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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

태화강 국가 정원에서

by 영숙이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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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정원이 좋다. 

  국가 정원이라서가 아니고 정원이라서 좋다.

  나목이 줄지어 서서 춥고 헐벗었는데도 줄지어 서 있는 나무로 멋스럽다.

  팡파레가 울리는 줄지어 서 있는 나무 사이를 걷는데 들려오는 가벼운 음악은 더 좋다. 

  저절로 걷는 걸음이 박자를 맞춘다.

  건들 건들

 

  부들, 갈대, 억새 사이로 커다랗고 네모난 투박한 돌들을 무심히  던져 놓은듯한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인공하천에 던져져 있는 돌 위에 새 한마리가 한쪽 다리를 들고 고개를 자기 깃털 속에 파묻고 서 있는 모습도 좋다.

  살살부는 바람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좋다.

  허공을 날아가면서 째잭 거리는 새울음 소리도 좋다.

  방금 전 말할 사람이 없어서 친구랑 폰 통화를 2시간 동안 했었던 거도 좋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게 없고 때로는 몇번씩 이야기 한거도 있고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저컵을 어디서 왜 샀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한다.

  귀엽고 쬐그만 개를 안타까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좋다. 닥스운트 장모라서 다리는 짧고 털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다. 

  걷고 있는 귀에 하모니카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것도 좋다.

  포토존 의자도 이뻐서 좋다. 곰돌이 인형도 귀여워서 좋다.

  국화 품종 금방울 품종은 순수 국내 기술로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직접 육종한 품종으로 화색이 선명하다. 10월 중순 개화하여 지역에 따라 다르게 개화한다고 한다.

 

  지난 번에 국가정원에 와서 쓰다가 밧데리가 나가서 이번에는 밧데리를 고치고 왔는데 해가 다 너머 간 다음에 도착해서 제대로 무얼 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갈대가 바삭이도록 말라서 안스럽기까지 하다.

  나목을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저녁을 맞이하고 그 위를 철새인 갈가마귀들이 떼로 지나가면서 밤을 지낼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찾고 있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음식.

  더 그럴듯한 집과 옷.

  더 고급진 차.

  갖게 되면 만족할까?

  3대의 아주 좋은 고급차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기차를 사고 싶어하는 살림남을 보았다.

  인간 욕망은 끝이 없지.

  찾고

  또 찾고

 

  배추꽃이 보인다.

  예쁘다.

  누군가의 수고로 이렇게 예쁨에 무임승차한다.

  우리도 예쁘려면 수고해야 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태화강 국가 정원 이제 3번째 방문이다.

 

  한번은 밧데리가 나가서, 두번째는 밧데리 고치고 왔을 땐 너무 늦게 와서 이제  세번째 본격적으로 태화강 국가 정원의 민낯을 만날 때이다.

 

  갈대 숲에서 청둥오리 들이 바위 위에 앉아 있다가 놀라서 날아 오른다.  
  해가 많이 길어졌고 사람들 발길도 잦아졌다.

 

  오늘도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랑 같을 수 없는 또 내일 하고도 절대로 같을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뒤에서 아줌씨들이 기분좋은 웃음을 날린다.
   

   "언제 불이 들어 오겠노."

   "밤에 들어 오겠지."

   "맞다. "

 

  그러구서 여고 시절처럼 웃어 제낀다.

  물어 보니 여고 동창들 맞단다. ㅋㅋㅋ

 

  아이 손잡은 엄마가 아이 걸음에 맞춰서 손을 잡고 간다.

  아이는 바쁘다.

  손에 잡고 있는 먹걸이도 입에 넣으랴.

  엄마 따라 가랴.

 

  방금 중년 부부가 지나간다.

  오래 함께 살아서 닮아 있는 부부는 정말 보기 좋다.

 

  남편한테 전화가 온다.

   

  "어디노. "

  "원두막있는 대나무 숲 입구요."

 

  대나무 테마 정원 팻말이 보인다.

 십리대밭 입구

  지난번 밧데리가 나가서 멈춘 곳이다.
  

  이제 막 청소년이 된 아이들이 좀비 놀이 하자고 가위, 바위, 보를 한다.

  애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놀거리를 만들어 낸다.

  옛날 먹을거 없고, 놀거 없을 때에도, 작대기로 놀거리를 만들어 냈었다.

 

  오늘 요양 병원 입구에서 면회전면금지 안내문 때문에 어머니 면회를 못했다.

  병원에 한사람만 확진자가 나와도 병원문을 닫아야하는 치명적인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인가보다.

 

  어디를 가던지 텅텅 비인 상황.

  심야극장 갔는데 남편 왈

 

  "사람 많은데 가면 안되요."

  "극장 같은데 가면 안돼요."

  "같이 간 애하고 둘이 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완전 전용관이었는데?"

  "옛날에 신종 인플루엔자 때 해외여행 가지 말랬는데 태국 갔었잖여."

  "헐 호텔이고 어디고 다 헐빈해서 엄청 잘 다녀왔지."

  "고급 호텔에 관광지도 텅텅 비었더라고."

  "어떤 여행 전문가가 지진이나 화산 터지면 일부러 그지역 여행 간다고 하더라. 완전 거저 완전 저렴하게 여행 할 수 있다고 아무도 안오니까 ㅎㅎ"

  "이불 속은 위험해. 그거 잖여"

  "확진자 한명도 없는 지역인데 ㅋㅋㅋ"

 

  못찾았다 꾀꼬리.

  또 전화 왔다.

 

  "어디를 헤메임?"

  "못찾고 있넹."
  "방금 찾았다."

  "어디를 헤매었노?"

  "저기 짚으로 만든 고양이 캐릭터 있는데 있었다."

  "대나무 숲 가려구."

  "맨날 가는데 또 뭐하로 가노."

  " 고양이 캐릭터 있는데 거기는 지난번에 갔었고 이제 여기 가야 하는데 맨날 간데또가면 어떻노. 좋지 머."

 

  또순이 30대에  작은 륙색을 짊어지고 온 가족이 태화강 앞에 있는 작은 언덕배기 산을 넘어와서 태화강변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는 했다.

  그리고 다시 작은 륙색에 버너와 코펠을 넣고 온가족이 천천히 작은 언덕배기 산을 도로 넘어가서 살고 있던 아파트 단지로  돌아 갔었던 때가 엊그제 같다.

  벌써 30년전 이야기다. 

  어느새 라면을 안먹어야 하는, 아니 못먹는 나이가 됐넹 ㅋ

 

  대숲에 커플이 많다.

  언제 와도 좋은 곳이다.

  대나무가 바람에게 속삭이는 ~ 쏴아 소리 ~ 쏴아

 

  오늘은 대나무 소리도 조용하다. 

  가끔 잊을 만 하면 ~ 쏴아

 

  해가 참 많이 길어졌다.

  벌써 캄캄할 시간인데 사진이 아직 찍힌다.

  방금 불이 들어 온다.
  쏴아 ~

 

  대나무 숲이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시간이다.

  숲속에서 꿩 우는 소리가 들린다.

 

  별빛이 내린다. 

  한웅쿰의 사랑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내린다.

  대숲에 별빛이 내린다.

  가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별빛이 내린다. 

  인공 별빛이기는 하지만 정말 예쁜데 날이 아직 어두워 지지 않아서 찍히지 않는게 아쉽다.

 

  캄캄한 여름 밤 대나무 숲에 인공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면 ~ 와~우 감탄 소리가 절로 난다.     

  예쁨이 이기적이기까지 할 정도의 예쁨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기적인 예쁨

 

  뱃살측정과 키재기를 하는 곳에서 안내하는 글을 읽고서 태화강변으로 나섰다.
  태화강변

  또순이의 젊음이 지나간곳.

 

  강물에서 물새가 후두둑거리며 날아 오른다.

  올해는 갈가마귀 철새를 많이 못보았다. 항상 하늘 가득 가리면서 날아 오르던 철새때들이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때가 아닌가?

  아님 때가 지나갔나?

  내가 못본건지 아님 내가 밖을 덜 나왔는진 모르겠는데 ......


  부자지간에 왕발통을 타고 지나간다.

 

  오늘 교회 유치부에 재작년 1년 동안 담임을 했고 작년에는 봄에만 담임을 했던 꼭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랑이가 아빠 옆에 서 있다.     지난 번 볼 때에도 그렇든데 평소에는 항상 생글거리는 그애가 완전 얼굴이 하얗게 굳어서 얼음처럼 아빠 옆에 서 있다.

  랑이하고 눈이 마주치니까 계단을 내려 가는데 따라 내려온다.

 

   "엄마 아빠 무서워?"

   "네."

   " 기도해 줄께. 의자 저쪽으로 앉아 봐. "

 

   랑이가 이쁘고 기특하게 기도 손을 한다.

   두손을 꼭 잡고 있는 랑이의 모습은 정말 너무 이뻐서 표현이 안되지만, 절대적으로 진저리 쳐질만큼 이쁘다. 

  아이가 이렇게 이쁘게 느껴지는거 보면 정말 또순이도 나이 먹을 만큼 먹은거 같다.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하나님 아버지 랑이가 엄마 아빠가 무섭지 않게 도와 주세요.  기쁨과 평강을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이제 네 마음에는 하나님이 계셔. 그러니까 아빠보고 웃어. 그럼 아빠도 너를 보고 웃어 줄거야."

 

  어느사이 랑이의 얼굴에 웃음이 회복된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

  아이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 주시는 분.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예수님 이름으로 하나님을 찾고 기도 할 수 있으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부모들은 아니 또순이도 그랬었던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친절하다가도 집에 오면 작은 일로도 아이한테 화를 낸다.

  아이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잘 모르면서, 아니 알고 깨닫는다 해도 엄마 아빠가 화낸 것만 기억한다. 화를 내는 엄마 아빠의 무서운 모습 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태화강에 민낯이 너무 예쁘다.

  아무리 예뻐도 집에 가야한다.

  날씨가 좀 쌀쌀해 졌나부다.

  손이 시럽다.  

 

  강가에서 다시 십리 대숲에 들어 오니 그새 캄캄해지고 콧물은 찔찔
  이제 조명이 밝게 보인다.

  중국인 10여명이 중국 말을 하면서 옆을 지나간다.

  이 십리 대밭에 이제 외국인들이 종종 보인다. 

 

  대나무 숲에 잠잠하던 바람이 솨 ~ 아 불어간다. 

  솨 ~ 아.

  어두워지면서 어둠과 함께 바람이 돌아 왔나부다.

  달이,

  커다랗고 붉은 달이

  대나무 숲에 걸려 있다.

 

  아름다운 밤

  아름다운 달이

  대나무숲에

 

  언젠가는 꼭 이 대숲을 따라서 태화강변 자전거 일주를 할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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