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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 탐구 생활/또순이 어렸을 적에

또순이 어렸을 적에 3 - 입학식

by 영숙이 2019.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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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또순이 입학식 >

 

    또순이가 처음으로 학교 가는 날. 


    왼쪽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빨간 란도 시루 가방을 등에 매고 학교를 갔다.


    운동장에 선생님들이 서 계셨고 또순이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서 그  앞에 한 줄로 서 있었다.
   

   " 앞으로 나란히! "
   " 바로! "
  

   고만 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팔을 앞으로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집으로 가라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가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또순이의 입학식이었지만 웬일인지 엄마가 더 흥분하고 긴장한 것 같아 보였다.


      ' 입학기념사진. '
  

   사진관에 가서  앞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옷핀으로 고정하고 등에는 빨간 란도 시루 책가방을 맨 채로 찍은 흑백사진.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어렸을 적 찍은 몇 안 되는 사진 중에 하나다.

 

 

                                      " 지금 보니까 진짜 촌발 날린 당. ㅋㅋㅋ "

 

< 8. 할아버지 하얀 수염 >

   충청북도 양산군 누교리. 

   고목 같은 커다란 호두나무가 지키고 있는 집이 또순이의  큰집이다.


   겨울에  큰 집에 놀러 갔는데 큰엄마가 고염을 준다고 본채 뒤뜰로 오라고 하였다.
     

     " 맛있는 고염!  맛있는 고염! "
     " 룰루 랄라. "


   뒤뜰 고염 나무 아래 우물곁에 서 있는데  사랑채에서  솜을 두둑하게 넣은 하얀 한복 윗도리와 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툇마루로 나와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 할아버지시네?  안녕하셔요? "
    " 사람을 몰라봐! 인사해도 누군지 몰라! "
 

   그렇다고는 해도 할아버지의 눈이, 시선이, 평소에 못 보던 우리가 있어서인지 자꾸 따라온다.
    누구일까? 생각하시는 것처럼.
    속으로 

   

     ' 아무리 몰라보신다 해도 인사 정도는? '


    할아버지는  하얗게 수염을 기르고 상투를 튼 하얀 머리에 탕건을 쓰시고 계셨다. 

    그냥 어느 선량한 옛날 선비 같은 모습이셨다.
   툇마루에 하얀 옷만큼이나 곧 겨울바람에 꺼져갈 듯 쇠잔해진 몸으로 서 계시다가 곧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풍성한 하얀 수염이 아닌 염소 수염처럼 성글지만 길이는 많이 긴 수염을 하셨던 할아버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뵈었던 할아버지.

 

<9. 짚신과 나막신>

 

  여름방학이 되어 큰집에 갔다.

  큰집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 사랑채는 물건들을 넣어두는 곳으로 쓰이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사랑채 뒤쪽에 닭을 키우던 조그만 닭장이 하나 있었다.

   안에는 볏짚으로 만든 짚신이 켤레 있었고 나무로 깎은 나막신도 켤레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나막신이 큰집에 있는 너무 신기했다.
     

   " 할머니, 여기 나막신이 있네요! 이거 신을 있어요? "
   

   폴더처럼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 요즘은 신어! 옛날에 오는 날에 신었지! "
     " 
이거 누가 만든 거여요? "
     " 장에서 사 왔나? 
누가 만들었나? 기억이 나는 ? "
     " 
짚신은 누가 만들었어요?"
     "
큰아버지가 만들었지! 요즘은 신는 사람이 없어서 만들고 그건 옛날에 만들어 놓은 거지! 옛날에는 짚신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다 팔았었지!"


   하얀 고무신이나 까만 고무신을 신던 시절에,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짚신을,

   비가 오면 신을 없었던 짚신하고 나무로 파서 만든 나막신을 보니까

   정말 신기하고 집은 진짜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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