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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홀로선 버드나무

< 홀로 선 버드나무 > 43. 홀로 선 버드나무 이후

by 영숙이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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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선 버드나무 이후>

 

   비가 흩날리는 날씨.

   

   너무 작은 그릇에는 조금의 물 밖에 담을 수가 없다.

   큰 그릇에는 자연히 많은 물이 담기는 법

   언제나 큰 그릇이 될까?

   결국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진배 없는 이기적인 생각 속에 이기적인 행복도 다 추구하지 못한 체 허덕이는 것은 아닌지.

   

   매미가 울고 제 둥지에서 나온 새가 지저귀더니 다시 흩뿌리는 비에 쫓기어 둥지로 돌아갔는지 비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린다.

   시몬느 드 보봐르처럼 그녀의 말마따나 결국은 인간은 10년 후에도 유한의 생명을 허덕이며 같은 모양새로 지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 생명을 주체스러워 하며, 모잘라하며, 안타까워하며 발버둥 칠 것이다.

 

   정신 없는 속에서 텐트 속 버너와 코펠이니 하며 지낸 지 벌써 4박 5일째.

   현재의 영숙이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

   동생들은 산에 갔는데 비가 계속 오기 때문에 걱정이다.

   햇볕이 얼마나 좋고 따뜻한지 이젠 정말 알 것 같다.

   한여름 추위에 떨며 영숙이는 갈빗대가 땅에 닿아 숨 쉬는 대지를 느낀다는 것이 결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윤선생님은 지금 쯤 환자 돌보느라고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혹 비 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창문 앞에 서서 조금쯤은 영숙이를 생각해 줄까?

   

   잠시 밖이 환해진다.

   비가 덜 온다는 얘기.

   

   조금의 순간이라도 영숙이를 생각하고 있다거나,

   혹은 영숙이가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주시기만 해도 영숙이는 참 자유롭고 지금 이 순간 만은 행복할 것 같다.

   떠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슴에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영숙이는 지금 뼈저리게 느낀다. 

   

   이곳과 멀리 떨어진 도로에서는 버스가 삑삑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영숙이는 지금 조금 더 춥다.

 

       ㅡ참 진찰 좀 해주셔야겠어요ㅡ

 

   이즈음 영숙이는 가끔 가슴이 답답하다.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하다.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으면 그렇지 않은데 혼자 있을 때는 특히 ㅡ

   신경성일까?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신경이 쓰인다.

   동생들이 돌아 올 시간이 되어서 인가 보다.

   옆에 또 텐트가 세워지나 보다.

   엊저녁에 봤던 사람들은 오늘 아침 떠났는데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물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있다.

   오늘 새벽

   잠자던 의식이 잠시 열리면서 그 사이로 들리던 물소리는 어쩜 그리 크고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귀 기울이니 물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있다.

   

   지금 시간 5분 전 5시.

   오랜만에 들었던 물소리가 두려움을 주다니 참 모르겠다.

   

   

   경포 해수욕장에서 하루 저녁 지내고 옥계 해수욕장으로 떠났지만 옥계 해수욕장은 그리 마음에 드는 곳이 아니었다.

   교통 편도 그렇고

   새로운 개발을 하느라 경포대 해수욕장은 아직 개장되지 않았더랬다.

   

   

   이곳 설악으로 오는 관광버스 속에서 내다본 동해안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은 곳곳에 사람들이 참 많이도 차지하고 있었다.

   어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각자 잘난 체들 하겠지.

   각자 나름대로 자신이 가장 잘나고 최고인 줄 알면서 살 아들 가고 있을 것이다.

 

   5시 5분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로

   라디오 소리가 어린이 방송을 하고 있다.

   

   동료들 부르는 소리도 들리고

   우리 교회 수련회 왔어요 하는 소리

   산 위에서 야호 하고 지르는 소리

   그것은 모든 것을 다 깨버리고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갖가지 모든 일들을 의식한 의식의 한 귀퉁이를 무섭게 파고 들어와선 파열음을 내며 길게 길게 꼬리를 이어 가는 소리이다.

   

   이젠 또 쉬어야 하나보다.

   

   건강만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ㅡ 윤선생님도 건강하세요. ㅡ

 

   항상 멋진 모습으로 그 모습 속에 영숙이도 간직되어 있음을 상상해본다.

     

    ㅡ청성 보건 지소에서 떠나 온 그 해 여름 동생들과 배낭여행을 떠나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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