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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 요양원 이야기 > 3

by 영숙이 202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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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요양원 간다고 말을 건다.

   살포시 잠이 들었었나 부다.

   놀라 깨어서 잠결에 말한다.

      ㅡ 나도 같이 가 ㅡ

 

   주차장이 협소했었는데 앞에 있는 밭떼기를 주차장으로 쓰기로 계약했나 보다.

  좀 쉽게 주차시킬 수 있어 좋다.

  현관에서 슬리퍼로 갈아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4층을 누른다.

 

  4층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간호사 실

     ㅡ 안녕하셔요? ㅡ

  누군지 잘 모르지만 얼굴도 안 보고 꾸벅 인사부터 한다.

 

  병실은 간호사실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있다.

  어머니가 계신 곳은 오른쪽 복도이다.

  첫째 병실에 할머니들 5분.

  둘째 병실  할머니 6분.

  세 번째 어머니 계신 병실에 할머니 5분.

 

  안녕하셔요?

  응 어서 와? 어떻게 알고 왔어? 고마워?

  매번 똑같은 말씀이다.

  침대에 있는 이불을 치우며 침대에 올라앉으라 하신다.

 

  어머니가 계신 406호에는

  어머니 88세, 앞에 계신 경애 할머니 83세, 그 옆에 자임이 할머니 94세

  어머니 옆에 복희 할머니 89세, 그 옆에 순전이 할머니 72세.

 

  오늘은 경애 할머니 상태가 안 좋으신지 평소에 반복하시던 말씀을 하신다.

     ㅡ 여기서 울산대가 멉니까? ㅡ

     ㅡ 별로 안 먼데요? ㅡ

     ㅡ 걸어갈 수 있어요? ㅡ

     ㅡ 걸어갈 수는 없어요 차 타고 가셔야 해요. ㅡ

     ㅡ 그럼 돈이 있어야 하네? 돈이 없는데 돈을 다 가져갔어.ㅡ

     ㅡ 여기서 파출소가 멉니까? ㅡ

     ㅡ 글쎄요? 왜요? 파출소 갈 일이 있어요? ㅡ

     ㅡ 예 파출소 갈 일이 있어요.ㅡ

     ㅡ 아드님 신고하시려고요? ㅡ

  드디어 대답을 안 하고 조용해지신다.

 

  어머니를 향해 앉아 있는데 맞은편 할머니에게 자랑을 하신다.

      ㅡ 우리 며느리여 홍. 홍. 홍 ㅡ

  다행스럽게 언제나 며느리는 알아보신다.

  아들 자랑도 하신다.

     ㅡ 우리 아들이여 홍. 홍. 홍 ㅡ

 

   다른 때 같으면 대꾸를 하실 경애 할머니

      ㅡ 정자는 좋겠다. 아들이 와서 좋겠네. ㅡ

      ㅡ 아들이 잘 생겼어. 잘 생겨서 좋겠다. ㅡ

      ㅡ 부럽다. 아들도 오고 며느리도 오고 정자는 좋겠네.ㅡ

   오늘은 상태가 안 좋으신지 조용히 계시다가 또다시 질문이다.

      ㅡ 여기서 울산대가 멉니까? ㅡ

 

   찬양을 한곡 부른다.

      ㅡ 어머니 제가 찬양 불러 드릴게요

      ㅡ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네. 호흡마저도 다 주의 것이니.

          세상 평안과 위로 내게 없어도 예수 오직 예수뿐이네.

          크신 계획 다 볼 수도 없고 작은 고난에 지쳐도

          주께 묶인 나의 모든 삶 버티고 견디게 하시네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네. 나의 모든 삶 주께 맡기니

          참된 평안과 위로 내게 주신 주. 예수 오직 예수뿐이네. ㅡ

   전에는 찬양을 부르면 화를 냈는데 이즈음엔 슬쩍 자리를 비우는 남편.

   병실에 할머니들이 조용하다.

   어머니랑 같이 동요를 부르자니까 지난번엔 곧잘 하시더니

   가사가 생각 안나는 곳은 그냥 응응 응 하시면서 통과하신다.

 

   할머니들 인터뷰.

      ㅡ경애 할머니 자녀 몇 낳으셨어요? ㅡ

      ㅡ 1남 5녀. 아들보다 딸이 맛데이 ㅡ

   자임이 할머니 자녀 몇 분 두셨어요?

      ㅡ 3남 2녀. 요즈음은 여자들이 세니까 아들보다 딸이 낫다니까 ㅡ

  우리 어머니 딸은 안 오잖아요? 우리 어머니 딸 보셨어요?

      ㅡ 아니 한 번도 못 봤어. ㅡ

   복희 할머니는 자녀가 어떻게 돼요?

      ㅡ 아들 둘에 딸 하나. ㅡ 

   지난번에 아들이 없고 딸만 있었다 했는데 꼭 사실일 필요는 없다. 그러려니.

   순전이 할머니는 자녀가 어떻게 되셔요?

   옆에 계신 복희 할머니가 대신 대답해 준다.

      ㅡ 아들이 둘이랴. 그런데 아들이 둘이면 뭐하겠니. 벌써 몇 달째인데 한번 도 안 와봤어. 병실에 던져 놓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한 번도 안 와봤어. 그래도 병원비는 꼬박꼬박 넣는가 봐 안 내보내고 계속 있는 거 보면 ㅡ

   

   순전이 할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다.

   커다란 눈을 끔벅끔벅.

   말을 하실 줄 알 거 같은데도 말하시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다.

   식사 시간에 음식이 들어오면 무조건 밥그릇에 전부 넣어서 비벼 드시는 것 외에는 잘 움직이지도 않으신다. 

 

   오후 5시 저녁 식판이 들어온다.

      ㅡ 경애 할머니는 집에 가신다고 보따리 다 싸놓으셨네. 컵도 다 싸 놓고 ㅡ.

   

   오늘 메뉴는 미역국. 달걀찜. 참치 감자볶음. 새코미 국물.

   집에서 새로 고아낸 곰국에 후추 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나 부다.

      ㅡ 매워. 매워 못 먹어. ㅡ

      ㅡ 달걀 찜하고  흰 죽 하고 섞어 드릴게요. 어머니 드셔요. ㅡ

   어머니가 내려놓은 수저를 들고 떠 먹인다. 

   성격이 온순한 어머니는 수저에 뜬 걸 얼른 받아 드신다.

      ㅡ 매워. 매워. 배불러. 배불러. ㅡ

      ㅡ 어머니 이거 다 드시면 아들이 손잡고 복도 한 바퀴 돌고 온대요. ㅡ 

   입에 수저를 넣어 드릴 때마다 눈을 질끈 감으면서 겨우 한 그릇  비우셨다.     약속대로 아들 손 잡고 천천히 복도를 한 바퀴 돌고 왔다.

   어머니의 쪼글쪼글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ㅡ 엄마 이 닦아야지. 닦기 싫어? 그래도 닦아야지 틀어도 빼고 ㅡ

   순한 어머니는 아들 말을 듣고 침대에 붙였던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간다.   

   아들은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빼어낸 틀니를 보관함에 담아 들고 따라간다.

 

     ㅡ 엄마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갈게 ㅡ

     ㅡ 대응 해줄게 ㅡ

     ㅡ 아녀. 엄마 여기 그냥 있어. 나갔다가 병실 못 찾으면 안 되니까. 그냥 있어. 우리 간다.  ㅡ

   아무리 다녀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병실을 나선다.

   이젠 어머니는 같이 가자고 하면서 따라나서지 않는다.

   아파서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아들이 말한 대로 병원에 있어야 하는 줄 안다.

 

   요양원에 계신다니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ㅡ 요양원에 들어가시면 천국에나 가야 나온신다고. 노후 준비는 요양원에 들어갈 때 신을 슬리퍼만 있으면 된다고  ㅡ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 세상을 떠나갈 때 우리가 들고 갈 수 있는 것은 슬리퍼도 못 가져간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우리는 몇 트럭씩 짐을 싸들고 다닌다.

   욕심 때문에 마음 비우기가 쉽지 않다.

   나그네 인생인 것을 알지만 나그네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게 인생이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기도하고 축복하고 이것이 축복받은 베이비 붐 세대가 해야 할 마지막 사명이다.

 

      < 신앙 명가 천대까지 >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하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창 18:19 )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도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문에 기록할지니라.

(신명기 11: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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