. ㅡ

      ㅡ 오, 동네가 있군요. ㅡ

      ㅡ 저기라면 제가 이 짐을 들어다 드리겠어요. ㅡ

      ㅡ 아니야 아니야! ㅡ

      ㅡ 아이참 사양하지 마세요. 어느 길로 갈까요? 저 길은 신작로 길인 것 같은데 좀 멀군요. 이 길은 좀 가까운 것 같은데 길이 나쁘고 가 파라서 요.ㅡ

      ㅡ 좀 더 위를 봐요. 거기 길이 있잖소. 계단식 길이. ㅡ

      ㅡ 어마, 그렇군요. 훨씬 가깝고.ㅡ

 

   할머니와 같이 짐을 들은 수경이는 할머니를 부축하며 그 길로 갔다.

   

        ㅡ 자. 조심해서 오세요. ㅡ

        ㅡ 응응 괜찮아 어서가.ㅡ

 

   곧 동네 뒤편에 닿았다.

   그렇지만 도착해 보니 맨 뒤편에 첫째 집도 형편없이 낡아 부서져 있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았다.

 

       ㅡ 할머니 저 집이라고 하셨잖아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요. ㅡ

       ㅡ 응. 그렇군, 난 참 여기 와 본 지가 오래돼서.ㅡ

       ㅡ 그렇지만, 이렇게 변하다니. 동네로 들어가 보지요. 혹 무슨 소식이라도 들을 줄 알아요? ㅡ

 

   할머니와 같이 동네로 들어간 수정이는 무척이나 놀랐다.

   모두들 물고기가 아닌가?

   그 물고기들이 전부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했다.

   깜짝 놀라 할머니를 바라보니 빙그레 웃으시는 할머니.

   주위를 휘둘러 보니 물속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 동네는 물 속에 있는 물고기들의 동네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들어올 수 있는가?

   숨도 막히지 않고

   옆에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ㅡ 이 동네가 전에는 이렇게 황폐하지 않았단다. ㅡ

      ㅡ 아름답고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이었지! ㅡ

      ㅡ 난 이 동네의 수호천사로  떠받들리던 노파였단다. ㅡ

      ㅡ 평화로운 마을이어서 내가 필요 없어 먼 곳으로 가서 살고 있었는데 이처럼 동네가 수난을 당하고 있어서 왔단다. ㅡ

      ㅡ 지금 너와 난 저 물고기들 눈에는 나이 많은 할머니 붕어와 나이 어린 붕어로 보인단다. ㅡ

      ㅡ 아니 할머니 왜 이렇게 동네가 변했지요? ㅡ

      ㅡ 조금 있으면 알게 된단다. ㅡ

      ㅡ 난 이렇게 늙고 힘이 없어서 또 물고기 이기 때문에 그들을 이길 수 없단다. 그래서 너를 마음씨 착한 너의 도움을 빌리기 위하여 너에게 힘을 주고 물고기로 보이게 하는 거야. 그럼 얘야. 부탁 하마. 우리 동네를 예전같이 자유롭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다오, ㅡ

 

   갑자기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수정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거리를 헤엄쳐 갔다.

   마을 한가운데쯤 가니 마을에서 제일 크고 화려한 집이 있었다.

   그 집을 구경하며 걸어가고 있는 수경이 저만큼 앞에 옛날 병정 차림의 군인 둘이 발을 맞추어 걸어오고 있었다.

   

      ㅡ 어, 사람이 있네 ㅡ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으나 그들은 못 들었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생생 찬바람 나게 걸어 지나갔다.

 

      ㅡ 참, 나는 조그만 붕어일 따름이지. 내 말이 들릴 리가 있어?  ㅡ

 

   옆에 있던 붕어가 가는 데로 수경이도 아름다운 큰 집 옆을 지나 좁은 골목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때.

   앞에 큰 물고기가 허겁지겁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뒤로 군인 둘이 쫓아오고 있었다.

   번개같이 스쳐가는 큰 물고기 뒤에 흰 빛줄기 같은 것이 닿자 그만 배를 뒤집고 죽어 버렸다.

   그 흰 빛줄기는 바로 군인들 손에 들린 조그만 네모진 상자에서 나오는 것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골목에 붕어들도 당황하여 달아나고 있는데 그중 한 마리를 또 쏘아서 물고기가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 갔다. 

   수정이는 애써 달아나려 했으나 이미 광선총에 맞아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수정이가 눈을 뜨니 많은 물고기들이 모여서 수정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정이가 눈을 뜨자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였다.

   어리둥절하여 그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중 건강하고 의젓한 중년의 신사 물고기가 빙그레 웃으며 설명했다.

       ㅡ 그들 총에 맞은걸 보고 데려 왔는데 또 다른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죽고 아가씨는 살아났어. 그래서 우리는 기뻐한 거야. 드디어 그들의 총을 맞아도 끄떡없는 물고기가 있다는 것에. 우리도 이제 그들과 싸울 수 있어. 우리는 전에부터 그들의 무기에 끄떡없는 용사를 원했어. 그런데 물고기 중에는 없었어. 아가씨는 보통 물고기가 아닌 모양이야. 이렇게 쉽게 회복되다니.ㅡ

       ㅡ 그 총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은 것은 사람뿐이야. ㅡ

       ㅡ 사실은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들어 왔어요. 전 요 위 동네에 사는 수정이에요. 할머니가 힘들어 보이 길레 모셔다 드린다고 왔는데 이곳을 도아 주라 하곤 어디론가 사라지셨어요. ㅡ

       ㅡ 그분은 그래 틀림없이 수호천사 일거야! 우리들이 기도한 보람이 있었군. ㅡ

       ㅡ 아까 그 군인들은 누구예요. ㅡ

       ㅡ 얼마 전에 산소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이 마을에 들어왔어.

   우리는 노인을 공경하며 행복하게 욕심 없이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마구 우리 백성들을 죽이고

   궁전을 빼앗아 자기들의 본거지로 삼고

   지금 그 궁전을 그토록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백성들의 재물을 모두 빼앗아 가고

   그렇게 짓기 위해선 수 없는 우리 백성들이 죽어야 했어

   우리는 그들의 무기에 눌려서

   이렇게 나라를 찾으러 모여들었어도 힘이 없단다.

   생각하다 못해 노인들 몇이 기도했는데

   이렇게 기도의 효험이 나타나 네가 온 거야.

   자 네가 선두에 서 주어야겠다.

   넌 무기만 빼앗으면 돼 ㅡ

       

   수정이를 선두로 한 물고기 특수부대는 궁전을 향하여 나아갔다.

   특수 부대 중에는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큰 고래도 끼어 있었다.

   궁전 정문에 도착하자 수정이만 앞으로 나가갔다.

   병정 차림의 사람들이 문에 서 있다가 수정이에게 멈추라고 소리 질렀으나 계속 그들 앞으로 전진했다.

   드디어 그들은 전자총을 쏘기 시작했으나 한번 쏘였던 수경이는 이젠 끄덕 없이 그 강한 광선 속을 뚫고 계속 전진하였다.

   문지기들은 놀라서 당황하여 뒤로 주춤했다.

   수정이는 재빠르게 움직여 전자총의 조그만 상자를 체 뜨려 가지고 도망쳤다.

   쫓아오는  문지기들을 기다렸던 큰 고래가 꼬리를 휘저으며 나타나자 놀란 병정들은 성안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수정이는 고래와 다른 물고기들을 거느리고 웃으면서 힘차게 성문을 통과해 전진했다.

           

 

   토요일 날 집에 갔더니 엄마가 목화를 15만 원어치나 샀다고 한다.

   영숙이가 결혼할 걸 대비해 미리 사놓으셨다고 한다.

   

   엄마들은, 부모들은 애써 키워 가르쳐서

   시집보내려고 준비를 한다.

   사실 영숙이 엄마에게 해드린 것이 무엇이 있는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말 좋은 사람 만나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일.

   이 조용하고 자그마한 사무실 하나 차지하는데 그토록 큰 소음이 따라야 하다니

   

   누군가에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보람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와서 한일이 무엇이 있는지.

   

   답답하다.

   

   작품 하나 제대로 쓴 것이 있나?

   

   밤이 길어졌는지 실컷 자고 일어나도 날은 아직 밝지 않은 밤이다.

<스위스 ~ 강을 이용한 물자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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