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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2 - 놋그릇 닦기

by 영숙이 201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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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놋그릇 닦기>

   날씨가 따뜻해져서 바람이 부드럽게 불고 또순이네 집 대문 밖에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들었다.


    집집마다 놋그릇들을 들고 나와서 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뭉친 짚으로 짚 태운 재를 묻혀 놋그릇들을 닦기 시작하였다.
    한참이나 힘을 주어 그릇을 문지르니 문지른 곳이 반짝반짝 노랗게 빛이 났다.
     

   " 이렇게 윤이 나게 반짝반짝 닦아 놔야 일 년 동안 잘 쓸 수 있거든 안 닦으면 푸른 녹이 나는데 푸른 녹은 몸에 엄청 해롭거든!  "
  

   모두들 즐거운 듯이 재잘거리며 재빠르게 손을 놀리며 닦고 있었다.


   아주머니들도 많았고

   그릇도 많았고

   아주머니들 주위로 아저씨들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기웃기웃하며 구경하고 있었고

   동네 아이들도 모여 뛰놀고 떠들고 있었다.


   봄 바림은 놋그릇을 닦게 하는 바람이었고

   사람들은 봄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면서 놋그릇들을 뽀드득뽀드득 닦아 내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쓴 머릿수건 위로,

    놋그릇 위로,

    아이들 머리 위로,

    또순이네 대문 옆에 있는 늙은 벚나무에서 벚꽃 잎이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청량하고 경쾌한 새소리가 또순이의 귀를 봄바람과 함께 간지럽혔다.

 

 

<5. 사택과 고염나무>

    영동 군청 공무원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또순이는 군청 사택에서 살고 있었다.


    사택에는 커다란 나무 대문이 있었고,

    긴 돌담이 있었고,

    일자 기와집 본채까지 가려면 제법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했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며 나가며 예쁜 꽃들을 구경하였다. 
    담을 따라서 예쁜 화단이 작은 돌들로 분리되어  채송화, 봉숭아 꽃, 맨드라미 꽃, 백일홍 등등 이 심어져 있었다. 
     

     ' 저렇게나  이쁘네! 정말 이쁘다! 누가 저렇게 이쁘게 키웠지? '
     " 엄마,  꽃 누가 심었어요? "
     " 내가 심었지! "

   

   라고 엄마가 대답하셨으면 좋았겠지만

   엄마는 바로 전에 사택에 사셨던 군수 사모님이 심었다고 하였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또순이다. 


   예쁜 화단이 있는 군청 사택 뒤로는 고목에 가까운 고욤 나무가 있었다. 
   고염 나무에는 고염이 정말 주저리주저리 하나 가득 열려서 가을에 고염을 따면 항아리로 가득가득 나왔다.
  엄마는 고염이 가득한 항아리들을  마루에 있는 벽장에 넣어 두고 깊은 겨울이 되니 꺼내어서 한 그릇  떠 주었다. 


  벽장은 내 눈에는 정말 높았고 그 높은 벽장에 기대선 엄마도 진짜 키가 커 보였다.
 

   ' 우와 이렇게나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고염이라니!  '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졸라 본다.
   

    " 엄마 고염 조금만 더 줘요! "
    " 안돼! 변비 생겨! "
    " 조금만 더! "
    " 안돼, 나중에 또 줄게! "


   벽장은 너무 높았고

   그 나중에 물어보니 고염이 없다고, 다 먹었다 한다.


   ...... 그 후에 궁리 궁리해서 어떻게 의자를 놓고 겨우 들여다본 벽장은 텅 비어 있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살짝 얼어 달콤하고 차가운 고염은 그렇게 한번 먹고 끝.

 

<6. 배불뚝이 또 돌이>

   날씨가 따끈따끈한 여름날.
   대부분의 아이들이 강가에서 주로 놀았다. 또순이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강가에서 놀았다.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 네 동생 어제 물에 빠져 죽을 뻔했어!  물에 뛰어 들어갔다가 못 나와서 까닥하면 죽을 뻔했어! "
    " 어떻게 물에 들어갔는데? "
    " 네 동생이 저 강물 깊은데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해보라고, 해보라고 했더니 정말 들어갔어! "
    " 들어가란다고 정말 들어가는 바보가 어디 있어? "


   걱정스러운 얼굴로 집에 오니

   사택 기와집 마루 바로 아래 높은 뜰에 또 돌이가 까맣게 탄 몸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유난히 까맣게 탄 몸에 유난히도 배가 볼록하게 나와 있었다.
   배불뚝이
   

    " 너는 애들이 강물에 뛰어들어가란다고 들어가냐? 못 나왔으면 어쩔 뻔했어? "
    " 애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못하면서 할 수 있다 했다고 머라 하잖아! "
    " 정말 큰일 날 뻔했네! "
 

   남자들의 영웅 심리와 허세는 아무리 어려도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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